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부터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 폭이 종전 15%에서 30%로 두 배 확대된다. 하한가로 떨어졌던 특정 종목이 상한가로 마감한다면 하루 변동 폭은 60%에 달할 수 있다. 주식투자, 어떻게 해야 할까.
[Focus] 주가 변동 폭 60% “이것만은 알아두자”
유가증권 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의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등의 상·하한가 폭도 30%로 넓어진다. 정규 장외 주식시장인 K-OTC(Korea-Over The Counter)의 가격 제한 폭과 같은 수준이다. 다만 중소기업 전용인 코넥스 시장의 경우 현행 제한 폭(±15%)이 그대로 유지된다.


미·유럽엔 가격 제한 아예 없다
주가의 상·하한가 제한은 전 세계적으로 없애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1995년 4월 이전까지 상·하한가 정액제를 적용했다. 주가를 17단계로 분류한 뒤 주가 수준에 따라 특정액을 상·하한가로 정하는 식이었다. 이후 6%, 8% (1996년 11월), 12%(1998년 3월), 15%(1998년 12월) 등 단계적으로 가격 제한 폭을 확대했다.

가격 제한 폭 확대는 시장 효율성 증대와 거래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격 제한 폭이 ±8%였던 시기엔 상·하한가 비중이 18.6%였지만 ±12%일 때는 12.0%, ±15%일 때는 8.2%로 점차 줄었다. 거래량은 더욱 증가했다. 1996년 11월 가격 제한 폭 확대 전후 6개월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437만 주에서 3370만 주로, 1998년 3월 전후로는 6257만 주에서 6741만 주로 각각 늘어났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가격을 아예 제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2001년 스페인이 가격 변동 폭을 폐지한 뒤 상·하한가를 제한하는 나라가 없다. 개별 종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지면 하루에도 50% 넘게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다수 국가에서 지수가 크게 움직일 때 일시 거래를 정지하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두고 있다. 흥분 상태의 투자자들에게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예컨대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전날보다 다우존스 지수가 10%, 20% 떨어질 때마다 거래를 일시 멈추도록 하고 있다. 30% 이상 떨어지면 그날 장을 종료한다.

우리나라도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외환위기 시작점이던 1997년 10월 27일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 모든 주식 거래를 중단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중국, 대만 등 아시아의 거래소들은 상·하한가 규정을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한다. 개별 종목의 거래 제한 폭이 대만 ±7%, 중국 ±10%다. 가격 변동 폭이 작다 보니 장이 좋을 때는 상한가 종목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일본은 좀 다른 방식이다.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가격 상한 폭을 정한다. 예컨대 주가가 7000~1만 엔 범위에 있는 종목의 거래 제한 폭은 1500엔이다. 정률로 계산하면 평균 ±22% 정도다.

시장의 효율성과 증시의 안정성 중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가격 제한 폭의 역사가 달라져 왔다. 다만 성숙한 시장일수록 상·하한가 제한이 없거나 폭이 넓다는 평가다. 가격 제한 폭이 넓어질수록 ‘상한가 굳히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가 줄어들고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KRX) 관계자는 “우리도 장기적으로 가격 제한 폭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단계별 서킷 브레이커 적용
가격 제한 폭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보완 장치들이 마련됐다. 개별 종목에 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를 적용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서킷 브레이커를 단계적으로 발동하는 게 골자다.

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는 개별 종목이 상·하한가로 직행하지 않도록 시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작년 9월 도입된 동적 변동성 완화 장치를 보완했다. 기존의 완화 장치는 개별 종목의 체결가를 기준으로 3% 이상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면 2분간 냉각 기간을 부여한다. 하지만 체결가를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2.9%씩 계속 주가가 떨어질 경우엔 하한가가 될 때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새로 도입한 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는 단일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단일가보다 10% 이상 주가가 움직이면 해당 종목의 주식 매매를 2분간 정지한다. 단일가는 투자자 주문을 일정 시간 모아서 가장 많은 매수·매도 주문이 몰려 있는 가격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체결가보다 누적적이다. 장기적 주가 변화를 반영할 수도 있다.

