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본은 조기 상속을 유도하기 위해 40년 만에 대대적인 상속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자녀 중 한 명을 후계자로 정해 회사 지분을 넘길 때 다른 자녀가 제기할 수 있는 유류분청구 제도를 개정한다는 것으로 청구 대상인 증여를 상속 개시 전 5년 이내로 제한하고, 청구는 원칙적으로 금전으로만 가능하도록 추진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사업을 물려주고 사망한 뒤 다른 가족이 유류분을 청구하면 경영권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고, 중소기업 경영자가 고령화되면서 가업승계가 심각한 경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업승계에서 유류분 문제는 난제 중 난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속세제 개선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몇 가지 사유로 인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해 가업승계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유류분 제도는 증여에 대해 기간의 제한 없이 모든 증여에 대해 청구가 가능하고, 청구는 원물 반환의 원칙이 적용되며, 상속 분쟁에서 유류분청구소송이 70~80% 정도에 이르고 있다. 1인에 대한 가업상속은 유류분의 문제를 필히 동반하고, 유류분에 대한 배려 시 다른 상속인 부분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둘째, 최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대상과 한도를 축소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상속 개시 시까지 어떤 내용의 법이 확정될지 불확실성이 증가된 상태다. 셋째, 우량 중견기업의 경우, 장기간의 잉여금 축적으로 재무구조상 금융자산이나 투자자산이 많고, 이 자산들은 공제받을 수 있는 대상 자산에서 제외돼 실질적인 상속공제 비율이 낮아지고, 가업상속재산 외 다른 상속재산이 가업상속인 부담 상속세액의 2배보다 커져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10년간 가업용 자산, 지분 비율, 고용 조건(중견기업은 120%) 등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후관리 의무 위반으로 인한 추징 사례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외 추가 승계 방안 없나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닌 매출액 3000억 원 이상의 중견기업 및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대상이나 실질적인 공제 효과를 보기 어려워 그 적용을 포기한 회사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보기 위해 대안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
우선,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검토해야 할 내용은 지배권 확보를 위한 주식의 집중 승계와 주식 승계에 따른 조세 절감 방안이다. 지배권 확보를 위한 주식의 집중 승계와 관련해 회사에 대한 확실한 지배권 확보를 위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후계자가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상법 제434조에 따라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이 있는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를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속인이 다수인 경우, 일본 사례에서 보았듯이 다른 상속인들에 대한 상속분, 유류분 문제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식의 집중 승계를 위한 다른 상속인에 대한 배려와 사전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상법상 복수의결권 제도는 허용되지 않으나, 의결권 제한 주식의 발행은 가능하고, 정관에 의한 주식 양도의 제한도 가능하므로, 지배권 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상법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주식 승계에 따른 조세 절감 문제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가업승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보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상속 분쟁 가능성 측면과 조세 부담의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매매’다.
후계자가 ‘매매’의 방식으로 주식을 취득하면, 원천적으로 유류분 등 공동상속인 간 분쟁 대상이 되지 않는다. 유류분의 경우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거나 상속받은 재산만이 그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후계자가 사업 승계를 목적으로 매매를 통해 취득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반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주식의 취득 등 매매 사실만으로는 조세가 발생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계 대상 기업이 상장사인 경우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로 인한 조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이슈, 완전포괄주의로 인한 증여세 이슈 등을 사실상 피할 수 있고, 매수 시기 등을 통해 취득원가 등을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바람직하다.
다만, 매매를 이용한 사업 승계에 있어서는 후계자가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그 자금의 취득 재원이 적법하게 입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어려운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상속세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정, 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규정 등이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매매 방식에 의한 사업 승계는 자금조달 측면에서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이 기업 담보 차입 매수(Leveraged Buy-Out, LBO) 방식으로 피인수 기업의 인수에 참여하는 경영자 매수(Management Buy-Out, MBO)를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 방식은 대상 기업의 자산 또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매입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자금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형사상 배임 리스크가 있고, 양도소득세가 아니라 청산에 따른 의제배당소득세(약 39.2%)로 추징당할 수 있는 조세법상 리스크가 있으며, 외부 주주가 있는 비상장 회사나 상장 회사에는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매매 방식의 일환으로 피상속인의 지분만을 자기주식 매수의 방식으로 취득해 양도소득세만 부담하고, 잔여 지분이 승계되도록 하는 방식도 일부 비상장사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특정 주주만을 선택해 거래하는 방법으로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판례에서도 자기주식의 취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업무무관가지급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므로 이런 자기주식 매수 방식은 제외돼야 한다.
앞서 두 가지 방안의 문제점은 매매 거래에 있어서 매수인의 자금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매수자금을 갖춰 매매하는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지주회사와 중견기업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2세 소유 회사의 적법한 자금 및 사전증여 자산 등 합법적으로 준비돼 있는 회사들이 많아, 매매에 의한 승계 방안을 적법하게 실행할 수 있는 회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앞으로 장단기 승계 계획을 수립해 준비해 간다면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해볼 때, 다른 상속인에 대한 배려와 사전적 합의로 주식의 집중 승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후 자금조달 측면의 적법한 준비 과정을 마련해 배임과 의제배당과세 등에 해당하지 않도록 준비한 뒤, 매매로 주식의 집중 승계를 마무리하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또한 실무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하지 않는 독일 BMW의 지분관리 회사나 우리나라 세아홀딩스의 투자전문 회사 HPP를 통한 지분 인수 등의 승계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오민경 공인회계사는…
세일회계법인 전무로 중견기업의 회계감사 및 조세자문을 해 왔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이의신청심의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가업승계 컨설턴트로서 지주회사의 지분승계자문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일러스트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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