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의 앞부분은 투명한 액체인 방수로 채워져 있다. 방수는 모양체에서 만들어진 후 홍채 가장자리의 섬유주를 통해 배출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안압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출에 문제가 생겨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면 눈의 압력인 안압이 상승하게 된다. 안압이 상승하면 시신경섬유를 손상시키고, 결국 시력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녹내장, 시신경 손상으로 발생
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정상인의 경우에는 적절한 범위 안에서 유지된다. 보통 40세 이상 한국인의 평균 안압은 약 14mmHg이며, 정상 범위는 보통 10~20mmHg 사이다.
녹내장은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원발개방각녹내장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며 시력 손상이 올 때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색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이 희미해지거나 지속적으로 눈에 통증이 발생한다. 또 이른 노안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폐쇄각녹내장은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과 시력 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통증 때문에 구토나 발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에는 안압 상승(21mmHg 이상)을 녹내장의 원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정상 안압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압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상 안압을 가진 녹내장이 원발개방각녹내장의 70~80%를 차지한다.
또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아도 시신경이나 시야가 정상으로 유지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고안압증’이라고 한다. 시신경 모양이나 시야 검사상 이상을 보이지만 다른 검사들에서는 이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녹내장 의증’으로 진단한다. 이 경우에는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 가족력 있다면 40세 이후 검진해야
녹내장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구 내 안압 상승,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이상에 따른 허혈성 손상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주로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도근시가 있거나 가족 중 녹내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전신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심한 빈혈로 쓰러진 경험이 있거나 안구에 외상을 입은 경우, 평소 스테로이드 제재의 안약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에도 높은 안압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고도근시는 굴절 검사상 -6디옵터 이상이며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면서 시신경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안구가 길어지는 만큼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얇아지고 구조적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녹내장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아무런 자각 증세 없이 진행된다. 급성에만 두통, 안통 및 구토를 호소하며, 밝은 전구를 보았을 때 주변에 무지개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을 호소한다.
따라서 컴퓨터 작업 등 근거리 작업이 많은 직장인들은 검진 항목에 안저 검사와 안압 검사를 추가해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또 40대 이상의 경우에는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눈검사를 따로 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녹내장 의증을 진단받았다면 안과 전문병원에서 녹내장 정밀검진인 안압 검사, 안저 검사, 시야 검사, 시신경 섬유층 촬영 등을 통해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해야 한다.
◆ 현재 기능 유지하도록 약물치료
녹내장의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먼저 안압하강제를 통해 안압을 관리한다. 손상된 시신경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치료를 통해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할 수는 있다. 다만 완치는 어렵고 평생 안압을 조절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보면 된다.
이후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레이저 치료인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진행한다. 약물이나 레이저로 안압 조절이 어렵다면 수술치료인 섬유주 절제술,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을 받아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안압을 비롯해 안저 측정, 시야 검사, 시신경 검사 등 정기적인 검사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녹내장은 대부분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하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 안압이 올라가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무거운 역기를 든다든지, 목이 졸리는 타이트한 넥타이를 한다든지, 트럼펫과 같은 악기를 부는 경우에는 병의 경과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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