[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신들의 열매’ 카카오를 향한 인류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직진이다. 그 속에서 초콜릿 비즈니스의 불씨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구절벽, 스몰 럭셔리 등 시대적 과제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초콜릿 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참고 문헌 <더 초콜릿>(한국초콜릿연구소 지음) | 사진 각 사 제공·
[big story]웰빙 녹여 날개 단 ‘초콜릿 비즈니스’
초콜릿 시장이 한국인들의 일상에 촘촘히 녹아들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6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초콜릿 편에 따르면, 초콜릿류의 국내 시장규모는 2015년 출하액 기준 1조1567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초콜릿 시장의 증대는 연간 1인당 초콜릿 소비량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인의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은 2011년 556g으로, 한 해 동안 판 초콜릿(1개 평균 70g) 7.9개를 먹는 것과 맞먹었으나, 4년 뒤인 2015년에는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이 607g으로 늘어 판 초콜릿 8.7개를 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big story]웰빙 녹여 날개 단 ‘초콜릿 비즈니스’
국내 초콜릿 시장은 외연만 확장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인식 변화에 따라 국내 초콜릿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국내 초콜릿 시장은 국내 생산 또는 미국산 허쉬, 키세스로 대표되는 저가의 매스(mass) 초콜릿과 페레로 로쉐, 고디바 등 고가의 매스 프리미엄(mass premium)과 슈퍼 프리미엄(super premium)으로만 양분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와 함께 장기화된 경기 불황 속 ‘스몰 럭셔리’,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프리미엄 수제 초콜릿’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벨기에와 독일의 프리미엄 초콜릿 수입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도 이러한 트렌드를 방증한다. 실제로 벨기에와 독일산 초콜릿의 수입 규모는 각각 2011년 대비 2015년에 각 31.3%, 302.8%나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업계도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미 최근 몇 년 새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식품관마다 해외 유명 초콜릿 브랜드를 속속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 경우 2015년 2월 국내 최초로 초콜릿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라메종뒤쇼콜라’가 입점했다.

가로 1cm, 세로 2cm, 높이 1cm의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 3500원으로 일반 초콜릿의 5~10배 비싸지만 정통 프랑스 초콜릿을 맛보고 싶은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라메종뒤쇼콜라 관계자는 “고객들 상당수가 가격보다는 초콜릿의 맛에 집중하는 분들이 많다”며 “일부 VIP 고객들은 미리 전화로 선호하는 초콜릿을 1kg씩(약 34만 원 정도) 주문해 가실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요즘은 초콜릿을 하나 먹더라도 최고의 만족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ig story]웰빙 녹여 날개 단 ‘초콜릿 비즈니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프랑스의 대표 오트 데세르(haut dessert: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인 ‘위고에빅토르(Hugo &Victor)’ 매장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위고에빅토르는 프랑스 파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기 사부아(Guy Savoy)’의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 출신인 위그 푸제(Hugues Pouget) 셰프가 지난 2010년 론칭했다. 특히, 시그니처 메뉴인 ‘스피어 초콜릿’은 얇은 초콜릿 안에 천연 과즙이 가득 들어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표수현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바이어는 “과거에는 많은 브랜드에서 비슷한 형태의 초콜릿을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고객 취향이 세분됨에 따라 브랜드별로 개성 있는 다양한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DIY, 프리미엄 커스텀 메이드로 진화
이처럼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더 세분되고 고급화되면서 초콜릿 시장에도 DIY(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부터 커스텀 메이드(custom made: 고객의 주문에 맞춰 제품을 제조하는 것) 분야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big story]웰빙 녹여 날개 단 ‘초콜릿 비즈니스’
[초코셀디의 커스텀 메이드 초콜릿]

