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메디컬 리조트 ‘THE WE’를 가다

제주도에 낯선 개념의 호텔 하나가 들어섰다.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이른바 ‘헬스 리조트’ 더 위(THE WE). 신비한 생명력을 지닌 천연 탄산수를 이용한 수(水) 치료,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건강증진센터 등 호텔이 내세우는 강점들을 미리 느껴보기도 전, 한라산 해발 350m 목적지를 찾아 숲길을 달리는 사이, 이미 힐링은 시작되고 있었다.
기본 및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건강증진센터.
기본 및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건강증진센터.
제주 서귀포시 1100도로. 봄기운이 완연한 제주의 햇살과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노라니, 도심에서 찌든 몸과 영혼에 조금씩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주 효과’를 만끽하고 있을 즈음, 거대한 숲 사이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뒤로 더없이 화려한 초록의 풍경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던 터라 ‘럭셔리’에 대한 기대감은 살짝 무너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느 호텔과 달리 이곳은 화려한 외관이니, 호사스런 인테리어니 하는 것들이 결코 주인공이 아니었다. 메디컬 그 이상의 헬스 리조트를 표방하는 이곳은 ‘위(WE)’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 그대로 ‘미러클 워터(miracle water)’와 ‘파워풀 에너지(powerful energy)’가 메인이었다.
호텔 입구에 조성된 벚꽃길. 봄이 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먼저 맞는다.
호텔 입구에 조성된 벚꽃길. 봄이 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먼저 맞는다.
건강검진부터 성형수술까지 원스톱 서비스
‘의료’라는 개념이 다분히 인위적인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곳은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를 중점에 두었다. 한라산 해발 350m라는 호텔의 위치 또한 나무가 가장 많고 잘 자라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천혜’가 틀림없다. 호텔 앞쪽으로는 조경을 통해 조성한 산책길이, 뒤로는 제주의 환상적인 곶자왈 같은 원시림이 펼쳐져 있어 숲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유다. 호텔 측이 수 치료와 함께 숲 치료, 기후 치료를 내세우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대지가 무려 20만 ㎡인데, 그중 연면적이 1만6167㎡에 불과할 정도. 산책로에는 천리향, 왕벚꽃나무 같은 제주가 산지인 나무들로 가득해 거대하고도 예쁜 수목원을 연상케 한다면, 원시림인 도래숲은 몽골리안 돌멩이를 그대로 살린 잦성 울타리들이 이어져 가장 제주다운 비경을 자랑한다.
호텔 뒤편 원시림 형태를 한 도래숲.
호텔 뒤편 원시림 형태를 한 도래숲.
이곳에 호텔이 들어서게 된 결정적 이유는 또 있었다. 김성수 더 위 호텔 대표가 제주한라병원에 합류한 후 병원 외 제주도만의 가치를 살려 보다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제주 청정 지역의 ‘물’을 떠올리게 된 것. 김 대표는 이후 수 치료의 선진국인 유럽을 돌아다니며 이탈리아의 부호들이 이용하는 럭셔리 스파에서 스위스 대중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수 치료를 체험하며 한국형 수 치료를 연구했다. 수 치료의 관건은 말 그대로 물. 제주도를 샅샅이 돌며 ‘물’ 찾기에 나선 김 대표는 지금 호텔이 들어선 부지 아래로 2km의 땅을 파다 천연 암반 덩어리 안에 큰 물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분 분석 결과 수십만 년 동안 걸러져 모인 다양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중탄산수로, 소화를 촉진시키고 몸에 잘 흡수돼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것은 물론, 노폐물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물에 한라병원그룹의 의료 체계, 호텔이 주는 안락함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더 위 호텔은 국내 첫 ‘헬스 리조트’의 사명감을 띠고 작년 2월 오픈했다.

