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에서 섬유 관련 공부를 했어요. 보통 섬유 전공자들은 섬유 제조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데, 그러면 지방으로 발령이 나요. 서울에 남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패션 회사를 생각하게 됐죠. 현재까지 패션계 70%, 유통계 30% 이렇게 경력을 쌓아 왔네요. 패션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 흐름에 맞춰 상품을 풀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니까요.”
국내 잭니클라우스의 최근 현황이 궁금합니다.
“론칭 30주년을 맞은 지금, 백화점과 대리점 등 다양한 형태로 약 90개의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매출은 연 700억 원대입니다. 골프 의류 중에서는 국내 톱 수준이며, 40~50대가 많이 찾으십니다.”
과거 ‘코오롱’이 올드한 이미지가 있었다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젊어진 느낌이 듭니다.
“스포츠 브랜드, 어덜트 남성복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남성복 노하우를 갖고 새롭게 시도를 한 것 중 하나가 ‘클래식을 컨템퍼러리하게 보여주자’는 테마로 2009년 제가 론칭한 ‘커스텀멜로우’인데요.
커스텀멜로우를 비롯한 기타 브랜드의 성공과 더불어 쿠론,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등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내부 토양이 바뀌기 시작했죠. 해외 브랜드를 가져오기보다 자체 브랜드를 잘 키워 나가자는 것이 코오롱의 신념이기도 하고요.
현재 커스텀멜로우는 중국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중국 남자들의 옷차림이 상당히 바뀌었다더군요. (웃음) 이제 우리나라도 패션을 리딩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소리지요.”
커스텀멜로우는 2030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치고 가격이 꽤 비싼 편인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비결이 궁금하군요.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코어 아이덴티티’입니다.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 원데이 아트페스티벌, 홍대점 어쿠스틱밴드 공연 등 문화적 코드를 접목시킨 것이 주효했지요. 지금은 일반화된 방법이지만 당시엔 정말 신선했거든요. 최근 여성복도 론칭했습니다. 남성복이 성공해 여성복까지 이어지는 첫 사례가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얼마 전 잭 니클라우스가 한국을 찾았는데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골프클럽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렸고, 같은 시기에 3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해서 상당한 브랜드 리마인드 효과를 거뒀죠. 갤러리만 10만 명 정도 온 대회였으니까요. 특히 초청받은 VIP 고객들이 상당히 좋아하셔서 우리도 무척 고무됐던 것 같네요. 잭 니클라우스와 사진을 찍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고요. 후에 잭 니클라우스 본인도 예상외의 환대를 받아 무척 기뻤다고 하더군요.”
내년부터 잭니클라우스가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골프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이미 정점을 찍었습니다. 액티비티가 다양해지면서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안착한 상태지요. 상당수의 골프 브랜드가 프리미엄 캐주얼 콘셉트로 유지해 왔지만, 골프 플레이어들이 이용하는 브랜드로 남아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도어 시장으로 유출됐던 고객들이 다시 골프 의류로 돌아오는 수치도 확인되고 있고요.”
골프 마니아를 위한 독자성을 강화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본질이 있다면 다시 찾으려고 합니다. 그중 잭 니클라우스가 호스트로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PGA)대회 ‘메모리얼 토너먼트’의 휘장과 모티브, 스토리를 녹여낸 제품 등을 리메이크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스크린 골프대회에서 선발된 인원과 잭니클라우스 VIP 고객이 함께하는 골프대회를 통해 2명을 오하이오 메이필드 골프장에 보내는 특별한 이벤트도 생각 중입니다. 오하이오는 잭 니클라우스의 고향이자 ‘JNII(Jack Nicklaus Internatio- nal Invitational)’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이외에도 올해부터 SBS골프아카데미에 협찬하는 등 골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잭니클라우스의 강점을 한마디로 표현해주시죠.
“단연코 뛰어난 품질입니다. 이는 코오롱의 강점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브랜드 중 하나로 축적한 노하우,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하는 부분은 감히 최고라고 자신합니다.”
이현화 기자 leehh@hankyung.com
사진 남용(CAMERAWORK studio)
메이크업 박춘연(파크뷰칼라빈)
헤어 염진영(파크뷰칼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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