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경 머니 상속포럼

사실 우리나라에서 ‘상속’이라는 말은 불편한 단어다. 특히 자식들이 상속과 관련된 이야기를 부모 앞에서 꺼내는 것은 불경스럽게까지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재산 상속 과정에서 자손들이 진흙탕 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이제 부모 세대에게 있어 생전의 상속 플랜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에 한경 머니는 제1회 상속포럼을 개최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상속에 대한 난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경 머니는 3월 2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 서울에서 자산가 50여 명을 초청해 제1회 상속포럼을 진행했다. 최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맨 왼쪽)가 ‘분쟁 없는 유언장 작성’과 관련해 강의하고 있다.
한경 머니는 3월 2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 서울에서 자산가 50여 명을 초청해 제1회 상속포럼을 진행했다. 최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맨 왼쪽)가 ‘분쟁 없는 유언장 작성’과 관련해 강의하고 있다.
한경 머니가 고령화 시대에 ‘상속’이라는 난제를 자산가들에게 화두로 던졌다. 3월 2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 서울의 설악룸에서 자산가들을 초청해 제1회 상속포럼을 진행한 것.

이날 포럼은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회계사와 국내 은행 중 상속 분야 최고의 노하우를 갖춘 하나은행의 신탁부와 상속증여센터 강사진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포럼의 열기는 참석자들의 구성을 봐도 짐작이 가능했다. 사전 접수를 받았음에도 당초 예정된 50명을 훌쩍 넘겨 70여 명이 포럼에 참석했으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개인자산가 등은 물론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교보생명 등 10여 개 금융사 관계자들이 귀를 쫑긋 세운 채 행사장을 메꾸는 진풍경도 보였다.

이희주 한국경제매거진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한경 머니가 창간 10주년을 맞이해 ‘분쟁 없는 상속’을 주제로 한 포럼을 마련해 뜻 깊게 생각한다”며 “최근 상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사가 자산가들이 상속 난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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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원지방법원과 서울가정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최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분쟁 없는 유언장 작성과 관련해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유언의 형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이 있으며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자필증서 유언의 경우 본인이 유언서를 직접 작성해야 하고 대필이나 워드 작성 등은 무효”라며 “반드시 작성 연월일과 성명, 날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언으로 담을 수 있는 내용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내 아이들을 엄마에게서 빼앗아서 형이 키우도록 해달라’든지, ‘막내아들을 3년 안에 꼭 장가보내 달라’는 등 법률의 범위를 벗어난 내용은 원천적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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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 재산을 아들에게만 물려주고 배우자와 딸에게는 물려주지 않는다’는 유언도 법적 구속력을 얻을 수 없다. 법정상속분을 넘는 유증이나 증여가 있을 때 일정한 범위의 상속인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유류분’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상속 재산을 주기 싫은 사람들에게 상속을 미리 포기시킨다고 해도 피상속인 생전에 상속인이 한 상속 포기는 무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짜지 못해 사후 상속 과정에서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경우에 대비한 절세 플랜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 감사원에서 국세심사청구 담당과 국세청 담당으로 수년간 노하우를 쌓은 이종광 김앤장 법률사무소 회계사는 우리나라의 과세표준을 설명하며 “결국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산 유형을 바꾸거나 납부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산 유형을 바꾸는 것은 동일한 자산을 세법이 허용한 여러 형태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자산을 비상장주식 형태로 바꿔 물납을 하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물납의 요건은 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고 상속 재산 중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할 경우로 정하고 있으며, 비상장주식의 경우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 물납할 수 있다.

연부연납 등 납부 방법을 통해 한꺼번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게 되면 신고기한 내 납세 담보를 제공하고 연부연납 신청이 가능한데 5년 연부연납의 경우 납부할 세액의 6분의 1은 신고 시 납부하고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

이 회계사는 가업상속과 관련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상장기업의 경우 사전에 절세 플랜을 짜 놓지 않고 갑작스럽게 오너가 사망할 경우 세금을 내기 위해 기업을 넘겨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가업상속에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 독일에서 가업상속에 세금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파장이 국내에도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라고 전했다.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최근 유언장을 대용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속신탁의 활용에 대해 설명해 주목을 받았다. 배 팀장은 “상속세의 두 배가 넘는 증여세가 납부되고 있는데 이는 재산상속 계획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령화에 따라 상속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비한 재산상속 계획은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유언대용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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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은 유언서 작성 없이도 신탁 계약으로 재산상속이 가능토록 한 것인데 유언과 달리 상속 자산을 자식에서 손자로, 아내에서 아들로 순차적으로 지정해 세대 간 연속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경우 딸을 낳기 한 달 전에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자녀가 재산 관리 능력이 있을 때까지 신탁으로 유산을 관리하다가 재산을 딸이 21세, 25세, 30세가 될 때로 나눠 상속 재산을 순차적으로 물려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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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팀장은 “유언대용신탁 설정 시 노후를 대비한 효율적인 재산 관리는 물론 본인 사망 시 어린 자녀를 위한 안전한 재산상속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옵션을 만들 수 있다”며 “특히 신탁의 경우 채권자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녀에게 자산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상속과 신탁’에 대해 설명한 최환석 두레시닝 자산관리팀장은 일반적으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201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 대상 자산의 50%는 부동산 자산이며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이처럼 전체 자산 중 그 비중이 절대적인 부동산도 신탁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관리신탁의 경우 부동산의 보존은 물론 개량과 임대 등의 부동산 사업을 시행해 그 수익을 수익자에게 교부할 수 있다”며 “은행 등에서 고객을 위해 부동산의 임대료를 수납하고,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법규 및 세제에 대해 자문하는 것은 물론 임대나 건물관리 등의 서비스를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을 신규 취득할 때, 상속예정자의 관리 경험 부족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때, 해외 체류나 신병 등의 사유로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부동산관리신탁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