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투자자를 일컫는 ‘와타나베 부인’이 해외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듯이 ‘김 여사’의 해외 자산 원정 쇼핑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Plan] 1% 금리 시대 ‘김 여사’의 투자처
한동안 금융권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는 ‘안심전환대출’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객들이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 저금리의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정부가 은행권에 일부 자금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2% 중반의 대출 금리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이다.

예금 금리 1%대 진입과 더불어 저금리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 가까이 와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월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하락했고, 앞으로 추가 인하를 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저금리 시대에 우리는 어떤 투자로 대응해야 할까.


대만·일본에서 얻은 교훈, ‘투자의 다양화’
가장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렵게만 보이던 대학 신입생 시절도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 조금은 적응이 편해진다. 새로이 펼쳐지고 있는 저금리 환경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 시대에 적응해야 했던 선배들을 많이 알고 있다. 멀리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있고, 가깝게는 일본과 대만이라는 선배도 있다. 온갖 다양한 금융상품의 천국인 미국까지 갈 것도 없이, 대만과 일본의 예만 보더라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바로 해외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다.

예를 통해 확인해보자. 대표적으로 대만의 보험사를 보면, 금리가 낮아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빠르게 해외 채권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험사의 경우, 향후 미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장기로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자산 배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행태도 매우 보수적인 게 일반적인데도 말이다.

일본의 경우도 그러하다. 저금리가 지속되던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말 중에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말이 있다. 저금리를 피해 채권을 비롯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개인투자자를 칭하는 말이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칭해지는 일본의 투자자들은 저금리인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했다. 이를 통해 그때 당시 와타나베 부인들은 신흥시장의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비슷한 개념으로 미국의 ‘스미스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 중국의 ‘왕씨 부인’이 있다. 모두 고수익 해외 자산에 눈을 돌린 미국인, 유럽인, 중국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김 여사’의 해외 자산 원정 쇼핑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현시점에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봐야 할 해외 자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논하려면 먼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경기는 미국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이 공고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단연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을 위한 공조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양적완화가 진행됐다. 말 그대로 시장에 돈을 풀어놨다는 의미다.


미·EU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주목하라
이렇게 풀린 유동성은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미국 경기가 올해 중에는 본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일 필요가 생겼고, 그 방법이 바로 기준금리 인상인 것이다. 당초 이러한 금리 인상은 올해 6월 중에 시작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그리고 미국의 경기 회복이 금리 인상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하에 우리는 지금 해외 주식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책 모멘텀이 있는 선진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은 지금도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과 일본의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lan] 1% 금리 시대 ‘김 여사’의 투자처
신흥국 중에서는 성공적인 경제 개혁을 이뤄내고 있는 중국, 인도 주식이 유망하다.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인 경제 성장률 7%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작년 후강퉁에 이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선강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중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경제 개혁을 통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식뿐 아니라 절대금리 수준이 높고, 타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에서 위안화 채권 역시 투자할 만하다.

변동성을 관리하는 관점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대한 믿음은 강하지만, 그 어떤 시장도 변동성 없이 상승 추세만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멀티 인컴 포트폴리오’라는 전략을 통해 일정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변동성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금리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 자산은 한국 자산에 치중돼 있다. 낮은 금융 자산 비중은 차치하더라도 이제는 점진적으로 해외 자산에 관심을 가질 때다. 다만, 이 같은 해외 투자에 있어서도 명심해야 할 부분은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것과 본인의 위험선호도에 맞는 자산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성공 투자를 위한 기본이다.


허창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