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경 머니가 지난 3월 선정한 ‘2015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은행부문 1위에 올랐다. 전재유 신한은행 WM사업부장을 만나
[Market leader] “은행·증권의 이질성 성과 공유로 해결”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 PWM (Private Wealth Management)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으로 최근 들어서야 은행과 증권업의 벽을 허무는 복합점포 붐이 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도적인 실험을 진행했던 셈이다. 당시 시장의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시킨 PWM센터는 현재 전국에 25개 지점으로 확장됐으며, 신한은행의 PB 서비스는 한경 머니의 ‘2015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에서 은행부문 1위에 오르는 등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재유 신한은행 WM사업부장(51)은 1989년 입행해 2008년과 2011년 각각 리테일지점장과 PB센터장으로 으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1년에는 자산관리솔루션 부장으로 PWM사업 모델 도입을 추진한 인물이다. 전 부장은 당시 사업 모델 도입의 이유가 바로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였다고 전한다. 고객들이 한 곳에서 다양한 자산관리 업무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 PWM사업 모델의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는 저금리의 장기화로 금융 트렌드가 ‘저축’에서 ‘투자’로, ‘국내’에서 ‘해외’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자산의 안정적인 운용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객들의 소중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수익률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은행과 금융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1%대 금리 시대에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최근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를 통칭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 인구 고령화에 따른 ‘100세 시대’가 최근 화두예요. 안정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로는 목표 수익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축’에서 ‘투자’로, ‘국내’에서 ‘해외’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또 과거 자산관리라고 하면 개인의 금융 자산관리에 한정했죠. 그런데 지금은 세대를 잇는 가족의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신한은행의 PB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정평이 나 있는데 이 같은 평가를 받는 비결은 뭔가요.
“한 마디로 시작도 고객이고 끝도 고객인 거죠. 저희가 회의를 할 때에는 ‘고객의 자산관리 니즈와 투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등 ‘고객 중심 자산관리 5대 원칙’을 선서하고 진행하죠. 이러한 부분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봅니다. 또 은행과 증권을 망라한 국내 최대의 상품 라인업과 신한은행의 강점인 위험관리, 국내 유일의 부동산 투자자문업 라이선스 보유 등도 호평을 이끈 요소죠. 간단히 말해 고객들의 요구는 딱 두 가지예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원금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수익률은 정기예금 금리 이상 확보해 달라는 것이에요. 저는 특히 직원들에게 고객의 자산에 손실이 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고객 자산의 안전성을 특히 강조하는 것 같군요.
“아픈 추억이 있어요. 외환위기 이후 단위형 금전신탁을 했는데 거기에 대우그룹 회사채를 편입시켰다가 휴지조각이 되는 바람에 고객들이 손실을 입었어요. 2007년 금융위기가 왔을 때는 해외 펀드에서 손실을 보기도 했죠. 고객들은 본업에서 돈을 벌었으니까, 은행에서는 안전하게 수익을 내 드려야죠. 결국 이게 은행원, 신한은행의 본업 아닐까요.”


신한금융의 경우 일찌감치 4년 전 은행과 증권 영업의 융합 형태인 PWM센터를 선보였었죠.
“저희가 2011년 12월부터 PWM센터를 운영했으니까 3년이 지나 4년 차네요. 쉽지는 않았지요. 이 서비스의 출발점은 결국 고객이었어요. ‘고객이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의 상품과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거든요. 사실 은행에는 상품 유통 기능만 있지 제조 기능은 취약합니다. 반면 증권은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까지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제조 기능이 있으니까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상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가져간 뒤 성과는 은행과 증권이 나눌 수 있도록 고민을 한 겁니다. 처음엔 은행과 증권의 경영성과지표(KPI) 처리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그래서 더블 카운팅(금융상품 가입에 대해 은행과 증권 직원 모두에게 실적 인정) 개념으로 접근해 이 문제를 풀었죠.”


복합점포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요.
“KPI가 사실 첫 번째고요. 그래야 현장이 움직여주니까. 그리고 직원들의 인식입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은행과 비교해 개인성과주의가 강하죠. 은행은 조직을 우선하고요. 그래서 우려를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성과가 좋잖아요. 증권사에서 작년까지 구조조정을 하고 난리였는데 그때 굳건하게 금융상품으로 지켜줬거든요. 증권사의 금융상품을 팔 수 있는 신한은행의 고객만 5만 명이 있으니까 증권사와 은행 직원 모두 그 혜택을 공유한 거죠. 사업 초기 웃긴 일도 많았어요. 은행과 증권이 같은 장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문을 다르게 두도록 하고, 고객이 은행팀장과 금융투자팀장을 만날 때 셋이 함께 자리를 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고객 정보를 같이 공유하지 못하도록 말이죠.(웃음)”


PWM사업 초기 WM사업부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요.
“PWM 모델을 도입한 2011년에 WM사업부장과 자산관리솔루션 부장을 맡았고, 당시 이 모델을 도입한 당사자죠. 당시 은행과 증권 모두 고민이 있었어요. 은행은 고객이 많은데 추가로 제공해줄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증권은 상품이 많은데 팔 수 있는 고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죠. 당시 가장 큰 스폰서가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어요. 취임 후 매트릭스 체제를 만들고 신한금융그룹과 거래하는 고자산 고객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정성도 추구하면서 수익률도 높게 유지해주라고 강조하셨어요. 사실 신한은행의 PB사업은 2011년까지만 해도 정체 시기였어요. 하지만 이 모델을 도입하고 나서 3년 만에 자산이 6조 원 정도 늘었죠.”
[Market leader] “은행·증권의 이질성 성과 공유로 해결”
올해 4년 차를 맞이한 PWM 모델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요.
“현재 PWM센터가 25개인데 지방에는 부산 2개, 대구와 대전에 각각 하나씩 있어요. 현재 커버가 안 되고 있는 지역이 있는데 6월과 8월에 인천과 광주에 센터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이나 베트남, 인도, 동남아 쪽은 총자산수익률(ROA)이 우리나라의 4~5배예요. 순이자마진(NIM)은 우리가 1.5%대인데 그쪽은 3~4%에 달하고요. 이들 나라에 PB 서비스를 가지고 나가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향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대한민국 부자들에 대한 시각이 안 좋은데 제가 본 부자 고객은 다르더군요. 정통 부자들은 정말 근검절약하시고 기부를 하고 있거나 하려는 분들도 많아요. 해외에 거주하시는 고객 한 분은 금융 수익이 발생하거나 배당이 일어나면 재단을 만들어요. 그 자산 중 3억5000만 원을 가지고 용마고 재학생이나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요. 이런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데 자산을 불려드리지 못할망정 어떻게 원금을 까먹을 수 있겠어요. 또 한 분은 87세인데 사업을 해 50년 동안 엄청난 부를 축적하신 분이에요. 가족도 없이 혼자 사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폐렴이 와서 입원을 했는데 돌아가셨어요. 말 한 마디 못하고 말이죠. 제가 새로 사업을 하고 싶은 게 세대를 잇는 자산관리예요. 유언공증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분들이 유언장을 안 써요. 돌아가신 분도 유언장 이야기를 꺼내니까 ‘이 놈아, 내가 이렇게 건강한데 무슨 유언장이냐’고 노발대발하셨어요. 유언공증 서비스만 제대로 안착되면 세대를 이어 부(富)가 전달되기도 하고, 상당 부분은 사회공헌 기금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겁니다. 그걸 하고 싶어요.”


그 비결을 들었다. 한용섭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