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가드닝 스케줄_7월 이야기

장마로 인한 수중전, 그 이후 찾아오는 땡볕, 식물에게 7월은 극과 극의 계절이다. 풍성함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 건강한 정원을 위한 방법 몇 가지.
열매채소의 수확 시기에는 영양분 부족 현상이 자주 생긴다. 이때는 개별적인 영양분 공급도 필요하다.
열매채소의 수확 시기에는 영양분 부족 현상이 자주 생긴다. 이때는 개별적인 영양분 공급도 필요하다.
이른 봄부터 시작된 정원은 7월이 되면 더욱 풍성해지고 열매도 토실해진다. 그러나 사과, 배, 복숭아 등이 수확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나무 입장에서는 이제 곧 올해의 활동을 접고 쉬었다가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잎은 어느덧 누래지고 열매 외에 모든 것들이 기운이 빠져 초라해진다. 결론적으로 풍요롭다는 표현과는 달리 정원은 늙고 초라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비밀의 문이 숨어 있다. 정원이 다시 싱그러운 젊음을 회복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씨 뿌리는 계절
일단 열리고 있는 과일의 숫자를 좀 줄여보자. 이것은 열매를 개당 좀 더 크게 키우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키우고 있는 나무는 당연히 기력을 더 많이 빼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무 자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급속하게 잎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조금 늦추면서 탐스러운 열매를 보는 관상의 효과까지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제 채소밭으로 눈을 돌리면 초봄에 심었던 상추, 쑥갓, 치커리, 겨자 등이 아무리 잎을 뜯어주어도 이제는 꽃대를 올려 씨를 맺고 올해의 삶을 마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채소가 피워내는 꽃을 감사할 수 있는 시기인데 생각보다 예쁜 쑥갓이나 치커리 꽃을 만나게 된다. 꽃을 피운 뒤에는 곧바로 씨를 맺게 되는데 이 씨를 잘 보관한 뒤 바로 뿌려주면 된다. 잎채소는 고맙게도 봄부터 늦가을까지 연중 내내 씨를 틔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빗물을 모아 정원에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 부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빗물을 모아 정원에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 한 번 잎채소를 키웠던 곳에 다시 또 씨를 뿌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감자의 수확이 이제 다 끝났을 무렵이다. 수확을 하고 남은 빈자리가 있다면 여기에 다시 씨를 뿌려 잎채소를 길러보자. 같은 자리에 같은 식물을 지속적으로 심지 않는 것은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정 식물을 좋아하는 벌레들이 아예 그 자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식물들의 자리를 이동시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여름, 물과의 전쟁
일반적으로 장마가 6월 20일을 전후로 시작돼 한 달간 지속되는 것이 그간 우리나라의 기후였다. 그러나 최근 기상 이변과 온난화 현상으로 장마의 규칙성도 깨져 그 시기에도 문제가 생기고, 내리는 비의 양도 가늠이 좀 어렵다. 따라서 훨씬 더 자주, 그리고 정성스럽게 연간, 월간, 주간 날씨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날씨를 알아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름은 극과 극으로 펼쳐지는 물의 전쟁이 사람은 물론이고 식물도 힘겹게 한다. 장마 기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려 마치 목욕탕에 오래 앉아 있으면 손발이 쭈글쭈글해지듯 식물의 잎과 꽃을 녹아버리게 한다. 그런데 이 힘겨운 수중전을 치르고 겨우 생존을 했다고 해도 이제는 정반대의,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는 땡볕이 찾아온다. 이때는 이제 식물은 목마름에 허덕여야 한다. 그래서 지겨웠던 물을 다시 찾게 되고, 물 공급이 식물의 삶과 죽음을 넘나들게도 한다. 특히 아파트 베란다 공간에 흙도 없이 화분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 식물의 뿌리를 가두고 키우는 경우에는 햇볕이 지나치게 강렬한 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7월은 다시 씨를 뿌려 새로운 재배를 시도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7월은 다시 씨를 뿌려 새로운 재배를 시도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비는 한꺼번에 내리고 그치고 나면 바짝 말라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전체 강수량은 충분하지만 늘 식물들이 목마름에 시달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많이 내리고 있을 때 물을 보관해 두고 정원에 쓰는 요령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훨씬 물이 풍부했던 몇십 년 전 우리 어머니들은 이 물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지붕에서 내려오는 물을 커다란 항아리에 담고 곧이어 오게 될 땡볕 더위에 그 물을 퍼내 화단에 물을 주시곤 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물 걱정을 해야 했던 영국은 건기인 여름이 되면 국영방송인 BBC를 비롯해 신문들까지 정원에 물주는 일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정원에 사용하라는 대대적인 캠페인도 활발하다. 이제는 영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우리도 물 걱정과 절약 방법을 찾아야함을 잊지 말자.


영양분 점검, 그러나 과유불급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영양이 있어야 살이 찌고 열매가 생겨난다. 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영양소는 질소, 인, 칼륨이다. 이 중에서 질소는 잎과 줄기의 성장을 관장하고, 인은 뿌리가 땅 속에 잘 내리도록 도와주고, 칼륨은 열매를 잘 맺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미 충분히 잘 크고 있다면 과하게 더 보강해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열매의 크기가 작고, 시들해 보인다면 이때 가까운 농자재상을 찾아가 칼륨 성분이 강화돼 있는 액상 영양제를 사와 물에 희석해 하루에 한 번씩 뿌려주면 열매가 훨씬 탐스러워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격언이다. 다소 부족한 영양분은 비록 크기는 작아도 더 알차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지만 사람에 의해 과하게 공급된 영양분은 식물의 덩치를 키우기는 하지만 그 열매의 맛이 전혀 달지 않게 된다.

작년 가을에 심었거나 혹은 봄에 심어 두었던 마늘이 이제 수확할 시기가 왔다. 수확 시기를 알아보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잎과 줄기가 누렇게 변색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마늘과 비슷한 식물도 이와 똑같은 시기에 심고, 수확하면 된다. 올봄에 꽃을 피웠던 튤립, 수선화, 크로커스, 무스카리 등 알뿌리 식물도 지금쯤 캐내 쪽을 나누고 보관해 두자. 보관할 때는 햇볕과 습기가 없는 곳이어야 한다. 신문지로 켜켜이 쌓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캐낸 뒤 잠시 보관해 두었다가 10월에서 11월 초에 다시 꽃을 피웠으면 좋을 장소에 심어주면 된다. 그러면 다시 봄에 화려한 꽃을 피워준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 문화를 꿈꾸며 정원 관련 전문 글쓰기와 정원 설계를 함께 하고 있다. ‘오 가든스(Oh Gardens)’의 대표이며, 현재 속초에서 디자인 스튜디오와 1박2일 정원학교를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영국 정원 산책’, ‘소박한 정원’, ‘가든 디자인의 발견’ 등이 있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작가 | 사진 임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