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3인 특별 좌담

한경 머니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4060 행복의 조건’을 주제로 특별 좌담을 진행했다. 머니의 주요 독자층인 4060세대는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자 한 가정의 가장, 조직의 리더로 누구보다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정작 저성장 시대의 어려운 경제 상황, 불안한 미래 등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것이 오늘의 우울한 현실이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와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명사 3인을 한자리에 초청해 이 시대 4060세대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을 찾아봤다.
[Talk to 4060] 당신은 어떻습니까? 4060 행복의 조건
‘4060 행복의 조건’ 좌담회는 지난 5월 18일 오후,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의 한 프라이빗룸에서 이뤄졌다. 구면인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와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우 대표가 “헤어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다”고 알은체를 하자 최 수석부회장은 “30년 넘게 2 대 8 스타일만 고수하다 한 달 전쯤 아내와 손잡고 집 앞 미용실에 가서 처음으로 핑클파마를 해봤다”며 “드라이를 하지 않아도 돼 아침 출근 준비 시간이 30분이나 줄어들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야말로 4060세대 행복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응수했다. 참석자들은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참석자들은 한경 머니로부터 좌담 2주 전에 ‘행복의 조건’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건네받고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좌담회가 시작되자 금세 표정이 진지해지면서 본인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Talk to 4060] 당신은 어떻습니까? 4060 행복의 조건
4060, 자화상을 말하다
권오준 편집장(이하 권 편집장) 저는 4060세대 하면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직장에 다니는 4060을 지칭하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용어가 먼저 생각나거든요. 4060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공유해볼까요.

우창록 대표(이하 우 대표) 저는 40과 50을 한데 묶어 규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40대는 우리 사회가 성장기에서 정체기로 돌아서는 과도기에 끼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세대가 아닐까요. 한마디로 사회적 변환기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죠. 고속 성장기에는 이런 저런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는데 지금은 점점 제한돼 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회사에서도 조직이 클 때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니까 승진을 계속했는데, 지금은 올라갈 자리조차 없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도 50대는 40대보다는 조금 낫다고 볼 수 있지요.

윤대현 교수(이하 윤 교수)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40대, 50대, 60대의 차이가 클지 모르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40대도 60대의 고민을 할 수 있고, 거꾸로 60대도 40대의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정신과 의사인 저를 찾아오는 중년들은 전반적으로 자기 정체성, 즉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성장기를 살았던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스스로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고민을 할 틈이 없었어요. 그래서 성공 뒤에 오는 공허함을 많이 느낍니다. 저를 찾는 회장님들께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의외로 곧바로 대답을 못 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리학적으로 가장 좋지 않은 사례입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금 같은 저성장기엔 좌절을 겪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40대부터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하는데, 저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이하 최 수석부회장) 100세 시대에는 중년의 개념을 4050보다는 4060으로 확장해야 할 얘기가 많아집니다. 저는 금융권에서 일하다 보니 재무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40대는 아직 미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50대는 좀 더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며, 60대는 재테크도 욕심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권 편집장 인간은 사회적 존재죠.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 현실을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윤 교수 의사인 저는 객관적인 것은 만들어줄 수 없습니다.(웃음) 객관적인 것을 가져도 못 느끼는 경우도 많고요.

우 대표 보통 사람들은 자기보다 위쪽을 바라보며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성장 시대엔 자리가 많지만 지금은 조직구조가 피라미드 형태죠.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본인이 처한 현실을 봐야 합니다.

권 편집장 여기 계신 분들은 40대 때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최 수석부회장 저의 40대는 미래에셋증권의 최고경영자(CEO) 시절과 일치합니다. 1997년 국내 1호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19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쳐 1999년 12월 출범한 미래에셋증권의 초대 CEO로 취임했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신생 증권사의 젊은 CEO로 간접투자의 시대를 열고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높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내 밀어붙였습니다. ‘브로커리지가 아니라 종합자산관리다’라는 증권맨의 자세로 힘차게 달린 나름 보람된 40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우 대표 저는 40대에 안정된 직장을 떠나서 개인 변호사로 개업을 했습니다. 어떤 목표나 계획을 가지고 개업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길을 가겠다’는 일념으로 독립했지요. 그전에 갖고 있었던 ‘나는 일류다’라는 생각을 접고, ‘남들이 나를 이류나 삼류로 봐도 좋다’는 생각으로 새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특별히 고민했던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한국 사회 기둥으로서의 4060
권 편집장 성공과 성취의 관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행복의 조건을 ‘성공’으로만 본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따라서 행복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 필요해진 게 아닐까요.

