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둘러싼 명의 문제로 발생하는 부부간 갈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식의 변화, 재산 규모의 증가 등이 배경에 깔려 있지만, 중요한 건 ‘사이가 좋으면 갈등도 없다’는 점이다.
[BIG STORY] 부부관계의 ‘바로미터’, 명의 갈등
한경 머니가 30대 이상 기혼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명의 문제로 인한 갈등 경험’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명의 문제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3.8%, ‘금융 자산 명의 문제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9.5%였다. 복수 응답을 감안, ‘전혀 갈등을 겪은 적이 없다’는 80.3%를 제외하고 3.6% 정도가 부동산과 금융 자산 명의 두 가지 갈등을 모두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는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보다 재산 관련 소송이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젊은 세대들이 자기 권리에 대해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한 채에 몇백억 원씩 하는 등 예전에 비해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소송을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공통적인 건, 명의 때문에 발생하는 부부간 갈등은 보통 ‘관계’의 좋고 나쁨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사이가 좋을 때는 자산이 누구 명의인지가 중요하지 않지만, 관계에 틈이 생기면 경제적으로 ‘내 몫’에 대한 요구를 하고 그로 인해 다툼이 발생한다. 각자의 ‘몫’에 대한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소송이 진행된다. 이런 경우 대체로 이혼이라는 결론을 염두에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데 그 이름도 익숙한 ‘재산 분할 소송’이 그것이다. 부동산이든 금융 자산이든 각각 명의가 분리돼 있어 누구의 소유인지 확실하다면 ‘계산’은 간단하지만, 대부분 ‘가족 공동 경제’라는 이름으로 명의가 어느 한쪽에 치중돼 있어 법적인 판단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위장이혼·명의신탁 등 부부간 발생하는 명의 문제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과 그로 인한 부동산 명의 변경은 양도세, 취득세가 없다는 점에서 세금 관련 문제도 발생한다. 혼인 관계가 유지되면서 배우자 앞으로 부동산 명의를 바꾸게 되면 증여가 돼 증여를 받는 자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증여세와 함께 취득세 등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로 부동산을 받는 경우에는 그 분할 규모에 상관없이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부부간 증여의 경우도 6억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 받아 세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부부간 증여 및 명의 이전 등으로 인한 세금 문제는 다음 장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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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용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장이혼’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다. 보통 재산이 많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리스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모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A씨의 사례가 그 경우다. 평소 모험심이 강해 벤처사업 등을 많이 벌리던 A씨 부부는 이미 이뤄 놓은 재산이 많은데도 사업 특성상 늘 위험 부담을 떠안고 살았다. 사업상 은행 대출은 필수이고, 그럴 경우 원칙적으로 대표나 오너가 연대보증을 서야 하기 때문. 고민 끝에 A씨 부부가 내린 결론이 위장이혼이었다. 일반적으로 증여 또는 양도의 방식으로 아내에게 재산을 넘길 경우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혼을 통해 재산 분할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핵심 자산 등이 아내 명의로 넘어가면서 증여세도 피하고, 만일의 경우 압류를 당하는 상황 등으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 부부는 ‘서류상’으로 이혼한 뒤 주민등록상 주거지도 따로 하고, 여행을 갈 때도 따로 출국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하지는 못했다. 분명히 ‘따로’ 가기는 했지만, 출입국 기록을 통해 매번 부부가 같은 날 출국하고 같은 날 입국하는 식으로 ‘사실적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 이러한 행적이 하나 둘 들춰지면서

A씨 부부의 ‘위장이혼’은 들통이 났다. 세금포탈 목적의 ‘위장이혼’일 경우 체납 세액 징수는 물론 형사 처벌의 대상까지 될 수 있다.

‘위장이혼’이 꼭 재산이 많은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 모든 재산이 남편 명의로 돼 있는데, 사업 등으로 인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산 보호를 위해 위장이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경제력이 악화되면서 대부분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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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사이가 틀어지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명의 문제는 바로 ‘명의신탁’이다. 명의신탁이란 쉽게 말해 실제로 소유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소유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것이다. 먼저, 부동산 명의신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즉 부동산실명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1995년 제정된 부동산실명법은 이러한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을 해 남의 이름으로 등기하도록 한 사람, 즉 명의신탁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부동산실명법 이전, 조세포탈이나 각종 공법적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명의신탁 등이 악용되면서 생긴 법으로, 부동산실명법 이후 실제로 부동산 명의신탁과 관련된 분쟁도 줄어들었다. 부동산실명법에는 예외 규정이 있는데 배우자 사이의 명의신탁이 그중 하나다. 부부간에는 명의신탁 약정이 유효하게 인정되는 것. 다만,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免脫),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명해야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책임으로부터 면제될 수 있다. 부부간 명의신탁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이로 인한 다툼은 많지 않은 편.

