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고진감래. 나무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공통된 얘기다. 심어 놓고 물만 주면 자연이 ‘알아서’ 키워주는 게 나무라고 생각하면 엄청난 착각. 금전적인 투자와 정성어린 손길, 그리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속에서도 자식을 키우는 것 같은 마음으로 나무를 대해야 한다. 나무를 팔아 100배, 1000배의 수익을 올린 이들이 적지 않지만 ‘100, 1000’이라는 숫자만 보고 입문해서는 낭패 보기 쉬운 이유가 여기 있다.

자산 목록에 ‘나무’를 추가해 경제적 이득 그 이상의 것을 얻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숫자’보다 그들의 ‘현장 스토리’에 귀 기울이면 나무 투자의 ‘길’이 보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대안 투자-나무 재테크’ 세미나가 열렸다. 조경수의 가치와 농장 운영 전반에 대해 소개한 이 세미나에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나무에 대한 자산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며 “은퇴를 앞둔 50, 60대뿐만 아니라 의외로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적잖게 놀랐다”고 말했다.

요즘 부자들 사이에서 ‘나무’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히고 있다. 나무 재테크란 작은 묘목을 구입해 어느 정도 성장시킨 뒤 팔거나 이미 성장한 나무 중에서도 수형이 좋은 나무를 구입해 더 가치 있게 키운 다음 값을 올려 되파는 것을 통칭한다.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 대신 나무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개념이다.

‘나무가 돈이 된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당시 조경수의 생산량 및 수요가 급작스럽게 증가하면서 ‘나무를 키워 팔아 강남에 빌딩을 샀다’는 사람들이 여럿 나왔다. 삼림청의 조경수 생산 현황 자료를 보면 조경수 생산은 2009년까지 수직 상승하다 건설 경기의 불황으로 인기가 꺾였다. 그러다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과 건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1%대 초저금리 시대 개막과 맞물려 다시금 나무 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경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조경수를 심는 사람들은 2만~3만 명에 달한다. 전강옥 조경토탈정보학교 엘티에스 나무재테크학교 나무연합교장은 조경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10년 전 나무를 사서 키워 5~6년 전에 팔았던 이들을 나무 재테크 1세대, 5년 전에 나무를 심어 최근 판매에 돌입한 사람을 2세대로 구분했다. 전 교장은 “2세대는 1세대의 성공을 보고 지나치게 많은 나무를 심은 탓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 나무 값이 떨어졌다”면서 “주식으로 치면 바닥을 친 시기이므로 지금 나무를 심으면 되살아나는 건설 경기와 맞물려 성공적인 재테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초저금리로 인해 사실상 투자의 맥이 끊어지고 부동산 역시 대안이 되지 않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나무는 ‘힐링’과 ‘머니’를 함께 취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묘목을 심고 키워 팔기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20~30년 이상 걸리는 중장기 투자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0원짜리 묘목을 심어 10년이 되면 평균 10만 원짜리 나무가 된다. 2000원짜리 2년 내지 3년생 묘목을 심는다면 5년 후에는 10만 원 정도의 나무가 되는 셈이다. 1년에 10배씩 재산이 불어나니 엄청나게 ‘남는 장사’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관리비, 수고로움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전 교장은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소일을 하며 힐링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조경수’라는 종목을 추가하는 정도로 나무 재테크에 입문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이른바 나무 재테크를 한다는 농장주들의 공통된 말이다. 멋모르고 나무에 뛰어들어 갖은 고생 끝에 달콤한 과실을 맛본 나무 부자들을 만났다.



사례1
자동차부품 업체 운영하는 박용순·강금주 부부
“주당 1000~3000 원에 구입한 묘목 7년 키워 11만~25만 원에 팔았죠”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전북 정읍에서 자동차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박용순(60)·강금주(60) 부부가 나무에 관심을 가진 건 한창 나무 재테크 열풍이 불던 2008년이다. 박 씨 부부는 가까운 지인에게 “나무가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에게 물려받아 소유하고 있던 고창 부안면 땅 1만6528.92㎡에 벚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소나무 총 5200주를 심었다. 사업체가 있는 정읍과는 자동차로 25분 거리에 나무 밭을 조성했다.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땅이 없었다면 굳이 임대를 해서까지 시도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왕 남는 땅이 있으니 나무를 심어보자 생각했습니다. 묘목 시장에 가서 나무부터 덜컥 소나무 10점짜리 270주, 벚나무 600주, 느티나무 1200~1300주, 이팝나무 1200주, 백일홍 500주 등 5000여 주를 샀습니다. 조금 비싸도 크고 좋은 것을 사다 보니 나무 값만 6000만 원이 들었네요. 제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죠. (웃음)”(박용순)

