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on your tax]세법 개정과 상속 세금
정책성이 강한 세법은 여론의 향방에 따라 크게 개정 방향이 요동친다. 상속은 특성상 시기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법 개정 내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매년 개정되는 세법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내 주머니에 들어올 돈 중에서 얼마만큼 정부의 주머니로 집어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해 8월에 법률 개정안, 12월에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2016년부터 시행되는 세법 개정 내용에 매의 눈길들이 쏠렸다.

개정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분야는 2015년 중에 거래나 행위를 완료하려 했을 것이고 세금 부담이 감소하는 분야는 2016년 이후로 그 거래나 행위를 늦추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분야들도 있다.

급여소득자나 상속의 경우가 그렇다. 급여소득자의 경우 세법 개정 내용 때문에 급여 인상이나 인하, 퇴사나 입사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은 그 시기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게 최대 맹점이기도 하다. 사람의 생명을 세금 때문에 조절할 순 없지 않은가. 따라서 단순히 세법 개정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개정 내용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엎치락뒤치락 세법 개정에 낭패
개정 세법의 해설 자료 및 개정 조문 문구는 물론 개정 내용의 적용 시기를 규정하는 부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심지어 1년 전의 부칙 조항을 소급 개정해 법 적용 시기를 조정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수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사항들을 체크해 가면서 거래나 행위의 시기를 조절해야 절세 대책에 실수가 없다.

오래전 일이다. A씨는 고령인 부친의 병환이 위중한 상태에서 그 해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 발표 내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해 12월에 부친은 사망하고 다음 해 1월부터 시행되는 상속세는 세 부담이 완화되는 쪽으로 개정됐다. 그러자 부친의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상속인 A씨는 부친의 사망 일자를 한 달 정도 뒤인 것으로 조작해 세무 당국에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상속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제 장례 일자, 부의금 장부 등이 확인돼 상속세 신고 시의 사망 일자가 허위임이 드러나고 그 결과 상속인들에게는 거액의 상속세가 추징됐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B씨는 2015년 8월 즈음에 30년 이상 보유한 토지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 B씨의 토지는 세법상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됐다.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세율이 2015년에는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이 적용됐으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적용받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지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곧이어 매매 가격도 쌍방 간 50억 원으로 합의가 돼 2015년 내에 모든 거래가 완료될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번 세법 개정 내용에 2016년부터 양도하는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세율의 경우 일반세율에 10% 가산세율을 추가로 적용하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B씨는 세무대리인으로부터 가산세율 적용으로 인한 세 부담 증가 효과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으로 인한 세 부담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자문을 받고 잔금 청산일을 2016년 1월로 연기하는 것으로 매수자와 합의했다.

그러나 당초 정부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시에 보유 기간 판정을 위한 기산일이 실제 토지 취득일이 아닌 2016년 1월 1일부터 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참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 수정이었다. 정책성이 강하고 변동이 많은 세목이라는 양도소득세 고유의 특성이 또 한 번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2016년 1월이 돼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세법 개정 내용에 대한 세무대리인의 부실한 자문과 본인의 불찰로 인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증여세 포괄주의의 보완?
해방 이후 우리나라 증여세의 역사는 60여 년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민법상의 증여에 대해 과세하다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이전하는 간접적인 증여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과세 대상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증여세법에 열거되지 않은 거래나 행위를 이용한, 기발한 조세 회피 사례가 등장하고 입법 취지를 무색화하는 방법들이 나타나자 2004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됐다. 증여세 포괄주의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증여 행위가 발생하면 모두 증여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증여세 포괄주의 과세의 첫 번째 문제는 어떤 행위가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증여세 과세표준 산정을 위한 증여재산가액은 어떻게 계산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포괄주의 과세 방식을 적용함에 있다. 예를 들어 흑자 법인에 자산을 증여해 해당 법인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높인 경우 이 주식 가치 상승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게 되면 법인세가 과세된 소득에 대해 다시 증여세가 과세되는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5일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판결된 11건 모두 국가가 패소하면서 그에 따른 과세 당국의 대응 지침도 나왔고 이번 상증세법 개정에 포괄주의를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세 당국은 법적 안정성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를 보완하고, 개별 증여 예시 규정의 증여 시기와 증여재산가액 계산 방법 등을 명확히 했다. 또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사업 기회를 제공받은 수혜 법인의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 근거를 신설하는 한편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원칙에 따라 상증세법에 열거된 증여 예시적 성격의 개별 규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해당 규정을 준용해 증여재산의 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증여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증여재산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으로 법령을 개정했다.

또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법인은 증여세 납부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영리법인이 증여받은 재산 또는 이익에 법인세가 과세된 경우에 해당 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는 상증세법에 따라 증여로 의제되는 경우(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특정 법인과의 거래)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했다.

과세 당국은 이번에도 증여세 포괄주의 과세 규정을 보완했으나 과세 당국과 납세자 간에 과세의 정당성 및 예측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직·간접적인 이익의 분여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고 증여재산가액 산정 방법을 규정하면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경우와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를 열거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거래 및 행위를 명확히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법 개정은 어떠한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