최 수석부회장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달라진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면 불행합니다. 성장률이 3%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의 평균 임금도 자연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옛날 생각을 하면서 5억 원짜리 10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을까요. 현실을 직시하고 눈높이를 낮추면 거기에 맞춘 답이 나옵니다. 3% 성장 시대에서 100세까지 어떻게 살지에 대한 재무적인 준비가 필수입니다. 예컨대, 은퇴 후 매달 300만 원씩 월급처럼 받는 것을 재무적 목표로 잡았다면,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40대는 아직 10년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합니다. 50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 교육 및 결혼 비용 등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확 줄일 필요가 있어요. 60대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9억 원짜리 165.2~198.3㎡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주택을 4억 원으로 줄이고 5억 원을 현금화해 주택연금에 빨리 넣어야 합니다. 주택연금에서 나오는 돈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권 편집장 최 수석부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행복이라는 게 세대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한국 사회는 성공의 조건, 행복의 조건이 너무 획일화돼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또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 대표 재밌는 통계를 하나 알려드릴까요. 행복은 욕구를 분모로 보고 성취를 분자로 봅니다. 그러니까 성취를 욕구로 나누는 거죠. 욕구가 크면 성취가 아무리 커도 행복도는 낮을 것이고, 욕구가 작으면 별 볼일 없는 성취라도 행복도가 높을 것입니다. 부탄이나 스리랑카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분모가 작아서인 것 같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분자가 상대적으로 꽤 컸는데도 분모가 더 커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60대는 성취 곡선이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대를 살았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취감이 낮고, 고성장 시대를 경험했기에 욕구는 상향 조정돼 있어 전체적인 행복감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패러다임이 다릅니다. 그러니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에 대한 패러다임을 잘 정리하고 그쪽으로 힘을 집중하면 삶의 행복도가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윤 교수 행복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 중 하나가 뇌를 행복을 잘 느끼는 컨디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빈도에 예민한 뇌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 수석부회장님께 미래에셋생명 상장이 100짜리 강도의 기쁨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우리 뇌는 생물학 적으로 이 행복을 3일밖에 못 느낀다고 합니다. 적응이라는 심리 기조가 있기 때문이죠. 아침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점심을 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100짜리 강도의 기쁨만 좇다 보면 피곤한 데다, 3일밖에 가지 않으니 그 이후에 더 행복하기 위해선 150짜리 강도의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작은 행복에 뇌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행복도를 높이려면 우리 뇌를 ‘강도’보다 ‘빈도’에 예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최 수석부회장 좋은 말씀입니다. 저 역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또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보다 조직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내가 속한 우리’와 ‘우리 속에 들어 있는 나’ 둘 다 중요합니다. 우리 속에서 객관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면 행복도가 낮아집니다. 가정이건 회사건 ‘우리’ 속에서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느낀다면 보다 행복하지 않을까요.

권 편집장 세 분은 한국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룬 데다 존경 받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사회적 성공이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우 대표 실은 이런 좌담회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60대인데, 40대가 봤을 때 “60대들은 좋은 세상 다 누려 놓고 이제 와 이런 틀에 박힌 조언이나 하고 있다”며 불쾌해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성공과 행복은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엄청난 사회적 성취를 이루고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윤 교수 부와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긴 합니다. 돈은 선택의 자유를 주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지요. 하지만 우 대표님 말씀처럼 단지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 주관적 행복감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행복의 기준이 주관에 있느냐 객관에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객관적 지표로 누군가와 비교해 자신의 가치를 보려고 하면 불행해지기 쉽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딜까’를 생각하게 되니 말입니다.


조직의 리더,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4060
권 편집장 우리 사회 4060들은 대부분 리더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극심하죠. 리더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 대표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리더와 조직원의 행복이 결정됩니다. 재밌는 사례가 있습니다. 로펌 매니지먼트 책을 보면 대표변호사를 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하는 사람을 리더로 세우면 회사가 망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사람을 데려다 놓으면 잘한다고 해요. 리더를 ‘권한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고 싶어 하고 ‘서포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기 싫어하죠. 리더가 됐다고 해서 권한 행사를 하겠다고 들면 안 됩니다. 반대로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이 잘 안 따라오더라도 돕기만 해도 즐거울 것입니다.

