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재능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 조금만 솔직해지죠.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요? 정말 노력만 한다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었나요?
분명 동화 속의 경주에서 토끼는 끈기 있는 거북이에게 완패당하고 맙니다. 너무 자만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다시 한 번 그들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거북이가 또다시 토끼를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요. 동화 속 시합에선 졌을지언정,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르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토끼가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거북이는 절대로 토끼를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 동화에 배신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여기죠.
대학 시절, 굉장히 설계를 잘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린 후배였는데,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저런 사람이 건축가가 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저는 밤을 새며 설계를 해 가도 교수님의 한숨을 자아내는 반면, 그 친구는 즉석에서 무언가를 제안해도, 교수님의 감탄을 자아내곤 했죠. 발상이 다르더라고요. 같은 부지에서 같은 목적의 건물을 설계하는데도 결과물은 전혀 다른 게 나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너무 거북이처럼 느껴졌습니다. 토끼 굴에 혼자 동떨어져서 그들을 이겨보려고 애쓰는 거북이 말이에요.
하루는 같은 과 친구들과 MT를 갔어요. 제가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하루 종일 요리만 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면, 제가 바로 만들어줬는데, 제가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저에게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은 라면밖에 끓이질 못한다면서 말이죠. 흔한 재료들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이 그 친구 눈에는 신기했었나 봅니다. 요리가 별로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저는 별거 아니라고 웃으며 넘겼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건축가가 됐고, 저는 요리사가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와 저는 그저 다른 재능을 가졌던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전 설계만을 능력으로 보고, 제가 가진 능력은 하찮게 여겼던 거죠. 요리 실력은 그저 취미, 혹은 아무 쓸모없는 능력 정도로 여겼던 거예요. 그 쓸모없는 능력 덕분에 지금은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됐고요.
우리가 사는 세상엔 달리기 시합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달리기가 느리다고 토끼를 부러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거북이는 토끼에게 수영 시합을 제안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아마도 토끼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었겠죠. 재능을 무시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재능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어쩌면 토끼들 사이에서 오로지 달리기만으로 이기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기획 박진영 기자│글 김남규(‘아는 동화 모르는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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