박 씨 부부는 1만6528.92㎡ 땅에 다섯 가지 수종을 1.5m 간격으로 심었다. 보통 전문가들이 처음 시작하라고 권하는 3305.79㎡보다 다섯 배나 큰 규모로 나무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주수가 많다 보니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강 씨는 “어린 묘목을 구입해 심은 탓에 조그만 자극에도 나무들이 쉽게 쓰러져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 농장의 면적이 워낙 넓으니 잡초를 뽑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제초작업을 하면서 배우게 된 점도 있다. 풀을 모두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풀의 미세한 뿌리가 흙을 잡고 있는데, 풀이 하나도 없고 나무만 있게 되면 큰 비가 올 경우 흙이 쉽게 유실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초제의 독성이 땅을 좋지 않게 만든다는 말을 듣고 박 씨 부부는 가게 문을 열기 전 새벽에 일찍 나가 제초작업을 하기도 했다.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사업이 바빠지면서 부부는 점점 나무에 관심을 갖는 시간이 짧아졌다.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매 주말 가던 농장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했다. 한창 바쁠 때는 농장 부근의 인부에게 일당 10만 원 정도를 주고 소나무 손질, 가지치기 등 나무 관리를 부탁하기도 했다.

투자한 비용에 비해 수익이 나오지 않자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나무 밭에 투자한 돈만 2억 원에 가까워 가고 있었다. 부인 강 씨는 묘수를 냈다. 나무 사이사이에 콩을 심은 것. 과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그 무렵 엘티에스 나무재테크학교를 알게 됐습니다. 나무 외에도 땅을 활용해 수익원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다 콩 농사를 지었죠. 제가 ‘아줌마’였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입니다. 다행히 콩 농사가 잘 돼 2009~2012년엔 연간 10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고, 이를 나무에 다시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강금주)

박 씨는 6년 정도 키운 성목을 팔 때가 되자 시장에서 어떤 수형을 요구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근원직경(근경)을 재는 나무는 근경을 키우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밀식이 돼 키만 크거나 굽어서 자란 나무, 병든 나무는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부부는 올봄에 15점짜리 느티나무 147주를 중개업자를 통해 팔았다. 1000~3000원대에 구매한 묘목을 주당 11만~25만 원에 팔았으니 어림잡아도 7년 만에 1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업체에서 12점짜리 벚나무도 11만 원에 구매한다는 의사를 밝혀 수형이 좋은 것을 남겨 놓은 상태다. 작년에는 5년 전 30만 원에 구매한 소나무 10여 주를 각 100만 원에 판매한 경험이 있다.
박용순(60)·강금주(60) 부부가 고창 부안면 땅 1만6528.92㎡에 조성한 나무 농장의 모습.
박용순(60)·강금주(60) 부부가 고창 부안면 땅 1만6528.92㎡에 조성한 나무 농장의 모습.
이들은 사업체를 접고 나면 나무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근 친척의 땅 2975.21㎡를 연간 75만 원의 임차료를 주고 임대해 벚나무와 느티나무를 심었다. 처음에 ‘돈 먹는 하마’였던 나무가 지금은 더 없이 든든한 존재로 바뀌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5~6년 전만 해도 휑했던 밭이 무성한 것을 보니 자식을 잘 키운 듯 뿌듯합니다. 서울에 사는 손주는 보러 가지 않아도 나무는 매일 보러 가지요. 투자 대비 아직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무들이 주는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부인 강 씨는 요즘 정읍과학대학 조경학과에 입학해 ‘열공(열심히 공부하다)’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시간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용순·강금주 부부의 리얼 TIP
① 무작정 시작하지 마라. 남의 조언을 듣되, 철저히 발로 뛰어 정보를 캐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나무를 심는 게 좋다.

② 부수적인 식물을 심어 중간 중간에 수익원이 발생하도록 하라.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능한 부분이다.

③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라. 전업이 아닐수록 틈틈이 정보를 수집하고 정기모임에 나가 배우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사례2
35년째 조경 인생, 교사에서 나무 부자 된 정제호 씨
“평생 공들여 키운 소나무 부르는 게 값…연금보다 짭짤해요”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나무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다’고 해서 소개를 받은 가사농원 정제호(70) 씨는 좀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70세의 나이에도 매일 새벽 5시에 나무 밭에 나가 밤 10시까지 꼬박 거름 주고 농사일을 한다.