최 수석부회장 자신이 갖고 있는 권한을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하면 됩니다. 리더가 되면 조직의 인사, 전략 등을 결정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가 있습니까. 그런데 그 재미를 자신만 독점하려고 하면 안 되고 ‘우리’라고 하는 운동장을 만들어 조직원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적절히 권한을 이양하면 절로 책임감이 생깁니다. 리더는 참을성도 필요합니다. 꾹 참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의 뇌, 나의 뇌가 합쳐져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리더는 고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 교수 공감합니다. 저 역시 많은 기업 총수들과 상담하며 느끼는 것은, 리더가 돈을 많이 받는 이유가 바로 고독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웃음) 큰 맥락에서 보면 행복론과 리더십은 직결돼 있습니다. 행복이란 결국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리더는 관계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행동변화를 주는 사람입니다. 즉, 구성원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으면 성공한 리더입니다. 이제는 목표를 주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직원들의 뇌를 즐겁게 만들고, 때로는 잘 쉬게 해 창조와 공감 에너지가 잘 작동하게끔 하는 것이 이 시대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죠.

권 편집장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가정에서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중년들을 많이 봅니다. 사회적 성공이 가정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인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1953년생.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해군 법무관으로 근무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1992년 우창록 법률사무소(현 율촌)를 개소한 이래 현재까지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1953년생.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해군 법무관으로 근무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1992년 우창록 법률사무소(현 율촌)를 개소한 이래 현재까지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우 대표
60대 이상 세대들이 특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일에 몰입돼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너무 많은 것을 놓친 탓입니다. 남녀 간 사랑이라는 감정은 3년 가기가 어렵다고 하죠. 지속하기 위해선 서로 노력해야 하는데, 일에 푹 빠지면 그 기회를 놓쳐 버리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비단 부부문제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에게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거라’가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도와주마’라는 식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설령 지금 가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4060세대들은 아직 바로잡을 시간이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돕는 배필’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딱 맞습니다.

최 수석부회장 최근에 황혼 이혼율이 신혼 이혼율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이해보다는 부부간의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8남매 중 막내인데, 50년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집사람과는 이 기간보다 더 오래 살겠지요. 그러니 아내에게 더 잘하고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늘 합니다. 황혼기에 이혼하게 되면 무조건 손해입니다.(웃음) 당장 규모의 경제가 깨지죠. 재산도 나눠야 하고, 집도 두 개로 쪼개야 합니다. 노년에 삶의 질이 엉망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사회 전체가 황혼 이혼을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권 편집장 재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 대표 상속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부모세대에서 미리 교통정리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법무법인) 입장에서도 고객들에게 유언장을 미리 남기시라는 얘기를 하는 게 껄끄럽습니다. 예컨대, 자식마다 부모들의 호불호가 있는데, 그것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가령, 부모는 다소 부족한 자식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물려줄 땐 생전에 그 자식에게 지원해준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계산해야 합니다. 유류분 제도로 인해 생전에 지원한 것까지 상속에 포함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남겨주지 않거나 최소 한도로 남기고 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유언장 작성을 통한 생전증여 문화 운동을 펼치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윤 교수 오죽하면 ‘진짜 효도를 받으려면 부모의 사정이 어려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습니까. 부모의 생계가 어려우면 ‘어떻게 잘 돌봐드릴까’를 고민하고, 부모의 재산이 많으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겁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중에는 자녀에게 미리 ‘쿨’하게 주고 의존하는 분들도 많고, 미리 안 주면 안 주대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치매에 걸리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100세 시대에는 가족관계가 화목하지 않으면 사는 게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1961년생. 1989년 동원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97년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립한 공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수석부회장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1961년생. 1989년 동원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97년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립한 공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수석부회장이다.
권 편집장
사회적 존재로 살다 보면 어차피 다양한 갈등을 피할 수가 없는데요.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 등 타인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우 대표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요. 제 경우엔 가급적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제가 그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고,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갈등이 아닌지 돌아보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을 두고서 갈등의 자연적인 진행을 묵묵히 지켜보기도 하고요.

최 수석부회장 갈등이 빚어지거나 어려운 사정이 생긴 사람에게는 웃는 얼굴로 대한다거나 매일 좋은 정보를 준다거나,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내 꾸준히 실천합니다. 1989년 증권사에 입사한 이후 매일 새벽 5시에 증권사 리포트를 요약해 보고서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때 신뢰를 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지금까지 동반자 관계에 있습니다. 사람과의 갈등은 성실한 실천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체득한 노하우입니다.