DIY나 커스텀 메이드 초콜릿의 경우 주로 수능이나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생일 등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써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재료 선택부터 포장까지 오롯이 소비자가 원하는 초콜릿을 구현,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일주일(2월 7~13일) 동안 팔린 전체 초콜릿 상품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43% 상승했고, 그중 DIY 초콜릿 상품은 19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커스텀 메이드 초콜릿 전문점 초코셀디의 류지연 대표는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면서 초콜릿을 통해 마음을 전하려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2030세대 외에도 40~60대 중장년층 고객들도 상당히 늘어났는데 주로 자녀나 손자의 수능시험을 응원하기 위해 ‘000아 파이팅’이란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신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의 말처럼 현대사회는 과거 제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위치를 인정받던 시대를 탈피, 소비를 통해서 개인의 창의성을 실현하려는 욕망과 즐거움이 초콜릿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예전에는 통상 ‘살찌는 단 음식’으로 인식됐던 초콜릿이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도 회자되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이후 초콜릿 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평일 오후 12~2시 사이, 오후 6~8시 사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에 입점한 고급 초콜릿 전문점마다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관계자들도 손님들 대부분이 이 시간에 주로 방문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님들 상당수가 일하다 부족해진 에너지를 간단히 보충하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이 시간대에 초콜릿을 섭취한다는 것이다.

맛은 기본, 건강은 덤
초콜릿은 예부터 최고의 강장제이자 최음제로 알려져 왔다. 과거 마야인과 아스텍인들은 ‘카카오의 물’이라는 의미의 ‘카카후아틀’이 원기를 회복하고 영양을 보충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바닐라와 칠레 고추, 옥수수 분말, 과일, 꿀 등을 섞어 마시며 건강 증진과 강장 효과를 누렸다고 한다. 특히, 아스텍의 몬테수마(Montezuma) 황제는 이 쓰디쓴 카카후아틀을 여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스태미나식으로 여러 잔 마셨을 뿐만 아니라 매일 금잔으로 50잔씩 빠지지 않고 마셨다고 할 정도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콜릿을 먹으면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그리고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을 증가시켜 두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며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허할 때 초콜릿을 찾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 증상과 피로감을 금방 없애주는 마약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늦은 오후에 먹는 초콜릿은 저녁식사 시간 전에 떨어진 혈당을 보충해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채윤 식료연구가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부족해진 체내 포도당을 과량의 음식으로 한꺼번에 섭취하면, 위장관계가 활성화돼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뇌 활동이 더 둔해지게 된다”며 “소량을 먹어도 높은 칼로리의 단당류를 보충할 수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이 두뇌의 피로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초콜릿 섭취 시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 함유된 다크초콜릿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big story]웰빙 녹여 날개 단 ‘초콜릿 비즈니스’
[최근 카카오닙스를 활용한 건강보조제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일동후디스의 ‘후디스 카카오닙스’ 차.]

카카오닙스 역시 건강보조제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닙스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빈을 발효, 건조, 로스팅한 후 껍질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부순 순수 카카오 열매의 알갱이다. 기원전 1500년 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건강한 식물 성분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 ‘폴리페놀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카카오닙스에 다량 함유돼 있는 폴리페놀은 체내에서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 세포 DNA와 세포막의 산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활성산소를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어 활성산소에 의한 단백질과 지질 손상을 막고 혈관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카카오닙스에는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카테킨이 함유돼 혈관 속에 쌓인 유해한 지방질을 분해해 혈액순환 장애나 심혈관질환,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식음료업계도 카카오닙스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 ‘빼빼로 카카오닙스’를 출시했다.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롯데제과는 AI 왓슨을 통해 인터넷에 게재된 1000만여 개의 소비자 반응 및 정보를 수집한 결과 과자와 초콜릿 부문에서 카카오닙스, 깔라만시 등이 앞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분석했다.

일동후디스는 ‘후디스 카카오닙스 차’를 선보였다. 일동후디스는 녹차와 홍차 대비 최대 16배의 폴리페놀이 함유된 카카오닙스를 액상 차 형태로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카카오닙스 차는 칼로리 걱정 없이 수분을 보충할 수 있고, 간편하게 슈퍼푸드를 섭취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바쁜 현대인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