메디컬 리조트가 일반화 된 선진국과 달리 ‘헬스 리조트’라는 개념이 내국인들에겐 아직 낯설기만 했다. 메디컬과 관광이 결합된 형태라는 것도 한동안 유행했던 외국 관광객을 위한 ‘의료관광’의 연장선인 것처럼 보였다. 오픈 초기 외국 관광객들이 많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더 위 호텔을 한번 경험한 이들의 재방문이 이어지고, 그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1년 사이 내국인 비중이 외국인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원 중 의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 VIP 연회원은 주로 50~60대로 삶에 여유가 있으면서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층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메디컬 스파에는 최첨단 장비 5대가 마련돼 있다.
메디컬 스파에는 최첨단 장비 5대가 마련돼 있다.
초고가 맞춤형 메디컬 스파 인기
설명을 뒤로 하고, 직접 호텔 투어에 나섰다. 지상 5층으로 된 호텔 건물은 이전에 호텔로 사용하던 것을 전면 리모델링한 것으로 ‘자연’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전면을 창으로 내 방마다 햇살이 쏟아지듯 부서지는 게 특징이었다.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구 하나하나 자연미를 거스르지 않고, 심지어 침대 시트 하나도 제주 장인의 천연 염색을 통해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는 등 자연과의 조화를 내세웠다. 디럭스 스위트, 팔러 스위트, 로열 스위트 등 세 개 타입으로 된 객실은 모두 103실. 연면적에 비해 객실 수가 턱없이 적은 건 ‘헬스 리조트’라는 개념에 충실한 공간들로 풍성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뷰티센터 로비 전경.
뷰티센터 로비 전경.
수(水) 테라피스트 6명이 상주해 있는 웰니스센터는 그야말로 아쿠아테라피의 정점을 보여줬다. 각각 기능이 다른 5개의 풀(pool)과 메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메디테이션 풀, 사우나와 실내외 수영장을 이용해 고객들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은 물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른 선택형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마이크로 버블 아쿠아, 아쿠아 짐, 울트라 소닉, 워터스톤, 드림배스 등 5개의 기능성 풀에서는 총 9가지의 아쿠아 서킷이라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엄마의 자궁 형태로 지어진 메디테이션 풀에서는 수중에 장착된 6개의 스피커와 돔 형태의 천장에 비치는 영상, 색감을 더한 컬러 테라피까지 활용되고 있었다.
웰니스센터의 기능성 풀 중 하나인 워터스톤.
웰니스센터의 기능성 풀 중 하나인 워터스톤.
웰니스센터의 ‘메디컬 스파’는 좀처럼 보기 힘든 초고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하이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급 살롱을 연상케 하는 뷰티 & 스파센터의 로비를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스파 스위트와 트리트먼트 룸이, 오른쪽으로는 모두 5개의 독립된 공간 안에 물줄기를 통해 척추와 경직된 근육을 관리해주는 비시샤워, 캡슐 형태인 바이브로, 차가운 탄산수에 입욕해 효과를 증대하는 카본, 300개의 노즐과 수압, 수류, 수온 등을 이용하는 하이드로톤 등의 장비가 마련된 룸이 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보통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가격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15만 원 선부터 초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 호텔 투숙객뿐만 아니라 제주에 거주하는 30대 이상 여성들이 주요 고객으로, 호텔과는 별개로 메디컬 스파의 명성이 자자하다고.
메인 수영장. 웰니스센터의 모든 풀은 불감 온도인 34.5~36.5도로 수온을 맞췄다.
메인 수영장. 웰니스센터의 모든 풀은 불감 온도인 34.5~36.5도로 수온을 맞췄다.
주로 성형수술 등을 목적으로 찾는 중국인 VIP들이 고객인 미용성형센터는 수술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전혀 병원 같지 않게 꾸며진 미용성형센터에는 수술실 두 개와 회복실 등이 마련돼 있어, 호텔 안에서 한라병원 의료진의 케어를 받을 수 있다.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바라본 뷰.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바라본 뷰.
