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1분기 중 60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무려 6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따돌리고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KB국민은행에 대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서두르고 있다.
은행권의 화려한 실적 뒤에 무슨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실적 반등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금융감독원이 5월 11일 발표한 국내 18개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이 2조1000억 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이 1조3000억 원, 지방은행이 3000억 원, 특수은행이 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63%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은행권의 주 수익원이었던 이자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000억 원이나 줄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사실 본업보다는 부업을 통해서 벌충됐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카드와 합병 과정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던 1803억 원의 법인세를 환급받은 것이 실적에 반영됐고, 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삼성자동차 관련 지연이자 수익으로 2966억 원을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것이 영업 외 수익으로 잡혔다.
은행권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은 1분기 반짝 실적을 뒷받침했던 일회성 요인들이 사라지고 나면 신데렐라의 꽃마차처럼 참혹한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분기 반짝 실적이 2분기에도 유지될지 미지수”라며 “주식, 채권, 소송 등 일회성 요인들이 거품처럼 거둬진 뒤 2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 솔직히 두렵다”고 전했다.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 4762억 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 3899억 원을 앞섰지만 사실 일회성 요인인 법인세 환급 등을 제외하고 나면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다.
KB국민은행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방만한 인력 구조였다. 은행권 최대 2만1537명(2015년 3월 기준)의 직원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1인당 생산성이 4935만 원(평균 연봉 8191만 원)으로 은행권 최하위권을 맴돌아야 했다. 이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임금피크 직원(1000명)과 장기근속 일반 직원(4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 만약 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이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한국씨티은행(직원 수 4240명) 규모의 은행이 하나 없어지는 꼴이 된다.
“불효자는 웁니다” 애물단지 된 은행들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에 KB금융에 밀리기는 했지만 순이익 5921억 원을 거두며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신한은행은 1분기 3899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시중금리 하락 등에 따라 NIM이 전년 동기 대비 19bp(0.19%) 감소한 영향이 컸다.
더구나 기업구조조정 리스크 때마다 폭풍의 중심을 빗겨 나갔던 신한은행은 이번에는 경남기업(380억 원), SPP조선(170억 원) 등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1분기 중 대손비용은 21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9%나 늘었다. 은행부문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이익 기여도도 67%에서 60%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더해 신한은행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를 받는 등 사정기관의 타깃이 된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전분기 1630억 원의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908억 원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우리은행도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수익성 지표인 NIM이 전분기 대비 6bp(0.06%)로 떨어져 1.45%를 기록했으며, 추락 속도도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이자이익의 경우 작년
4분기 1조166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36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악재, 민영화 등의 변수는 실적 반등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또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에 매각된 이후 우리은행이 삼성증권과 함께 복합점포를 진행하고 있지만 타 금융사와 경영성과지표(KPI)를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우려도 높다. 하나금융은 1분기 373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94% 실적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2억 원(6.5%) 감소하며 260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물론 2014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통합 관련 일회성 이익 1130억 원을 차감하면 전년 동기 대비 637억 원(32.3%)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한 지붕 두 가족인 외환은행의 실적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12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억 원(73.2%)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매매 평가이익 828억 원과 삼성자동차 채권 관련 손익 246억 원 증가가 포함돼 있으며, 핵심 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714억 원이나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연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조와 상당한 갈등을 보이고 있어 통합 과정의 진통이 상당 기간 실적 개선에 짐이 될 공산이 있다.
작년 1분기 266억 원 적자에서 올해 1분기 900억 원(명칭사용료 부담 전 1479억 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완벽한 반전을 보여준 NH농협은행도 갈 길이 멀다. 펀드와 방카부문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수수료 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5.4%나 증가시키며 79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NH농협금융 전체적으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인수해 새롭게 체제를 정비한 NH투자증권이 1분기 844억 원(명칭사용료 부담 전 기준 872억 원)으로 효자로 거듭난 반면 은행의 장자 자리를 위협했던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 등 보험사들은 각각 156억 원(전년 동기 대비 55.8% 감소), 88억 원(전년 동기 대비 40.8% 감소)의 순이익을 내며 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금융권 최초의 복합점포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를 개점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NH농협은행의 웰스매니지먼트(WM)부문이 상대적으로 타 은행들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은 앞서 2013년 강북 지역을 제외한 강남 지역에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모두 폐쇄시키는 등 자산관리 분야에서 열세를 보여 왔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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