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이라고 하면 흔히 미성년자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치매환자와 같이 정신적 장애가 있어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성인도 적지 않다. 성년후견제도에서 후견인은 성인이 판단 능력이 부족해 크게 손해 보는 법률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취소하거나, 판단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신해 법률 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장애를 가진 성인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성년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MONEY & LAW] 치매환자 걱정 덜어주는 ‘성년후견제도’
민법 개정으로 종래의 금치산(의사 능력이 없는 자의 법률 행위 능력 등을 박탈하는 제도로서 법률상 무능력자라고도 한다)·한정치산(의사 능력이 미약한 자의 법률 행위 등 능력을 제한하는 제도로서 법률상 미성년자와 같이 취급한다)제도가 폐지되고, 2013년 7월 1일부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됐다.

따라서 2013년 7월 1일 이후부터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그 일자 이전에 금치산, 한정치산이 확정된 경우 2018년 6월 30일까지만 그 효력이 유지된다. 다만 금치산, 한정치산 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사건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2018년 6월 30일까지 새로이 성년후견 등의 청구가 없으면 기존의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는 이 개정 민법 시행 5년 후인 2018년 7월 1일부터 제한 없이 법률 행위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종래 제도와 성년후견제도의 차이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이나 고령자에 대한 학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이러한 학대 문제를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복지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가족이 아닌 제3자(법인도 가능)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나아가 법원이 후견인을 감시하기 위한 감독인(법인도 가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후견 개시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둘째, 종래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의 경우 일률적으로 행위 능력을 박탈 내지 제한했으나,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을 존중해 남아 있는 능력을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잔존 능력 정도에 따라 후견의 종류를 세분화했다.

셋째, 본인의 복리, 치료 행위, 주거의 자유 등 신상 보호 규정을 도입해 원칙적으로 본인의 결정에 의하도록 하고 후견인은 본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후견 계약 유효하려면 공정증서 작성 후 등기해야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자), 한정후견(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자), 특정후견(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 사무 후원이 필요한 자), 임의후견(장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게 될 것을 고려해 미리 후견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보도록 하자.


사례 1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결여된 A씨가 있다. 후견 개시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A씨에게는 반드시 성년후견인을 선임해야 한다. A씨의 후견인은 원칙적으로 A씨의 행위를 대리하거나 A씨가 이미 한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한편, 법원은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 및 A씨의 신상에 관한 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한정할 수 있고, 이러한 법원의 개입을 통해 후견인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후견인은 A씨가 행한 일용품의 구입, 식당 이용 등 일상적 법률 행위를 취소할 수 없고, 법원이 취소할 수 없도록 정한 일정한 행위를 A씨가 했을 경우 후견인이라도 이를 취소할 수 없다.


사례 2 중증의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는 B씨가 있다. 전부터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있었으나 최근 증상이 심해져 물건 값을 치를 때 1만 원짜리 지폐를 냈는지 1000원짜리 지폐를 냈는지 모를 때가 많아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후견 개시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B씨에게는 반드시 한정후견인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B씨의 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대리권, 동의권, 취소권을 갖고 그 외의 행위에 대해서는 B씨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 B씨가 A씨에 비해 잔존하는 정신적 능력이 높기 때문에 B씨가 후견인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사례 3 정신지체가 있는 C씨는 그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생활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금융 업무 등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는 데에는 곤란함을 겪고 있다. C씨에 대한 후견 개시 청구가 있으면, 법원이 C씨의 상태를 보아 특정후견인을 선임하거나 혹은 그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선임하지 않을 수 있다. C씨의 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만 대리권을 가질 뿐이어서 C씨는 그 외의 행위에 대해 단독으로 할 수 있다.


사례 4 현재 아무런 정신적 장애가 없는 고령의 D씨가 있다. 그런데 최근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나이를 생각하면 사고 능력이 언제 악화될지 불안하다. D씨는 장래를 생각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없는 지금 후견 계약을 체결해 둘 수 있는데, 이것이 임의후견이다. 후견 계약 체결 후 후견 계약에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후견 개시 청구를 할 수 있다. 후견인의 권한은 후견 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른다. 후견 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공정증서에 의해 작성돼야 하고, 이를 등기해 두어야 한다. 후견 계약의 효력은 법원이 임의후견인의 감독인을 선임한 때에 발생한다.


후견이라고 하면 미성년자에 대해서만 필요한 제도와 같이 인식될 수 있으나, 성인이면서도 정신적 장애 등을 가진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할 필요성 역시 적지 않은바, 성년후견제도의 후견인은 성인이 판단 능력 부족으로 크게 손해를 보는 법률 행위를 했을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또는 판단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신해 법률 행위를 함으로써 성인의 정신적 장애를 보충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대법원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2014년 5월의 11개월간, 후견심판청구 건수는 1813건에 달했고, 그중 성년후견 1483건, 한정후견 190건, 특정후견 129건, 임의후견 11건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은 성인후견제도를 2000년에 도입했는데, 2013년 1년간 전체 신청 건수는 3만 건을 넘었고 그중 임의후견은 700건이 넘는 등 그 신청 건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시행으로부터 1년 반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나 성년후견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