최근에는 부동산 명의신탁보다 오히려 주식 명의신탁(차명주식)으로 인한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주식 명의신탁은 부동산 명의신탁과 달리 명의신탁 약정 자체는 유효하나 들통 나는 순간 증여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신탁자도 수탁자도 세금 이슈 때문에 쉽게 오픈하지 못하는데, 역시나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중견기업 오너인 B씨 부부의 소송이 그 예다. 주요 회사의 주식을 아내 명의로 해 놓은 B회장, 그런데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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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바람을 피우면서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남편 B씨는 회사 주식 가운데 아내 앞으로 된 주식이 명의신탁이니 돌려달라고 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국 남편이 승소했고, 이혼 소송까지 완결되면서 아내에게 재산 분할을 해주게 됐다. 주식이 명의신탁이라고 확정되면서 과세당국에서 이 사안을 알게 됐다. 법정 판결이 과세당국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자료는 아니지만, 이처럼 주요 사건의 경우 과세당국이 챙겨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세금이 부과돼 아내가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이 됐고, 과세당국은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아내 몫의 돈을 추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혼 재산 분할로 인해 B씨가 아내에게 줄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세당국은 아내가 낼 세금만큼 B씨에게 받아갔다. 그러나 결국, B씨 아내는 다시 소송을 했고, 돈을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부부 사이의 신탁은 민법상 위임 관계에 해당돼 본인 과실이 없을 경우 남편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속과 명의
명의 문제는 상속과도 맞물린다. 쉽게 생각해도 상속 자체가 결국 명의를 넘겨주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작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자 선취분’ 이슈를 다시 떠올려보자. 전 재산이 남편 명의로 된 부부가 같이 살다가 이혼하게 되면 아내는 최대 50%까지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혼이 아니라 남편의 사망으로 자식들과 공동 상속을 받게 되면, 자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배우자 몫은 줄어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적으로 남편이 사망해 배우자가 상속을 받게 될 때, 자식들은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일 때가 많고 배우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즉, 이혼을 할 때보다 사망으로 인한 상속 시 배우자가 불리한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그래서 나온 게 ‘배우자 선취분’이다. 상속이 이뤄질 때도 배우자가 먼저 50%를 받고, 나머지 50%는 배우자를 포함해 자식들과 함께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만든 이 안은 반대 여론 때문에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반대론자 쪽의 논리는 이렇다. 회사의 오너가 자식들에게 지분 경영권을 전혀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 선취분’에 따르면 회사 지분이 재혼한 아내에게 넘어간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대기업 오너, 재혼한 부부 등을 전제로 하다 보니 이런 극단적인 경우의 수가 생기는 것”이라며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잠재돼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자 선취분’이 시행되면 자녀들이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게 될 것이라는 부작용이 거론되기도 한다. 실제로 부모의 재산이 많은 경우 재혼을 반대해 사실혼 관계만 유지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럴 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상속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재산분할청구권은 인정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끝까지 사이가 좋은 관계일 경우, 배우자 사망 후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그전에 이혼하게 되면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부부간 명의 문제는 이혼을 넘어 참극을 부르기도 한다. 최근 C씨는 아내와의 명의 문제로 인해 이혼소송까지 가게 됐다. 오랫동안 부부 생활을 유지했던 두 사람의 갈등은 C씨가 아내에게 “왜, 명의가 다 당신 것으로만 돼 있느냐”며 “내 앞으로 명의를 좀 돌려 달라”고 한 게 발단이었다. 다툼 끝에 남편은 아내를 살해했다. 현행 민법상,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에서 배제하게 돼 있고, 이에 따라 C씨는 상속결격자로 상속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아니지만 상속 결격에 대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신혼 부부였던 D씨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뱃속에 있던 아이를 낙태했다. 남편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키우기가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D씨에 대해 대법원은 공동 상속인을 살해했다며 상속 결격을 인정했다. 민법에서 태아는 태어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만, D씨의 경우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와 공동 상속인이 되고, 자녀가 태어나지 않아도 시부모와 공동 상속인이 돼 낙태로 인해 상속에 유리할 게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의문 부호가 남는다.


돋보기 ‘부동산 명의신탁’
명의신탁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즉, 부동산 명의신탁은 실제로는 자기 소유의 부동산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1995년 부동산실명법 제정 전에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흔하게 이뤄졌고, 그에 따른 법률적 제재도 없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부동산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며, 위반 시 형사적 처벌도 받게 된다. 국가가 주식 명의신탁 등과 달리 부동산 명의신탁 약정 시 소유권 이전등기를 무효로 하는 건 부동산은 동산과 달리 공공재이고,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신탁 등을 통해 함부로 취득해 관리하게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명의신탁을 한 실제 소유권자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부동산 명의신탁이 공공연하게 행해진다는 지적이 있다. 명의신탁을 하는 경우는 크게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을 숨겨야 하는 경우나, 특별한 소유 자격이 필요해 해당 자격을 가진 사람의 명의를 빌리는 경우, 그리고 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경우 등이다.

다만, 부동산실명법이 예외적으로 허락하는 명의신탁 약정이 있으니, 부부간 명의신탁과 더불어 종중이 종중 명의의 부동산을 종손 등 일원의 명의로 소유 등기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세금포탈, 강제집행 등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종단 및 종교단체의 기존 부동산 명의신탁 등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양도 담보도 명의신탁과 유사하다. 양도 담보란 돈을 빌린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경우다. 이는 실제 매매하는 것이 아님에도 매매를 하는 것처럼 등기를 이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다면 명의신탁 약정서가 없다면 명의를 빌린 실소유주가 불리하게 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법원은 명의신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별 기준으로 해당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관련 부동산 세금을 누가 내는지, 실제로 누가 사용하는지 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