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복합점포 내 보험업 입점 여부를 놓고 금융권과 당국, 정치권이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NH농협금융으로 튀고 있다.
[Issue & Focus] 금융권 달군 복합점포 농협으로 불똥 튄 까닭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 입점이 기존 금융업 판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 올까. 은행계 보험사와 전업계 보험사는 각각 고객 편의와 특정 금융사 수혜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물러서지 않는 논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편의를 증대시키고, 금융 서비스가 진화할 것이란 논리와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와 보험설계사 대량 실업, 금융 간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발점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을 연내 추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다. 임 위원장의 의중이 알려지자마자 금융권은 물론, 일부 정치권까지 나서며 논쟁은 일촉즉발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방카 25% 룰’에 엇갈린 시선
업계가 금융복합점포 확대와 관련해 첨예한 입장으로 양분화가 된 배경에는 ‘방카슈랑스 25% 룰(이하 방카 25% 룰)’이 있다. ‘방카 25% 룰’은 금융사에서 특정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전업계 보험사들은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이 입점하게 되면 ‘방카 25% 룰’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방카 25% 룰’로 판매할 수 없지만, 대출 고객에게 계열 보험사의 상품을 강매하는 일명 ‘꺾기’가 자행될 것이란 지적이다. 창구에서 만난 고객에게 자사의 보험설계사를 소개시켜 가입을 유도하면 ‘방카 25% 룰’은 일단 피하면서 계열사 실적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이들 전업계 보험사는 금융복합점포가 많아질수록 소속 설계사들이 설 자리도 줄어들어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금융복합점포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 설계사들은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업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방카 25% 룰’이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설계사들의 일자리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면 종합적인 자산 설계가 필요하다는 원래 취지는 맞지만, 현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 자금은 증권으로, 중장기는 은행으로, 장기 가입은 보험으로 설계를 한자리에서 해준다면 제일 좋겠지만, 은행 상품으로 먼저 접근을 하고,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꺾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에 대해 제대로 된 보험 설계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바로바로 보험 체결이 이뤄져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보험설계사들도 이를 가만히 지켜볼 리 만무하다. 보험대리점협회가 같은 이유로 지난 6월 1일부터 설계사 100인 이상 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금융복합점포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들도 함께 반대 서명에 참석하는 등 그 규모가 총 4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집단행동에 은행계 보험사는 동참하지 않고 있어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은행계 보험사들은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을 추가하는 데 대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은행계 보험사들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금융복합점포에서 계열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면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폭도 넓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전업계 보험사가 지적한 ‘방카 25% 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꺾기 관행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힌 만큼 관련 은행이나 보험사 스스로 내부 통제를 확실히 할 것”이라며 “금융복합점포를 늘리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수혜 의혹으로 불똥 튄 농협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이 입점하면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H농협생명이 올

1분기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3위 교보생명을 제치고 2위 한화생명마저 추월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올 1분기 4조5210억 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뒀고, 한화생명(2조3850억 원)과 NH농협생명은 2조8780억 원으로 수입보험료로

1조9450억 원을 달성한 교보생명을 넘어 그 위로 뛰어올랐다. 이 때문일까. 금융복합점포 확대로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뒷말마저 무성하다.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로 농협공제는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로 간판을 바꾸면서 지역농협은 ‘방카 25% 룰’ 규제를 5년간 유예 받았다. 조합을 통한 판매 비중이 갑자기 낮아질 수 있는 등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금융복합점포 내 보험업 입점이 검토되면서 결과에 따라 농협은 ‘방카 25% 룰’을 사실상 무기한 유예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금융복합점포에 보험업이 들어서면 지역농협은 ‘방카 25% 룰’ 유예가 아니더라도 지역 농민들과의 유대관계 등 점포망을 활용해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NH농협생명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NH농협은행 점포에서만 ‘방카 25%룰’을 적용 받고, 지역농협에서 상품의 80%가 판매되긴 하지만, ‘방카 25% 룰’ 유예가 끝나면 산술적으로 55(80-25)%포인트가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NH농협생명보험의 경우 5월 현재 설계사는 2140명이 있어 총 점포 개수 5782개(은행, 지역농협 포함)에 설계사를 배치하려면 충원을 해야 하나, 이 또한 어렵고, 지역농협이 금융복합점포로 전환한다고 해도 공간적, 비용적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모든 점포가 금융복합점포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설계사에 임직원 1500명을 더한 수는 최대 4000명이고, 그렇게 되면 1500명 이상을 더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향후 몇 년간 생겨날 금융복합점포의 수도 10~20개 정도로 예상돼 지역농협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카 25% 룰’ 유예가 끝나면 지역농협에서 줄어들 부분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농협은 외국계 회사가 주주로 있는 보험사와는 다르게 농업인에게 배당이 돌아간다”고 말을 이었다.

농협은 ‘방카 25% 룰’ 유예가 1년 남짓 남는 내년 초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