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데, 자산 투자가 제품 생산이 아닌 재테크에 이용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일본이 재테크에 투자, 버블을 일으켰던 시기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In China] 기업 부채 급증 일본 닮아가나
최근 중국의 가계, 기업 및 정부의 총부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이 은행 융자나 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건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 확대를 위해 설비를 증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은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을 제품 생산이 아닌 재테크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하면 중국 부채는 2013년 기준 가계 19조6000억 위안, 기업(금융 제외) 86조2000억 위안, 정부 23조9000억 위안, 세 부문을 합친 총부채가 129조7000억 위안으로 2010년 이후 3년 만에 59%가 증가했다. 또 총부채의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19.4%로 3년 만에 28.5% 증가하는 빠른 속도다.

그중에서도 기업부채 급증이 총부채 증가의 주요인이다. 2010~2013년간 기업(금융 제외)의 부채 증가는 35조5000억 위안, 총부채 증가에 대한 기여율로 보면 무려 67.8%, GDP 대비 비중도 2013년에 146.6%로 이미 버블기의 일본을 상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 들어 기업부채(금융 제외)의 GDP 대비 비중이 급상승했다지만, 버블 극성기라 할 수 있는 1989년에도 그 비중이 132.2%로 지금 중국보다 낮았다.

중국의 기업부채가 급증한 요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조달한 자금을 생산설비 확대보다 재테크에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4조 위안(7000조 원)의 경기 대책이 나왔을 때, 지방정부가 융자투자 회사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비효율적인 인프라 시설이나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고, 또 국유기업들이 철강과 시멘트, 태양광 등 소위 구경제산업에 과잉 투자한 게 문제라는 거다.

기업부채와 실물투자의 갭으로 봐도 괴리 추세는 뚜렷하다. 즉, 기업부채의 GDP 비중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실물투자(고정자본 형성: 건설 투자+기업 설비 투자)의 GDP 비중은 최근 3~4년간 횡보상태다. 기업조달자금의 대부분이 재테크에 투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버블 시기의 일본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거액의 자금을 조달, 재테크에 몰두했던 것과 유사하다. 1982~ 1989년 기업자금조달은 31조6000억 엔에서 94조8000억 엔으로 세 배 늘어난 반면, 금융 운용 자산은 15조6000억 엔에서 64조8000억 엔으로 네 배 늘어났었다.


중국 부채 증가 속도, 버블 시기 일본 상회
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은 주로 뭘까. 은행 대출 외에 사채(社債) 발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들의 신용도 높아 대출 또는 사채 발행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그럼 기업들의 주 재테크 대상은 어딘가. 분석에 의하면 은행을 경유한 고금리 대출·신탁 융자 같은 그림자금융 상품, 구리·철광석 등 실물 상품에 이르기까지 재테크 대상은 비교적 다양하다고 한다.

첫째, 그림자금융을 활용, 부동산개발기업 또는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경우다. 중국에선 1996년부터 기업 간 직접 대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은행을 매개로 대출(위탁융자)을 하거나 은행 계정과 분리된 신탁 계정을 통한 신탁 융자를 하고 있다. 소위 그림자금융 상품이다. 은행에 중개수수료를 물곤 있지만, 연율 10% 이상, 경우에 따라선 20% 가까운 고금리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긴 대기업 조달 금리는 4~6%대이기 때문에 일단 마진폭은 상당하다. 예컨대 컨테이너를 생산, 판매하는 ‘장쑤순티엔선박유한공사’란 회사는 2012년 6.6%로 자금조달을 해서 부동산개발 회사에 18~19%의 고금리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그림자금융 상품은 2010년 3조6000억 위안에서 2014년엔 9조3000억 위안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상태다. 이런 상황은 최근 순티엔선박유한공사가 채무불이행에 빠진 부동산개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조달과 대출금리의 차 등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고 있는데, 시장에선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둘째, 구리·철광석 등 광물자원, 낙화생·콩 등 농산물, 맥주와 와인은 물론 골프회원권 등 실물 상품 투자도 활발하다. 2013년 중국 신화사 보도에 의하면 중국 기업들이 영업 대상 기업 임원과의 시(關系) 또는 투자 수익 목적으로 골프회원권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버블 시기에도 골프회원권 가격 급등은 특징 중 하나였다. 대표적 예는 로열 매도 골프구락부. 시작할 때 450만 엔이었던 게 붐이 일자 1년 만에 3000만 엔으로 여덟 배 이상 급상승했다. 물론 버블 붕괴 후 급락해서 지금은 수십만 엔에 불과하다.

그럼 어떤 기업들이 재테크에 열광적인가.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이 중국의 국유기업으로 판단된다. 중국 재무부 통계와 BIS 통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유기업(금융 제외)의 부채는 기업(금융 제외)부채의 70~80%다. 이는 재테크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국유기업임을 시사하는 바다.

국유기업은 저금리 자금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금리 대출 운용에 손대기 쉽다. 또 최근 국유기업들, 특히 철강, 화학, 시멘트 등 구경제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과잉 설비로 수익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과 압박을 재테크로 풀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게 현실이기도 하다.
[In China] 기업 부채 급증 일본 닮아가나
그러나 주머니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돈을 이전해서 이익을 늘리는 것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주식을 비롯한 금융 자산 수익률은 중장기적으로 명목성장률에 수렴한다고 보면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고금리 차입 기업은 언젠가 수익 악화와 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 버블 붕괴의 단초는 무엇인가. 성장률의 급락, 원유가 상승 등 분석이 다양하지만, 과거 경험상 가장 일반적인 계기는 금리 상승이다. 물론 현재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다고 하고, 국가마다 금리 인하 경쟁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9월경이면 시작될 거란 예상이 다수 의견이라고 보면 조만간 지금까지의 추세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의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 변화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꼼꼼히 챙겨봐야 할 시점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