서킷 브레이커 역시 재정비했다. 우선 하루에 한 번만 발동할 수 있던 횟수 제한을 없앴다. 종전 서킷 브레이커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10% 이상 빠질 때 20분간 매매를 정지하고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로 매매를 재개했다. 지금은 세 단계로 나눠 서킷 브레이커를 적용한다. 1단계는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하면 종전과 똑같이 20분간 전체 시장을 멈추는 식이다. 또 단일가로 매매한다. 이후 지수가 전날 대비 15% 이상 떨어지면 2단계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한다. 또다시 20분간 매매를 정지한다. 마지막 3단계는 전날 대비 20% 이상 떨어질 때다. 당일 장을 바로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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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엔드(random end) 제도도 개편했다. 랜덤엔드는 예상 체결 가격과 호가가 크게 벌어질 때 일정 시간 동안 단일가 매매 호가 접수를 받는 방식이다. 작전 세력을 막기 위해 발동하는 랜덤엔드 조건을 모든 거래로 확대했다. 단일가 매매 호가 접수를 받는 시간은 종전 5분에서 30초로 단축했다.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선 대박에 대한 기대와 쪽박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커지게 됐다.

2011년 이후 상·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이튿날 시초가 변동률은 4~5% 수준이었다. 특정 재료에 대한 총 가격 변동 폭이 20% 안팎에 달했지만 15%라는 가격 제한 폭 때문에 발생 당일 균형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또 주가가 12~13% 상승 또는 하락하면 주가가 과잉 반응을 해 상한가나 하한가로 달라붙는 이른바 ‘자석효과’도 나타났다.

가격 제한 폭 확대에 따라 주가 변동 폭은 이론상 하루 동안 60%에 달할 수 있다. 가격 제한 폭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개별 종목의 호재와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사흘 연속 상한가를 치면 주가가 두 배 넘게 된다. 반대로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 ‘반 토막’이 난다. 나흘이면 4분의 1 토막이 된다. 종전 가격 제한 폭(±15%) 제도 아래에선 주가가 두 배 또는 반 토막이 나기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5일 걸렸다.
[Focus] 주가 변동 폭 60% “이것만은 알아두자”
가격 제한 폭 확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은 중소형주가 될 전망이다. 덩치(시가총액)가 작다 보니 외풍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코스닥 종목이 늘어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예측이다. 작년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체 245거래일 가운데 대형주가 한 종목이라도 상한가와 하한가를 기록한 날은 각각 1.6%인 4일로 집계됐다. 소형주는 상한가 227일(92.7%), 하한가 117일(47.7%)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기록일이 245일(100%)로 하루도 빠짐없이 가격 제한 폭까지 오르는 종목이 있었다. 하한가 기록일은 182일(74.29%)이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이 더 많은 손실을 보고, ‘단타’ 매매도 기승을 부릴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가짜 백수오’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또 발생하면 코스닥 지수의 충격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 종목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실적’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일회성 호재나 테마, 미래의 성장성만 갖고 돈을 묻기엔 투자 위험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한 종목만 잘못 투자해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가 큰 종목, 과거 주가 변동 폭이 컸던 종목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가격 제한 폭 확대가 결과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상한가 따라잡기나 상한가 굳히기와 같은 불공정 매매 행위를 자연스럽게 없앨 수 있어서다. 개인들이 과도하게 빚을 얻어 투자하면 위험이 훨씬 커지는 만큼 투자 문화도 건전한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

주식담보대출 한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들이 까다로운 신용거래 조건을 만들고 있어서다. 하한가 범위가 30%로 확대되면서 주식을 담보로 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위험이 덩달아 커졌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아도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담보유지비율을 높이고 있다. 1000만 원을 증권사에서 빌렸다면 과거엔 주식평가액이 1400만 원(담보유지비율 140%) 정도 돼야 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잔고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매매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미수채권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반대매매는 담보 부족 때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조치다. 과거 반대매매 기간은 담보 부족 발생 후 이틀 뒤(D+2)였다. 새 제도 시행 후엔 주식 처분일이 발생일 바로 다음 날(D+1)로 바뀌었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 때 담보 가능 종목 기준에 ‘가격 변동성’ 항목을 추가했다. 주가 변동성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종목의 경우 신용거래 대상에서 제외해 돈을 떼일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주식형 펀드나 ETF 등 간접투자 시장은 지금보다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직접 주식을 사고 팔 때보다 손실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변동성 위험을 낮춘 ‘로볼(저변동성) 중소형주 펀드’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종목을 편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ELS는 변동성이 낮게 유지돼야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자금을 모으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조재길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