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소위 ‘찍어 치는’ 스윙을 잘하는 골퍼나 코킹을 끝까지 유지하다 손목의 스냅을 최대한 이용하는 ‘레이트 히팅’에 능한 골퍼는 왼쪽 손목 안쪽으로 과도한 꺾임이 발생해, 연골판이 찢어질 수 있다.
[Golf Health Column] 손목과 손의 손상
운동을 열심히 하다 부상을 입었을 때 흔히 듣는 얘기가 “운동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말이다. 다른 말로 ‘폼이 바르지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제대로만 하면 아무리 운동해도 안 다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과연 이건 맞는 이야기일까? 정말 운동을 제대로만 하면 부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일반인보다 여러모로 월등한 프로 골퍼들은 어떤지 궁금해지기도 하다.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반만 맞는 이야기다. 운동의 고수들이라고 부상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사용 손상 때문에 그렇다. 과사용 손상은 말 그대로 몸의 한 부분을 과도하고 빈번하게 사용했을 때 그 결과로 부상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몸이 기계라 하더라도 매일같이 닳도록 사용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겠는가? 그럼 골프 선수에게 흔히 발생하는 과사용 손상을 몇 가지 살펴보자. 주말 라운딩을 위해 주중에 매일같이 연습장에서 몸을 불사르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먼저 힘줄의 과사용 손상이 대표적인데 건염 혹은 건초염라고 불린다. 건은 힘줄을 가리키고 건초란 힘줄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을 뜻한다. 따라서 이 질환들은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힘줄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걸 의미한다. 흔하게 오는 부위는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주로 왼쪽 손목의 바깥쪽(엄지손가락 쪽) 부위다. 오른손잡이 골퍼는 코킹 시 왼쪽 손목이 바깥쪽으로 굽어진다. 그러나 다운스윙 및 임팩트 시에는 반대로 바깥쪽에서 안쪽(새끼손가락 쪽)으로 약간 굽어지는데 반대편 오른쪽 손목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약간 굽어지는 운동이 일어난다. 스윙을 수없이 되풀이 하다 보면 이처럼 손목이 굽어졌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고 이런 반복적인 움직임이 손목을 지나는 힘줄과 힘줄막의 피로를 높여 염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바깥쪽 손목에서 생기는 건초염은 특히 자주 생기기 때문에 이를 연구한 스위스 외과의사의 이름을 따서 드케르뱅병(De Quervain’s disease)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이 병은 전형적인 과사용 손상 중 하나로 스윙 메카니즘에 별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반복적인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이 이렇기 때문에 치료의 기본은 휴식이다. 휴식과 함께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을 병행하는데 염증이 심한 경우나 잘 낫지 않는 경우는 부목으로 손목을 고정시키거나 손목 보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 원칙은 드케르뱅병뿐 아니라 손목과 손가락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다른 여러 부위의 힘줄, 힘줄막, 그리고 인대의 염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한편 손가락의 힘줄에서 생기는 손상 중에는 방아쇠 수지가 있다. 손가락을 굽혔다 펼 때 부드럽게 펴지지 않고 딸각 하고 걸리는 느낌이 나는 질환인데 손가락을 움켜쥐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립을 지나치게 강하게 잡는 습관이 있을 때 발생하는 힘줄과 인대의 염증과 비후가 원인이다.

반복적 사용에 따른 부상은 이렇게 염증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뼈의 골절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 골절은 강한 충격으로 인해 생기는 보통의 외상성 골절과 달리 피로골절이라고 불린다. 골퍼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피로골절은 유구골 고리 부위의 골절이다. 손목 쪽에서 손바닥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작은 뼈들을 수근골이라고 하는데 유구골은 그중 하나로 이 뼈에는 고리라고 불리는 손바닥 쪽으로 좀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이 부위가 그립 시에 골프채와 맞닿게 되는데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임팩트 순간의 충격이 왼쪽 손의 유구골 고리 부위에 쌓인다. 한 번의 충격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수없이 반복되다 보면 마침내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유구골 고리의 피로골절이라고 한다. 치료는 운동을 중단하고 깁스 고정을 하는 것인데 충분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도 뼈가 잘 붙지 않는 경우에는 부러진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복적인 스윙으로 생기는 손목 부위의 부상을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손상이 있다. 이것은 공을 소위 ‘찍어 치는’ 스윙을 잘하는 골퍼나 코킹을 끝까지 유지하다 손목의 스냅을 최대한 이용하는 ‘레이트 히팅’에 능한 골퍼에게 생길 수 있다. 이런 스윙이 지속되면 왼쪽 손목 안쪽으로 과도한 꺾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손목관절 안쪽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인대와 연골판이 찢어질 수 있다. 파열까지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부목과 재활치료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때로 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으므로 손목 안쪽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무시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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