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가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환경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업무 제휴는 밸류시스템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에 대한 경쟁력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빅데이터 등 변화하고 있는 분석 시장을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밸류시스템은 2009년 8월에 설립됐지만, 전신은 빅데이터를 주력으로 해 온 최앤정테크놀로지다. 회사명은 밸류시스템의 주축인 정환종 대표와 최상민 이사의 성(姓)을 그대로 따다 붙였다. 정 대표와 최 이사는 2001년 주식투자 동아리에서 만나 현재까지 밸류시스템을 이끌고 있다. 최앤정테크놀로지 때부터 주식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하나씩 체크해 가며 자료를 모았고,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2000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의 길을 걸어 왔다. 그는 친구들과 기숙사 안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지만, 과도한 욕심 탓에 큰 손실을 입은 경우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5000만 원을 빌려주셨는데, 그걸 금세 다 잃었어요. 일어설 방법을 찾으며 공사장 막일을 뛰었고, 그렇게 돈을 모아 100만 원부터 다시 시작해 지금의 밸류시스템까지 오게 됐습니다. 대학에는 휴학 후 다시 돌아가지 않았죠.”
빅데이터 기반 투자로 명성 쌓아
밸류시스템은 11월 현재 자기자본 60억 원, 수탁고는 1780억 원으로 개인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로인이 밝힌 수익률 기준으로는 지난 1년간 29.45%를, 최근 6개월 기준 4.77%를 기록해 각각 상위 3%와 5%에 랭크됐다.
정 대표에 따르면 회사의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성장을 꾀한다는 경영 철학이 좋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5000억 원 이상 운용하게 되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매진한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의 행동 습관을 연구하면서 가능한 빨리 회복될 수 있는 주식을 찾는 일에 주력해 왔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밸류시스템은 에프앤가이드와 세계 시장에서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곳에 가입해 재무 등의 정보를 받고,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정 대표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싶다는 유혹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성향을 지키고자 한다”며 “고객이 향후 10년까지 좋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밸류시스템의 주요 고객은 대기업 회장과 상장 기업 대표 등 고액자산가가 대부분이다.
“저희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좋은 주식을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지고 있습니다. 분산투자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분산투자라고 하면 수익률은 작아지고, 리스크는 커진다고 말하더라고요. 재밌는 건 수익률이라는 게 50개 중 3개가 잘 돼야 오른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한미사이언스와 크라운제과, 서울옥션, 유니테스트 등 300% 이상 오른 기업 외에 다른 관심 종목은 조금 오른 수준입니다. 앞으로는 중국과 일본, 모바일에 침해받지 않는 기업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그룹주와 자동차부품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개별 기업으로는 ‘인바디’와 ‘코메론’ 등이 눈에 띈다고 짚었다. 정 대표는 “모바일은 중국 샤오미가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자동차는 중국이 국내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며 “환율전쟁 중인 일본은 국내에서 도요타자동차 등을 많이 팔았지만, 어쨌든 실탄은 다 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동차그룹·자동차부품주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바디의 경우, 체지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동남아를 거쳐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론도 국내 ‘줄자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곳으로 분석했다.
핵심은 모바일 서비스, 시장 선점 노력
“앞으로는 모바일이 핵심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내년에 가장 촉망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봐요. 밸류시스템과 로보어드바이저 ‘아이로보(irobo.co.kr)’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죠. 최근 KDB대우증권과 업무 제휴를 했고, 현대증권과는 준비 중입니다.” 온라인 서비스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게 정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모바일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투자 알고리즘 개발을 이미 완료했고, 증권사에 이어 은행과도 자문 계약을 끝마쳤다”며 “가장 중요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3년 이상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등 검증 과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자신했다.
‘아이로보’는 현재 총 461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1720억 원의 투자를 받아 38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정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수수료 절감을 위해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만, ‘아이로보’는 기존 ETF 외에도 주식과 채권 등을 직접 선택하는, 다양한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며 “주식이 오르지 않은 시장 환경에서도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밸류시스템의 운용 인력은 총 4명이며, 리서치 인력은 6명이다. 회사는 온·오프라인 투자 자문 외에도 사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나원재 기자 (nw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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