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 정부가 증시 방어를 위해 인민은행을 동원해 주식을 매입하고, 신주 발행 및 기업공개(IPO)를 금지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상장 주식 중 절반에 가까운 주식에 거래 정지를 취한 것 등과 관련해 시장의 신뢰성도 상당히 훼손됐다.
게다가 7~8월 생산 및 투자 등 경제지표도 부진해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에 필자는 지난 8월 말에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국사회과학원,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CICC)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전문가들을 만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실체를 확인해보았다.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 시행착오 불가피
현재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속 성장단계에 진입, 고속 성장에 따른 문제점 부각 및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례 없는 구조 개혁 추진 등으로 대변되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에 처해 있다고 평가한다.
또 시진핑 정부는 경제 및 금융시장 운영에 있어 막강한 권한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개혁은 경제 및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한층 더 심화(in-depth)된 단계에 진입했고, 과거보다 더욱 복잡해지고 신중한 정부의 판단을 요구하는 개혁 심화단계에서 정책 집행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해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국 경제가 과거 투자와 제조업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소비 및 서비스업 위주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新)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내 전문가들의 자신감 근저에는 세 개의 신성장 동력이 있다. 먼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국내 제조업 공급 과잉을 BT(건설, 양도) 방식 등의 해외 수출로 해소하고, 투자 대금은 원자재 현물 상환 등으로 회수함으로써 중국 내 원자재 부족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미 계획하거나 추진 중인 사업 규모는 1조40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다음으로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구조 업그레이드를 들 수 있다. 서비스업의 성장 및 정보기술(IT)의 발전, 소득 향상, 고령화 등에 의해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판매 채널이 확대되고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이른바 신흥 소비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
마지막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공동 발전 및 창장(長江)경제벨트 조성 계획 등 지역경제 일체화 개발이 경제 성장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세금 감면 및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 그리고 인프라 건설 투자 프로젝트 발주 간소화 및 민영기업 투자 참여 확대 등의 투자정책이 신성장 동력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유-민간 혼합소유제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국유기업 개혁, 농촌의 토지도급권 거래 및 담보 설정 실현 등의 토지 개혁, 지방정부 부채 경감을 위한 자금조달원 확대 등의 재정 개혁이 향후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지난 8월 11~12일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 조치의 배경은 그간 위안화가 달러를 제외한 기타 통화 대비 큰 폭으로 절상됨으로 인해 절하 압력이 가중된 데 대한 정책 반응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시장 지향적 환율 결정 시스템으로의 전환, 통화가치 절하를 통한 수출 경기 부양 등의 목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위안화 가치의 대폭 절하를 통해 향후 위안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에 심어줌으로써 외화유출 유인을 사전에 차단, 이를 통해 증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미치게 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위안화 가치 향방에 대해서는 올해 전체로는 연초 대비 소폭의 절하에 무게를 두었으나 수출 지표 악화, 주가 하락 등이 지속될 경우 지난번과 같은 대폭 절하 조치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에 대해서는 펀더멘털 약화에 따른 상승 모멘텀 부재 및 신용거래 규제 등에 따른 증시 유동성 축소에 크게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가계자산에서 주식 비중(5~15%)이 낮고 기업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5%) 또한 낮아서 증시 급락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아직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의 공황 심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경계심을 가지고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증시 급락 실물경제 영향 제한적
필자가 만나본 중국 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최근의 생산 및 투자 부진 등의 우려 요인이나 부동산 시장 회복 등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경기 저점은 빠르면 4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고, 대체적으로 올해 7% 내외의 성장률 달성을 낙관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중국 지도부가 공언한 ‘예속성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예속성 지표는 일반 연구기관이 추산하는 ‘예측성’ 지표와 구별되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2013년 제18차 공산당 삼중전회에서 설정한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총량 및 주민 소득 2배 증가’, ‘도시화율 60% 달성’ 등의 목표 지표를 말한다.
이 지표는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관련된 미래상(소강사회 건설)을 대변하는 것으로 공산당 지도부의 체제 유지 및 평가와 연관돼 매우 강한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근거할 때 단순 계산으로도 향후 5년간 연간 6.5% 정도의 성장률만 달성한다면 상기 목표가 실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성장률이 현재보다 0.4~0.5%포인트 둔화될 경우 세계경제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개방형 경제 국가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및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화 및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등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부상하는 중국 소비시장을 겨냥한 중국 서비스업 진출 확대 등 중국 정부의 정책과 경제 환경 변화에 상응하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또 제조 강국으로 질적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더욱 매진해야겠다.
이정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중국금융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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