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증시가 약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자금을 풀었던 양적완화정책을, 금리 인상을 통해 점차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달러화가 강세다. 국제 원자재, 신흥국 증시는 강달러 흐름과 매우 큰 상관성을 갖는다.
[HOT ISSUE]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증시
우선 크게 4가지 관점에서 강달러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선진국 간에는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 금리 차가 환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통화정책과 펀더멘털 영향으로 미국 금리가 유로존이나 일본에 비해 높으나, 최근 환율 움직임은 금리 차 이상의 영역을 반영 중이다. 과거 금리 차와 환율 간에 관계에서 도출된 회귀식에 따르면, 엔·달러 적정 환율은 현재 95~100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달러·유로 적정 환율은 1.25~1.30달러 정도다. 이미 국제 외환시장은 차별적인 통화정책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다.

둘째,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균형 환율을 판단할 때는 교역 비중과 상대 물가를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을 참고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이 발표하는 미국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이미 장기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1980년대 초반이나 1990년대 후반처럼 실질실효환율이 장기 평균을 웃도는 초강달러 시대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1980년대는 제2차 오일쇼크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초인플레이션을 겪던 시기였다. 당시 Fed는 물가를 잡고자 연방기금 목표 금리를 19%까지 올리는 등 강도 높은 통화긴축정책을 시행했다. 1990년대 후반은 미국 경제가 정보기술(IT) 혁명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에서 위상을 공고히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의 위상은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할 때 다소 후퇴했다.

셋째, 경제적 실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강달러 심화는 미국 입장에서도 여러 부작용을 야기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셰일 에너지 개발이 후퇴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역사적 최고 수준인 13%까지 올라왔다. 강달러가 구매력을 개선시키나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상대 가격 및 확률 분포로 볼 때 최근 강달러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별 자료를 활용해 6개월 전 대비 명목달러지수의 등락률을 계산해 분포도를 그려보면 정규 분포에 가깝다. 최근 명목달러지수는 6개월 전 대비 15% 이상 상승했는데 확률 분포상으로 꼬리인 수준에 위치한다.


미국 금리 인상은 국제 외환시장의 변곡점
물론 선진국의 차별적인 통화완화정책에 따른 강달러 압력이 당장 해소되기에는 이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제 막 양적완화(QE)를 개시했지만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럼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강달러가 심화될까.

1990년 이후 미국에서는 크게 두 차례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었다. 1994년 2월과 2004년 6월 두 차례의 통화긴축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되레 달러화 가치 변화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를 외환시장이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의 소비 부활을 의미하는 만큼 소비 증대와 함께 경상수지 적자폭이 조금씩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유가 속락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지는 의문이나, 원유를 제외한 무역수지 적자폭은 뚜렷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가 부활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강달러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통화정책이 국제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후퇴하고, 그 대신에 실질실효환율과 경상수지, 경기 모멘텀 등이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의 변곡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들어 강달러가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은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를 반영해 1000원대 중후반까지 반락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외환정책 영향으로 원-엔 동조화가 중요한 변수다. 강달러 압력 속에 엔·달러 환율이 최근 122엔까지 상승했다. 4월부터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GPIF)가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를 시작한다. 다만 유가 속락과 계절성 영향으로 일본의 경상수지는 기조적 개선세를 보이며, 3월 결산을 맞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일부 청산 유인도 상존한다. 이에 엔화 약세가 좀 더 심화되지 않는다면 원·100엔 환율이 910~930원의 박스권 상단에 근접한 만큼 원·달러 환율의 상단도 막힐 것으로 판단된다.


강달러에 불편한 신흥국 증시, 3분기 후반부터 투자 매력 부각 예상
통화가치가 단기간 내 급등락하는 주된 배경은 기본적으로 투기적 속성을 지닌 국가 간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의 유출입 때문이다. 강달러가 심화될 경우에는 미국계 자금의 해외 투자 유인이 약화된다. 역으로 미국계 투자 자금이 해외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강달러가 심화된 것일 수도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Fed는 6월과 9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인데, 금리 인상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투자자 입장에서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구사하다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단기적으로 증시가 할인율 상승에 대한 불안감 속에 조정을 보일 여지가 다분하다. 여기에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까지 가미될 시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의 유출입을 가속화시키며,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경로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신흥 증시 내에서 차별화는 뚜렷하다. 유가 하락 수혜국(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되며 유류 보조금을 지급했던 중진국일수록 재정 여력 확보 등으로 유리), 강달러에 대응해 정책 여력이 높은 국가, 역내 수요가 탄탄한 국가 등은 양호한 성과가 예상된다.
[HOT ISSUE]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증시
이러한 여건은 글로벌 증시 자금 동향에서 확인된다. 2월 중순부터 지역별 차별화가 뚜렷하다. 선진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모멘텀이 작용한 서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일본)으로의 자본 유입이 눈에 띄며, 북유럽에서는 10주 연속 이탈했다. 신흥시장의 경우에는 아시아로만 2월 둘째 주부터 4주 연속 순유입됐다가 다시 순유출됐다.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와 중남미 지역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됐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후 강달러 압력이 진정된다면, 유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와 맞물려 세계경제 회복세가 강화돼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강화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가계의 구매력 개선과 기업의 원가 절감이 목도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혜가 클 아시아 신흥국이 선진국 투자 자금의 주된 투자처가 될 것이다. 약달러 반전과 경기 개선 기대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반등 압력으로 작용해 원자재 풍부국에 대한 투자 여건 역시 개선될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대략 3분기 후반 정도로 예상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