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주식시장에서 숨어 있는 가치주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시기에 좋은 주식이 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밝힌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지금까지 오해가 풀릴 가능성에 배팅해 왔다”고 말한다. 그를 직접 만났다.
[Market Leader] “오해가 풀릴 가능성에 투자합니다”
투자자문사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전업 투자자문사 2014 회계연도 영업 실적’에 따르면 전업 투자자문사 160개사 중 99개사(62%)만이 흑자를 기록했고, 3년 연속 흑자를 낸 투자자문사는 이 중 28개사(18%)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수수료 수익과 주식투자 이익이 크게 증가해 전업 투자자문사의 전반적인 영업 실적은 대폭 개선되고 있지만, 상위 10개사 순이익은 나머지 자문사 순이익을 상회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VIP투자자문은 국내 투자자문사 중 눈에 띄는 곳으로 꼽힌다. 2003년 투자금 100억 원으로 출발한 회사는 금감원이 밝힌 지난해 투자자문사 순위에서 2조 원이 넘는 수탁고로 2위를 기록했다. 누적 수익률도 500%를 훌쩍 뛰어넘으며, 2011년 이후 줄곧 순이익 3위 내에 랭크되는 등 견실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10년 넘은 투자자문사는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수익률에 따라 부침이 매우 심한 업종이에요. 저희보다 훨씬 규모가 컸던 회사들은 운용사로 전환하기도 합니다만, 어느 순간 사라지는 곳도 많죠. 현재 1세대 자문사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생각보다 적어요. 저희는 큰 부침 없는 꾸준한 수익률로 운 좋게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기업의 본질 알 때까지 분석, 성장 밑바탕
그는 “창업 초기 가치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1명의 고객 자산이라도 최선을 다해 운용했고, 운용 성과에 만족한 고객이 주변 사람을 소개시켜 주면서 알음알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VIP투자자문의 고객은 기관투자가도 꽤 되지만, 개인 자산가 그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VIP투자자문의 가장 큰 강점은 포트폴리오에 넣거나 뺄 종목에 대해 매니저가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외부 정보에 의지하지 않고 기업을 자체 분석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저희는 일종의 ‘사이버 흥신소’로, 그 기업의 본질을 알아낼 때까지 털어 낸다”고 말할 정도다.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저평가를 받는 이유, 즉 오해를 풀어야 제대로 된 기업의 가치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회사의 사업 구조와 히트 상품을 보고, 괜찮은 기업을 추린 뒤 재무제표를 분석하면서 그 회사에 납품을 하는 회사와 납품을 받는 회사, 경쟁사까지 전부 찾아가 실정을 꼼꼼히 따져본다는 것. 그는 “이러한 노력이 꾸준한 수익을 내는 바탕이 돼 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 바이오나 화장품 등 성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업종의 종목이 크게 올랐고, 일부 종목은 정상적인 밸류에이션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전체 산업 생산 대비 해당 업종의 이익을 고려할 때, 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향후 수익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을 대표적인 예로 떠올렸다. “2000년 초반 상당한 실적 개선이 있었지만, 이미 선반영된 주가 때문에 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기억이 있죠. 이럴 때는 먼저 오른 종목보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서 배팅해야 했습니다.”

“굿 컴퍼니(good company)와 굿 프라이스(good price)가 굿 스톡(good stock)이지만, 사람들은 굿 프라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밝혔다.

VIP투자자문은 현재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터라, 강남 지역 자산가들과의 거래도 활발하고, 10년 넘은 고객도 꽤 된다. 9호선 라인이라 경기 남부 등에 위치한 기업을 탐방하거나 김포공항이 가까워 출장길이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과 혁신은 성장 DNA
김 대표는 “강남 지역에서 금융 자산 기준 5억 원 이상 자산가들의 최근 관심사는 세금으로, 예전에는 10억 원만 있어도 은퇴 후 걱정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10년 넘은 고객의 경우, 아버지가 아들을, 주변 친척을 소개하는 패밀리 오피스화가 됐고, 리테일 베이스다”라고 귀띔했다.

VIP투자자문의 성장 이면엔 내부 역량을 강화해 온 노력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Market Leader] “오해가 풀릴 가능성에 투자합니다”
김 대표는 “투자를 위해 기업들을 분석하다 보니 좋은 회사일수록 내부 교육이나 회사 문화, 평가 보상 시스템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본받을 만한 좋은 제도들을 회사에 이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VIP투자자문 내 리서치 인력은 14명, 마케팅 등 영업 인력은 20명으로 자문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3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50여 곳 투자자문사의 임직원 평균 인원이 9명인 것만 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운용 규모에 비해 전문 인력이 넉넉해야 거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소신이다. 그는 “수익률이 좋으면 수탁고가 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 급하게 사람을 뽑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VIP투자자문은 종목의 깊은 분석을 위해 베이징대 출신 애널리스트 등을 운용역으로 계속 충원하면서 올해만 7명의 직원을 영입했다.

회사는 신규 직원들이 빠른 시기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선후배 간 친교를 도모하는 신입직원 워크숍, 독서토론 및 도제식 직장 내 훈련(OJT) 등 여러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열심히 일한 직원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평가와 보상 제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노력은 회사의 그릇을 키우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얘기다.

“회사의 그릇이 중요합니다. 그릇을 넘어선 성장을 하면 그 회사는 자연스럽게 붕괴돼요.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죠.

회사 역량을 먼저 키워야 통제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고, 탄탄하게 회사를 꾸려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VIP투자자문은 늘 교육하고 혁신하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초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을 어떻게 제시할까. “안전운전을 해도 걷는 것보다 빠를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욕심을 부려선 안 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하면서 장기전으로 가야 부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을 고려했을 때 국내 주식만 한 대안은 없고, 가치주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라며 “과열된 시장에 편승하기보다는 기대수익률을 좀 낮추고 보수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나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