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효종 KB국민은행 WM그룹 대표(상무)

김효종 국민銀 상무 “자산관리 파트너로 리딩뱅크 탈환”

KB국민은행, 자산관리 중심 유니버설 뱅킹 재편
단타성 상품 아닌 롱텀 자산관리 파트너십 호평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국민 10명 중 6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KB국민은행의 변모가 눈길을 끌고 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후 금융그룹을 자산관리(WM) 중심의 유니버설 뱅킹(universal banking)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하며, 그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KB국민은행이 자산관리 시장에서 ‘폭풍의 눈’이 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 최초로 개인 고객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을 고객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리테일(소매금융) 시장에서는 사실상 적수가 없는 리딩뱅크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방대한 개인 고객을 갖고 있는 KB국민은행은 끈질기게 이어진 저금리의 회오리에는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내어준 채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동아줄이 돼준 것은 바로 현대증권 인수였다. 이참에 은행 성격을 은행과 증권업이 결합된 유니버설 뱅크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의 구상이다.

사실 KB국민은행도 일찌감치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전부터 자산관리 분야에 공을 들여 왔고, 급기야 지난 2012년에는 본부로 있던 자산관리 파트를 WM그룹으로 승격시키며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리딩뱅크라는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는 KB국민은행에 있어 자산관리는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M 분야의 특성상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의 협업이 필수인데 이 같은 이유로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산관리 부문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

현재 WM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효종 상무는 다양한 프라이빗뱅킹(PB) 현장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으로 WM 분야의 융합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 상무는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평생 자산관리 파트너로서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자산 설계에서부터 안정적인 고객 수익률 관리를 위한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할 것이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올해 1월부터 KB국민은행의 WM그룹을 이끌고 계신데 조직을 소개해주시죠.
“현재 KB금융그룹의 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하는 WM그룹은 WM기획부, WM상품부, WM컨설팅부, KB골든라이프부 총 4개 부서로 구성돼 있어요. 1116개 영업점(9월 말 기준 21개 PB센터 및 20개 복합점포 포함)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전략 및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죠.

KB국민은행이 WM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2년 자산관리 브랜드인 ‘골드 앤 와이즈(Gold & Wise)’를 론칭했을 때예요. 이후 2011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스타 테이블(Star Table)’ 브랜드를 론칭하며 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하는 WM사업본부가 신설됐고, 2012년에 WM그룹으로 격상됐죠. 향후 KB금융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모델을 정착시키고, WM 비즈니스 전략, 상품 소싱, 상품 판매, 사후관리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고객들도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WM그룹의 책임자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최근 직원들에게 WM 분야의 미래 10년을 생각해보라고 자주 이야기해요. 정보통신기술(ICT)이 아무리 발달하고, 자산관리 분야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역할이 커지더라도 결국 변함없이 중요한 것은 사람이잖아요.

지난 5월 은행의 자산관리 전략을 총괄하는 WM그룹이 KB투자증권 본사로 이전한 것도 은행과 증권의 투자 전략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도화된 자산 배분 전략을 강화해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었고요. KB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자산관리전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정례 미팅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일원화된 하우스 뷰(house-view)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산 배분이나 상품 전략도 짜고 있죠.

직원들의 자산관리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KB금융 차원에서 자산관리 연수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산관리 로드쇼 등과 같이 현장 중심의 연수를 시행하는 등 전 직원의 전문화된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에요.”

법학도 출신인 게 눈에 띄는데 금융과의 인연이 궁금하네요. 또 PB 현장의 다양한 경험이 자산관리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웃음) 법학이 금융과 가장 맞는 것 아닌가요? 예전에 은행에 책임자 자격시험이라는 게 있었는데 대리직급 때 가장 많이 보는 시험이 바로 법학이에요. 은행의 여·수신 업무의 근간이 법률이기 때문이죠. 사실 법학이라는 게 엄격한 답을 원한다는 측면에서 금융과 비슷한 영역이에요. 저도 그 같은 이유 때문에 금융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죠.

WM과의 인연은 과거 팀장 시절 방카슈랑스 업무를 담당하면서 시작됐어요. 방카슈랑스 업무를 통해 고객 자산관리에 있어 상품의 중요성을 되돌아볼 수 있었죠. 이후 부천중동PB센터장, 목동PB센터장, 펀드 및 방카슈랑스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제휴상품부장으로 근무하면서 WM 전반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체험할 수 있었고, 이를 다양한 상품 라인업으로 구체화하고 있죠.”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로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데요. WM 분야에서는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나요.
“물론 현대증권의 통합 작업은 PMI(인수후합병)기획단에서 구체적인 통합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겁니다. 기존 KB국민은행, KB투자증권에 2015년 기준 국내 증권사 총자산 5위의 현대증권이 더해진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죠. 계열사별 리서치 기능 연계를 통한 전문성 및 효율성 부분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현대증권 인수 후 지난 8월까지 총 4개의 협업 상품이 10회에 걸쳐 소싱, 판매됐죠. 앞으로도 헤지펀드, 대출채권, 부동산 등 기초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로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 드릴 겁니다.

