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월가를 비롯한 세계 증시 참가자의 관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서 ‘보유자산 매각’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보유자산의 매각 시기와 규모를 처음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면 금리 인상보다 시중 유동성이 확실하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Fed ‘자산 매각’ 충격, 세계 증시 흔든다
9년 전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당한 직후 Fed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시장과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비상대책을 말한다. Fed의 ‘제로 금리’,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QE)’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금융위기 극복이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고 실물경기 회복세도 뚜렷하다. Fed의 양대 책무도 실업률은 완전고용수준(4.8〜5.1%)에 도달한 지 오래됐다. 올해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2.1%를 기록해 목표선인 2%를 넘어섰다.

여건이 바뀌면 통화정책도 변경돼야 한다. 출구전략 수순을 본격적으로 밟아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많이 알려진 대로 출구전략을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대책’으로 이해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추진해 왔던 정책이 모두 해당된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위기 이후 상황을 겨냥한 선제정책’으로 그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의 개념을 정립한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추진하는 시기는 구별된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워낙 강도가 있었던 만큼 위기 극복 이후 상황이 닥쳐서야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립 서비스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는 사전단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경험국의 교훈이다.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단계(green shoots)’에서 한 나라 경제의 거름에 해당하는 돈을 거둬들일 경우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1980년대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선제적으로 마련된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 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택해 추진해야 한다. 이 경우도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우려될 때다.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인식된 것처럼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화정책 수단을 ‘보편적(일반적)’ 혹은 ‘질적(선별적)’으로 구분할 때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전자에 해당한다. 개별 경제주체가 처한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추진의 고민

금융위기 이후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번에는 문제가 안 됨)과 자산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는 곳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Fed의 출구전략도 이 수순을 밟고 있다. 2013년 5월 말 버냉키 전 의장이 출구전략 추진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사전단계인 립 서비스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2014년 10월에 양적완화를 종료시킨 이후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다.
Fed ‘자산 매각’ 충격, 세계 증시 흔든다
이때 중시되는 것이 통화정책 시차다. Fed가 추정하는 통화정책 시차는 9개월에서 1년 내외(출구전략 추진 때는 통화정책 시차를 가능한 길게 잡는 것이 Fed의 관행)다.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처음 올리기에 앞서 1년 전부터 인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Fed ‘자산 매각’ 충격, 세계 증시 흔든다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그 폭은 0.25%포인트씩 가져가는 ‘노멀 스텝’, 0.5%포인트 이상 변경하는
‘빅 스텝’, 0.25%포인트보다 좁게 가져가는 ‘베이비 혹은 쇼트 스텝’이 있다. 인상 시기도 Fed 회의 때마다 단행하는 ‘순차적인 방식(step by step)’과, 인상 이후 한동안 관망하다가 다시 단행하는 ‘가다 서다(go stop)’ 방식이 있다.

미국처럼 기준금리가 ‘제로’까지 낮춰진 수준에서 출발하는 금리 인상에서 ‘베이비 스텝’은 의미가 없다. 언제든지 경기 재둔화 우려가 높은 ‘빅 스텝’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순차적인 방식’도 선택하기 어렵다.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처음 올린 이후 1년 3개월 만에 밴드 폭 상한선 기준으로 1%대로 올렸다.

출구전략 추진 단계상 가장 중요한 ‘금리 인상’에서 ‘보유자산 매각’으로 언제 넘어 오느냐는 ‘금리 체계(interest system)’가 얼마나 잘 작동되느냐에 달려 있다. 금리 체계가 잘 작동돼 자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만 있으면 기준금리를 Fed의 목표 금리인 중립금리 3%가 도달할 때까지 보유자산 매각 조치를 늦춰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 현상이 나타날 때는 자산 거품이 심해져 보유자산 매각 조치를 앞당겨야 한다. 반대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시장금리가 더 오르는 ‘옐런 수수께끼(Ellen’s conundrum)’ 현상이 발생할 경우 그 시기를 늦춰야 ‘에클스 실수(Eccle’s failure: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경기를 망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2015년 12월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오르면서 한동안 잊혔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했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cult of equities) 종료’ 논쟁이다.

2014년 8월에는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졌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 수준인 15배를 상회해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 후 잊혀 가던 거품 논쟁이 최근에는 투자 구루와 석학 간에 벌어지고 있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부터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해 온 실러 교수는 지금은 CAPE가 28배에 도달해 적정 수준 20배를 훨씬 웃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의 최대 승자인 버핏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더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보유자산 1~2조 달러 매각?

Fed ‘자산 매각’ 충격, 세계 증시 흔든다
Fed의 가치모형(FVM=12개월 선행이익률÷10년물 국채금리)으로 현재 주가수준(S&P500지수 기준)을 평가해 보면 2.2배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2.1배에 근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게 올라간 지 오래됐다. 3월 FOMC 의사록에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자산시장에 낀 거품을 우려했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때 보유자산 매각 조치를 지연시킬 경우 ‘후속 위기(after crisis)’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금리 인상 경로인 ‘3·3·3 계획(3년 동안 매년 세 차례씩 3%로 올리는 것)’에 따라 중립금리 3%에 도달하는 때가 2019년 말이다. Fed가 추정한 통화정책 시차 1년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면 그 시기는 ‘내년 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3월 FOMC 의사록대로 올해 말에 추진한다면 1년 정도가 앞당겨지는 셈이다.

보유자산 매각 시기가 결정되면 그 규모를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를 확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Fed의 보유자산 적정 규모에 달려 있다. 출구전략 개념에 충실해 보유자산 규모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조 달러로 돌려놓는다면 4조5000억 달러까지 늘어난 보유자산을 인위적으로 무려 3조5000억 달러나 매각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될 수 있는 규모로 이 방식대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Fed의 보유자산 적정 규모는 기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2조5000억 달러에서 3조5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를 매각해야 된다. 만기 도래 자연 감소분만으로 안 되고 1조 달러 이상 인위적은 매각이 수반될 것으로 보여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유동자산에 대한 민간 수요가 크고 통화정책 수행 방식 변화 등을 감안해 주장하는 4조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 시절 때 부의장으로 통화정책 실무를 총괄해 왔다. 매각분 5000억 달러는 만기 도래 자연 감소분만으로 맞출 수 있어 1차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다.
Fed ‘자산 매각’ 충격, 세계 증시 흔든다
통화정책 전달 과정에서 금리와 총수요 간 민감도에 따라 다르지만 앞으로 Fed는 금리 인상보다 2배 이상의 긴축효과가 큰 보유자산 매각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보유자산 매각도 출구전략의 한 단계인 이상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본질은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3월 FOMC 의사록에서 거론된 이후 시장참여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보유자산 매각 조치는 이런 시각에서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금리 인상’에서 ‘자산 매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보다 후자는 긴축 효과가 큰 만큼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부는 ‘뒤늦은 대세 상승론’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설’은 경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