정 씨는 교편을 잡고 있던 1980년 처음 나무를 심었다. 당시 중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학교에서 지원하는 대표 선수 육성비용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는 선수들 뒷바라지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복사나무, 비단나무 등 묘목을 심어 팔았다. “나무도 키우고 선수도 키우면서 하나 더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무를 심으면 돈이 되는구나’, 그리고 ‘내가 조경에 소질이 있구나’ 하는 것을 말입니다.(웃음)”

2010년 퇴직하기 전까지 ‘부업’이었던 나무 기르기는 퇴직 이후 ‘전업’이 됐다. 그의 서산 땅 39만9173㎡에는 반송 500~600주를 비롯해 조형소나무·황공작송 500~600여 주, 공작 단풍(홍, 청) 500~600여 주, 이팝나무 150여 주, 복자기 나무 50~60주, 침엽수 20~30주, 주목 600여 주를 비롯해 금강송 묘목 5000여 주, 장송 83주, 라일락, 해송 묘목 등이 식재돼 있다.

전업으로 농장을 운영하던 초기만 해도 나무는 그다지 ‘돈 벌이’가 되지 않았다. 몇 주씩 판매해 월 200만 원 정도가 들어와도 항상 묘목을 심거나 거름을 주는 등 재투자를 했기에 사실상 남는 것이 없었다.

“나무가 일정하게 팔리는 것도 아니니 어떨 때는 빚을 내서라도 나무 농사를 지어야 했어요. 특히 1년에 세 번 이상 제초관리를 하는 데 300만~400만 원, 밭에 거름을 주는 등 10회 정도 관리 인력을 60명씩 부르면 1년에 800만 원 정도 비용이 듭니다. 건설 경기가 죽어 나무 거래가 안 될 때는 인건비나 장비비가 너무 많이 나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씨가 나무 농사를 놓지 않은 것은 힘든 순간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나무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35년 전 4000~5000원에 구매한 금강송 묘목 600주가량을 성목으로 키워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

“기념식수나 정원 조성용 소나무가 예상 외로 투자 가치가 높았습니다. 저는 반송과 조형소나무를 주로 키웠는데, 수형이 멋들어집니다. 제가 키웠지만 너무나도 멋있어 넋을 잃고 볼 정도죠. (웃음)”

현재 시세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특수목이 가격이 있나. 한때 건설 경기가 좋을 땐 1000만 원 이상도 불렀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 가격에 거래된다”면서 “가끔 별장을 짓는 사람들이 정원에 심을 소나무를 사러 와서는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그렇게 조경수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싸게 팔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에는 산야초 쪽에도 관심을 갖고 산수유와 꾸찌뽕을 100여 주씩 심었다. 나무를 키우는 데서 나아가 건강에 좋은 열매를 먹기 위해서다.

정 씨는 이처럼 나무를 단순히 키워서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규모와 종류를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꼽힌다.

“나무 농사야말로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전국 나무 분포도를 펼쳐 놓고 무슨 나무를 심어야 할지 분석하고,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병충해 정보,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나무 트렌드 등을 듣습니다.”

가사농원은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정 씨가 정성껏 키운 나무들을 자식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나무 홍보도 하고 판매도 한다. 실제로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전국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소나무는 1년에 한두 개 팔 수도 있고, 하나도 못 팔 수도 있어요. 고정적이지 않으니 월 수익이 얼마라고 딱 잘라서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10년간 매년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데, 15점까지 키우면 15만~17만 원에 판매할 수 있죠. 용돈은 여기에서 법니다. 연금보다 짭짤하죠. 나무 밭을 나중엔 자녀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에요. 농지에 심은 나무는 재산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도 있거든요.”


정제호 씨의 리얼 TIP
① 나무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FM대로 키우지 못하면 나무를 베고 뿌리까지 파내는 데 심는 것보다 돈이 곱배기로 들어간다. 나무도 잘못 고르면 빚만 지게 된다. 묘목 전문가와 상담하라.

② 일부 ‘나까마(중간 판매상의 속칭)’들은 나무 값을 깎기 위해 나무가 망하기 직전까지 뒀다가 3분의 1까지 가격을 낮춘 뒤에 거래하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초보자의 경우 판매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가급적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가 안전하다.

③ ‘돈이 될 나무’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으면 훨씬 이득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나무를 심으면 열매를 섭취할 수 있다.
[BIG STORY] 포트폴리오에 ‘나무’ 추가했더니…“돈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