기존 KB투자증권과 16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데 현대증권과의 1호 복합점포가 지난 8월 29일 광주 상무지구에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선릉역(9월 5일), 과천(9월 23일), 대전PB(9월 26일) 등 연내 10여 곳의 복합점포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입니다. 점포 안에 다른 점포가 들어가는 금융복합점포(Branch in Branch, BIB) 형태 외에도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모습으로 복합점포를 확대할 거예요. 이 같은 물리적 결합 외에도 은행·증권 WM 부문 인력 간 공동 전략 및 영업, 대고객 종합 포트폴리오 제안, WM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WM 교육’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에요.”

윤종규 은행장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자산관리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 등을 중심축에 놓는 ‘한국형 유니버설 뱅킹’ 구상을 밝힌 바 있는데 자산관리 부문의 지향점이 궁금하네요.
“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금융업의 돌파구로 은행 고유의 여·수신 업무는 물론 증권, 신탁, 보험 등 금융 업무를 포괄하는 유니버설 뱅킹의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 것이죠. 200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를 인수하며 유니버설 뱅킹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 모습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보신 거예요.

극단적으로 미래에 살아남을 부분은 자산관리라고 하잖아요. 미국은 자산 증식을, 유럽은 자산관리를 중시하는데 장기적인 저금리 상황에서는 고객 자산의 유지·관리에서 고객 가족의 상속 승계까지 아우르는 유럽형 자산관리가 KB국민은행에 맞아요.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200년 정도 역사를 가진 스위스 PB 전문 은행인 롬바드 오디에(Lombard Odier)와 제휴를 확대했어요. 지난 7월에는 ‘KB 롬바드 오디에 골든에이지펀드’ 등 3종의 펀드 상품을 시장에 내놨고요. 골든에이지펀드는 미국, 유럽 등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를 겨냥해 지속 성장의 가능성이 확인된 헬스 케어, 제약, 금융, 소비재 등에 분산투자를 하는 상품이에요. 단타성 상품이 아니라 고객들과 길게 파트너십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KB국민은행의 투자 철학과 맞아 떨어진 거죠.”
김효종 국민銀 상무 “자산관리 파트너로 리딩뱅크 탈환”
KB국민은행은 리테일(소매)이 강한 은행이라는 명성에 맞게 최근 은행권 최초로 개인 고객 3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어떤 강점을 갖고 있나요.
“KB국민은행은 리테일이 강한 은행이죠.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요. 그래서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평생 자산관리 파트너’가 되려고 해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을 고객들도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KB국민은행은 상반기 펀드 전략으로 ‘장기 적립 투자’를 지향했죠. 사실 적립식 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 시기가 분산돼 있어 환매 타이밍을 잡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올해 초 적립식 수익관리 프로그램으로 과거 데이터를 봤더니 27개월째 가장 높은 수익을 냈더라고요. 그래서 만기 구조를 2년으로 당겨서 이후에는 환매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죠. 처음부터 고객들이 목표수익률을 설정할 수도 있게 하고요.

또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위험·중수익 펀드’ 분야를 강화해 ‘KB 미들(Middle)Ⓜ 펀드 컬렉션’을 2015년 5월에 론칭한 바 있어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지난 7월에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다양한 위험의 중위험·중수익 펀드 중 위험·수익 구조가 상이하고 상관관계가 낮은 상품들을 조합해 만든 ‘KB 미들(Middle)Ⓜ 펀드 포트폴리오’를 선보여 호평을 얻었죠.

현재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대중화를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임형 및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의 대중적 자산관리 서비스와 더불어 고액자산가에게는 상속·증여센터 운영과 같이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또 은퇴·노후 사업과 관련해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계열사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시니어 전용 특화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에요.”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대한 리테일 지점망은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리테일 지점망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공지능(AI) 등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도 모든 산업이 다 없어질 것 같진 않아요. 창조적 파괴란 말이 있잖아요. 어쩌면 미래에 사람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죠. 내 자산을 잘 관리해서 남들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 자산관리잖아요. 고객 곁에서 집사처럼 든든하게 자산관리를 맡아줄 사람의 역할이 돋보이게 될 수도 있죠.

앞으로 자산관리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도움으로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겪게 되는 반면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대면 채널 역시 강화될 거예요. 일종의 이원화(two track) 전략이 필요한 거죠. KB국민은행의 1100개가 넘는 영업 채널은 누구나 편리하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과의 접점이 될 수 있어요.”

은행권의 리딩뱅크 전쟁이 뜨거운데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가 필요한 자산관리 부문의 역할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포부를 밝혀주시죠.
“리딩뱅크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KB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WM 영업은 계열사들의 협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WM그룹은 계열사 간 협업을 더욱 강화해 상품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올해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 활성화를 위해 ‘자문 및 판매를 결합한 원스톱 프로세스’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부 정책 방향을 봐도 자산관리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글로벌 금융회사의 경우 세계 각지 어느 지점을 가도 동일한 퀄리티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고객들이 KB국민은행 어느 지점을 찾더라도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어요.”
김효종 국민銀 상무 “자산관리 파트너로 리딩뱅크 탈환”
김효종 상무는…
1961년생으로 건국대 법학과와 헬싱키 경영대학원 경영학(MBA)을 졸업했다. 부천중동PB센터장(2007년)과 목동PB센터장(2010년)을 거친 뒤 2012년 전행 펀드 및 방카슈랑스 상품 개발, 지원 등을 총괄하는 제휴상품부장과 시너지상품부장을 맡았다. 이후 서울 대치동지점장,
여의도영업부장, 수원지역본부장 등 영업 현장을 돌았으며, 올해 1월부터 WM그룹 대표(상무)를 맡아 자산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