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놓고 중국, 일본, 인도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 3국의 ‘아프리카 쟁탈전’은 중국의 고전인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위(魏), 촉(蜀), 오(吳)의 패권 다툼을 연상시킨다.
중국·일본·인도의 아프리카 쟁탈전
아프리카 쟁탈전(Scramble for Africa)이란 용어는 1885년 베를린회의에서 유럽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자기들 멋대로 분할해 식민지로 만들어 차지한 데서 유래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일본, 인도가 아프리카를 놓고 19세기 유럽 열강처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 3국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프리카가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원유를 비롯해 천연가스, 망간, 백금,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광물이 묻혀 있고, 앞으로 거대한 소비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54개국이 있고, 인구는 10억 명(전 세계 인구의 14.7%)으로 아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둘째로 많다. 출산율이 높아 2050년이면 인구 30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빈곤층이 아프리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이미 인도를 넘어섰으며, 아프리카 상위 12개국의 1인당 GNI 수준은 중국을 앞질렀다. 또 10억 명의 인구 중 중산층이 3억 명에 달한다. 과거 내전과 가난, 기아, 에이즈 등으로 얼룩졌던 아프리카가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풍부한 자본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석유, 천연가스, 광산 개발권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2220억 달러로 2000년 대비 21배나 늘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든 중국 사람과 중국 기업,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아프리카 각국의 도로, 철도, 교량, 체육관 등은 대부분 중국이 건설해준 것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높이 99.9m인 아프리카연합(AU)의 빌딩은 중국이 건립해 기증한 것이다. AU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모임을 말한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는 총 160만 명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아프리카 각국에 2000km가 넘는 철도와 3000km가 넘는 도로 건설을 지원했다. 또한 아프리카 각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있고, 빚을 갚지 못한 국가엔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여 왔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서 가장 큰 특징은 인권 탄압이나 독재로 낙인찍힌 국가들과도 철저하게 정치적 조건을 달지 않고 실리 차원에서 교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노동자들을 차별 대우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의 노동을 강요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과거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아프리카 진출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서방의 과거 식민주의적 침탈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와 우정의 표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남수단에 보병 700명을 유엔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파견했다.

또 말리에도 유엔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공병과 의무 부대를 배치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동북부의 지부티에 첫 번째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아프리카 공략을 위해 쏟아 부어 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총회를 열었는데,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총회에 참석해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해 3년간 600억 달러를 10대 협력 프로젝트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 기술자 20만 명, 유학생 4만 명을 중국에 초청해 훈련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10억 위안을 식량 지원에 사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중국은 올해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경제무역합작교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39개 분야에서 180억 달러에 달하는 합작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다.

일본도 자금을 앞세워 아프리카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이 아프리카를 적극 공략하자 자칫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3171개인 반면 일본 기업은 397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27일 기업인 70여 명을 대동하고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6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직접 참석했다.

일본 총리가 케냐를 방문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 중국보다 훨씬 앞선 1993년 TICAD를 만들어 5년마다 자국에서 회의를 개최해 왔다. TICAD는 일본 주도하에 아프리카 지원과 개발을 추진하는 국제회의다. 일본은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자 TICAD를 아프리카에서 직접 개최하고 아베 총리가 참석까지 한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TICAD의 개최 주기를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TICAD의 기조연설에서 “향후
3년간 아프리카의 인프라 정비, 인재 육성 등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일본 기업의 진출을 늘리기 위해 ‘일본·아프리카 관민 경제포럼’을 만들어 3년마다 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술자와 전염병 대책 전문가 등 1000만 명의 아프리카인 인재 육성에 나서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아베 총리가 약속한 지원 금액은 시 주석이 밝힌 자금 규모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일본은 인재 양성, 질 높은 지원과 투자를 통해 중국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아프리카 지원 계획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 이름 붙이고, “아시아의 성공을 아프리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21세기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中·日·印 열띤 애정 공세, 아프리카 선택은?
인도 역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쳐다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모잠비크,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했다. 인도 총리가 모잠비크를 방문한 것은 34년 만이다.

모디 총리는 이들 4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식량, 무역, 에너지, 해상 안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아프리카 4개국은 모두 인도양에 접해 있는 국가들이다. 인도는 아프리카 수출의 관문이며 해상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 4개국과의 협력 강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2008년부터 3년에 한 번꼴로 인도와 아프리카를 번갈아 가며 인도·아프리카 정상회의(IAFS)를 개최해 왔다. 특히 모디 총리는 지난해 10월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인프라 시설 구축을 위해 5년간 1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장학금과 보건기금 등으로 6억 달러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인도의 경제적 존재감은 중국과 비교하면 미약하다. 실제로 인도의 대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2014년 기준 700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도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와의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또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아프리카 철도 가설 현장 인부로 왔던 인도인들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 교민들을 활용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 3국의 각축전을 삼국지에 대입할 경우 중국은 위나라, 일본은 촉나라, 인도는 오나라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위나라처럼 압도적인 국력으로 대규모 인적·물적 자원을 아프리카에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오랜 기간 공들여 투자해 왔다는 점에서 정통성 우위와 기술력을 자랑했던 촉나라를 닮았다. 인도는 양쯔 강을 끼고 있던 오나라와 비슷하다. 인도는 인도양 제해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도양에 접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이들 3국 중 어느 국가가 앞으로 아프리카 쟁탈전에서 승리할지 주목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