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놈 촘스키는 저서 <지식인의 책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지성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며, 원인과 동기, 그리고 종종 가려진 의도에 따라 행동을 분석해야 할 위치에 있다.” 이혜정(45)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세계적 석학의 고언을 정확하게 꿰뚫고,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다.
AI 시대, 자녀 교육의 ABC를 말하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격파한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몰고 왔다. 혹자는 이세돌 9단의 1승이 기계를 상대로 한 인류의 마지막 승리라고 평하기까지 했다. 인류가 꿈에 그리던 인공지능(AI) 시대의 서막에서 왜 우리는 마냥 반기지 못했던 걸까. 바로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교육 분야’에서 쏟아졌다.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여전히 주입식 교육에 머문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coding)을 일찍이 공교육화하고 있다. 기계적인 언어, 즉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면 개인의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까. 이 질문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 객원교수’,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그의 이름이 처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로 거슬러간다. 그의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가 출간되면서부터다. 책 제목만 보면 으레 ‘서울대 공부벌레들의 공부 비법’이 담긴 책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책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엘리트,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공부의 신’들만 간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과 사회가 기대하는 공부가 아닌, 초·중·고교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수용적 학습을 고수하고 있었던 것. 이후 몇몇 방송사들은 그의 연구 결과를 다큐멘터리로 검증했고, 화면 속 현실은 더욱 참혹했다. 그 속에서 등장한 알파고의 충격은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교육 시스템을 다시금 짚어보게 했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 왔던 이 소장의 목소리가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 공교육의 현실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AI 시대 자녀 교육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전보다 바빠지셨죠.
“하루 일과가 일정하지 않아요. 제주도에 있는 딸을 돌보기 위해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고 있어요. 일주일에 2~3회 이상은 꼭 서울에 오는데 정신없이 바쁘죠. 강의도 하고, 각종 인터뷰, 프로젝트 연구와 칼럼까지 쓰고 있어요. 최근에는 교육기관이나 정치권에서 교육 개혁 관련 자문도 요청하시는데 물리적으로 여의치가 않네요. 가급적 이렇게 하고 밤에는 꼭 내려가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밥시간 맞춰 못 내려갈 때도 종종 있어서 밥을 미리 해놓고 와요.”

딸이 제주도에 간 사연이 궁금하네요.
“저희 가족은 좀 독특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은 아빠와 함께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원래 아들은 저와 함께 미국에서 공부할 예정이었어요. 제가 2012년 5월 미국 미시간대에서 객원교수직을 맡게 됐거든요. 2년 반 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쓰게 됐어요. 이후 2014년 가을, 미국 버지니아텍대 러닝사이언스(Learning Science)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제 커리어에 큰 기회였죠. 하지만 변수가 생겼어요. 중학교부터 국제학교인 엔엘씨에스 제주에서 3년간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던 딸아이가 (고등학교 시절엔) 엄마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한 거죠. 처음엔 딸에게 제 사정을 설명하며 설득했어요. 그러자 딸이 이러더군요. ‘응, 엄마는 엄마의 길을 선택해도 돼요. 단, 엄마는 딸을 잃게 될 거예요’라고요. 결국, 2014년 9월 한국에 돌아온 저는 졸지에 교수에서 딸의 밥을 챙겨주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죠.(웃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아이에게 엄마가 곁에 있다는 정서적 안정과 모녀 간 끈끈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죠.”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늘 의아한 점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대표 ‘공신’이라는 제자들이 매번 공부가 어렵다고 제게 하소연을 했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대학에서만큼은 주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해서 알려주면 도움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