미용성형센터는 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수술 전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의료사고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건강증진센터는 한라병원의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이 늘 상주하며, 성형수술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투숙객 모두를 위한 인보디(체지방) 체크와 스트레스 체크를 시행하고 있고, 예약자에 한해 크게 3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2일간 체류하며 전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맞춤형 검진 프로그램, 3~7일 동안 휴양을 하며 항노화, 골다공증, 암추적 검사 등 목적별로 검진 전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목적별 검진 프로그램, 보다 활력이 넘치는 삶을 위한 안티에이징 등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에이징 프로그램 등이 그것. 호텔의 건강증진센터 이용객은 미용성형센터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많고, 내국인 중에서는 휴식과 검진을 원스톱으로 받고자 희망하는 VIP들이 많은 편. 윤혜영 메디컬스파센터장은 “원스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상담과 함께 맞춤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라며 “4박 이상 머무는 경우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 after)’를 측정해보면 수치가 달라지는 게 확실히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호텔에서의 의료라는 개념이 낯선 탓인지, 건강증진센터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지 않았던 게 사실. 다만, 호텔의 최강점으로 꼽히는 수 치료를 포함한 웰니스센터만큼은 일단 눈으로만 봐도 자극되는 것이 효과를 기대케 했다. 무엇보다 호텔을 둘러싼 숲의 가치까지 생각한다면 헬스 리조트를 경험해봐야 할 이유는 보다 분명해진다.


김성수 더 위 호텔 대표 미니 인터뷰
“Stress Relax, Safety Rest가 우리의 모토”
호텔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성과는.
“작년 11월 특1급 호텔로 승격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병원이 함께 있는 5성급 헬스 리조트가 됐다. 호텔 서비스와 병원 서비스를 동시에 갖추면서 연회원 VIP 고객 유치도 자연스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주목하는 다른 포인트가 있다면.
“아직까지 내국인 고객에겐 헬스 리조트 개념이 생소하다. 그러다 보니 개관 당시에는 내국인 고객 접근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병원이 호텔 내에 있다는 부분이 안전한 여행, 특히 가족 단위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여행객 수요와 잘 맞았고, 제주도 한라산 숲 속에 있다는 점, 호텔의 천연 화산암반수의 효능 등이 알려지며 자연스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고객은 내국인과는 반대다. 선진국에서는 휴가 동안 헬스 리조트에서 장기 투숙하는 수요가 많다. 그러다 보니 태국, 일본 등의 헬스 리조트와 비교해 방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중국 VIP 등 아시아 고객들도 방문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주요 셀링 포인트가 되고 있다.”

더 위 호텔이 ‘한국형’으로 차별화한 게 있다면.
“우리나라는 건강과 힐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지만, 그것을 메디컬적 요소와 연결시키지 않고 구분의 선이 명확한 편이다. 따라서 호텔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물이나 숲에 대한 강점을 어필하고 메디컬적 특징과 강점은 주로 상품 구성에서 활용하는 편이다. 또 ‘차별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 안티에이징 즉, 항노화 프로그램과 디톡스 프로그램이다. 남녀 할 것 없이 뷰티에 관심이 많은 국내 실정을 반영해 의료적 측면과 자연 치유의 측면을 융합한 다양한 항노화와 디톡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호텔에서 ‘의료적 혜택’은 어떻게 제공되며 병원에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단순하게는 모든 객실 고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도와준다. 가령,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여행 중 다치거나 사고가 있을 때 호텔 내 병원에서 발 빠르게 대처해줄 수 있으며, 호텔 내 앰뷸런스도 상시 대기 중이다. 우리 호텔은 한라산 중산간 보호성 기후에 있다는 위치 자체만으로도 기후 테라피, 지형 테라피가 가능한 곳이다. 다양한 메디컬 프로그램들을 일반 병원이 아닌 헬스 리조트에서 경험한다면 치유와 치료의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