4060, 나이 듦을 생각하다
권 편집장 우 대표님이나 최 수석부회장님께서는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으시지요. 오랜 시간 동안 몸소 실천하고 계시고요. 사회공헌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우 대표 행복을 느끼는 기저가 제각기 다르다고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행복하고 싶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합니다. 봉사와 나눔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게 행복하다는 말이지요. 저만 해도 살면서 (성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아요. 그들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가 행복해지니 지극히 이기적인 취향이라 할 수 있죠.(웃음)

최 수석부회장 살다 보면 끊임없는 고난과 외로움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악마가 유혹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때 다 저를 잡아주는 것이 바로 기부와 봉사 활동이었습니다. 봉사 활동을 하면 마음에 온기가 피어납니다. 사회공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음을 담아서 하면 됩니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1969년생.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주치의로 통한다. 굴지의 기업 ‘회장님’들은 모두 그에게 정신 상담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1969년생. 대한민국 자산가들의 주치의로 통한다. 굴지의 기업 ‘회장님’들은 모두 그에게 정신 상담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교수
두 분 말씀처럼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면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쾌락적인 중추가 자극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것 역시 인간이 이타적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권 편집장 4060은 나이 드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는 세대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또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 수석부회장 저희 집안은 10년 전부터 정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주위에 알리지 말고 조용한 장례를 치르자, 매장 대신 화장을 하자는 것입니다. 실제 아버님께서도 “내가 죽으면 아무 데나 뿌리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고요. 어머님께서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전국 각지와 해외에 흩어져 사는 8남매와 그 가족들만 조촐하게 모여 살아생전 부모님의 뜻을 기리는 너무나도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종교(가톨릭)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늘 죽음을 인식하고, 살아 있을 때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큰 두려움 없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 대표 저 역시 3년 전 집사람을 병으로 먼저 보내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까지 살고 애니데이(anyday) 미련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주어진 날까지 할 일 열심히 하고 제 소명이 끝나면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습니다. 그 대신, 나이가 들어도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자라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 건강한 영성을 가진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합니다. 인생 후반을 죽음의 공포에 쫓기면서 사는 것은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죽음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여야 살아가는 일도 즐겁습니다. 잘 늙는 방법으로는 문화를 즐기는 취미를 키우는 것이 있습니다. 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곧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느냐 하는 것과 직결되고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자문에도 도움이 됩니다.
[Talk to 4060] 당신은 어떻습니까? 4060 행복의 조건
권 편집장 최 수석부회장께서 ‘내려놓음’을 말씀하셨는데요, 사람의 욕심(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이걸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교수 못 내려놓죠.(웃음) 욕심과 싸우면 답이 없고, 문화와 자연을 즐기다 보면 슬그머니 집착에서 멀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 대표 공감합니다. 수도승이 아닌데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야 있겠습니까. 만족을 느끼는 방법을 바꾸어서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제 욕심을 채우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권 편집장 문득, 세 분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혹은 행복한 순간이 궁금해집니다. 이 질문을 끝으로 좌담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우 대표 ‘가장’이라는 수식어로 시작하는 질문은 참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아내와 결혼을 약속했을 때, 결혼 초 저는 제주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아내는 서울에서 교사를 하면서 서로 떨어져 살아야 했는데, 여름방학을 맞아 아내가 제주에 내려와서 같이 시간을 보낼 때, 미국 유학 시절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텐트 치고 밤을 보내면서 하늘의 별들을 보고 있었을 때 등이 기억에 남네요.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참으로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윤 교수 싫어하는 질문입니다. 하하하. 그냥 대충 ‘별일 없이 사는’ 연습 중이에요. 가수 장기하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처럼요. 그런 평범함에 깃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취미로 열심히 베이스 기타를 치며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최 수석부회장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미래에셋을 책임지며 고객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래에셋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시장이 인정했을 때 참으로 행복합니다. 보험사를 맡은 지 3년째인 올해 수익률과 민원평가에서 동시에 1등을 차지했는데요, 저희의 퀄리티 경영철학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로, 식구들이 제가 하는 일을 믿어주고 힘을 실어줄 때 무척 행복합니다. 바쁜 일상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지만, 늘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화목한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 참 감사해요.


대담 권오준 편집장 | 정리 이윤경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 장소 협조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02-2250-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