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후 생기는 가장 흔한 무릎 부상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대퇴골(허벅지 뼈)과 경골(정강이 뼈) 사이에 자리한 초승달 모양의 물렁뼈로, 무릎 내에서 관절의 안정성과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런 반월상 연골판이 퇴행과 외부 충격에 의해 손상되면 무릎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중년층의 경우, 퇴행으로 연골판이 약해진 상태인데,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 근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한 산행을 감행하다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무릎이 뻣뻣하거나 무릎에서 힘이 맥없이 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통증 때문에 보행이 힘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갑자기 방향을 돌릴 때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게 되기도 한다.
무릎이 붓거나 잘 펴지지 않는 것도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됐다는 신호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손상 부위가 점점 커지고 결국 퇴행성 관절염이 조기에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관절 연골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관절 연골이 심한 압력을 받게 돼 물리적으로 연골 형태가 변하고 점차 두께가 얇아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연골판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 치유나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손상된 부위를 복원시켜 관절염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 발견과 치료 중요
등산 후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 의심되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 후 적절한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손상 부위가 작고 증상이 나타난 기간이 짧다면 부목이나 석고 등으로 무릎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는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절개 수술 없이 30분 내외의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삽입해 모니터로 관절 상태를 보면서 찢어진 연골판 부분을 봉합하고 다듬어주는 방법이다.
반월상 연골판이 50% 이상 광범위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연골판 이식술로 관절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 연골판 이식술은 특수 처리된 생체 반월상 연골판을 채취해 이식하는 시술로 자신의 연골판과 생체학적으로 똑같은 연골판을 이식하기 때문에 이물질에 대한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이식 후에도 생착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관절내시경으로 시술하므로 흉터 걱정이 없고 회복이 빠르며 시술 시간도 20~30분으로 짧다. 이식 후 4주 정도면 보행이 가능하고, 2~3개월간 재활훈련 후에는 가벼운 운동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등산으로 인한 반월상 연골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의 나이와 무릎 상태 등을 고려해 등산 코스를 선택하고 과시성 산행을 자제한다. 등산용품도 중요한데 배낭은 되도록 허리벨트가 있는 것을 사용해 등에 밀착되게 하고, 배낭 무게는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 등산화는 너무 죄거나 큰 것은 피하고 발뒤꿈치를 안정감 있게 지지해주는 신발을 착용한다. 지팡이를 사용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도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릎에 부담을 느낄 때는 보폭을 작게 잡고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산행 후 무릎 통증이 있을 때는 휴식이 최선이다. 하산 후에는 정리운동을 해주고 평소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한 만큼 온찜질로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갑작스런 통증이나 관절의 열감이 있다면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손바닥으로 근육이 뭉치기 쉬운 부위를 가볍게 마사지해주면 근육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등산 후 통증을 느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가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휴식 후에도 무릎이 삐걱대는 느낌, 뻑뻑함, 부종, 통증 등이 사흘 이상 계속되는 경우 조기 검사를 통해 연골판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박승준 부평힘찬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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