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의 HIP & HOT
요즘 어딜 가나 ‘북유럽 스타일’을 내세워서 식상한 감도 있긴 하다. 그런데 자동차 브랜드에서 기획한 북유럽 문화 체험 공간이라니, 일단 그 실체가 궁금했다.‘한정판’이 그렇듯 ‘한시적 공간’이라는 점도 발길을 부추긴 요인. 볼보자동차의 팝업 스토어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얘기다.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밤이 되면 북유럽의 백야와 오로라를 형상화한 색색의 빛으로 물들어 더욱 화려하다는데, 한낮의 풍경은 신사동 가로수길의 어느 이색 카페 그 이상은 아니었다. 물론, 거금 들여 새로 조성했다는 스웨디시 로드(Swedish Road) 즉, 자작나무 길(이라고 부르기엔 좀 옹색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이 이름처럼 ‘북유럽풍’이기는 했으나, 그 또한 아주 유니크한 콘셉트도 아니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메인 게이트를 지나 스웨디시 로드에 세워진 또 하나의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마치 스웨덴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는데, 뭐, 여기서 저기로 순간이동을 하듯 전혀 다른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작은 스웨덴’이 존재하고 있었다. ‘세일즈’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새로운 공간
그리하여 이름도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The House of Sweden)’. 요즘 대세라는 북유럽 감성 혹은 스타일의 핵심인 스웨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볼보자동차의 브랜드 카페 겸 라운지다. 메인 게이트가 볼보자동차 전시장 콘셉트와 동일하게 꾸며진 것도 그런 이유. 팝업 스토어 형태의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이지만, 볼보자동차의 브랜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이미 192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바 있다. 작년 이윤모 대표 체제로 바뀐 후 소통의 채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온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이번엔 가로수길 한복판에 ‘세일즈’가 아닌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볼보의 DNA인 북유럽 감성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쯤에서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통해 볼보가 가지고 있는 ‘안전’의 이미지와 더불어 볼보만의 프리미엄 가치들을 사람과 환경, 품질을 중요시하는 스웨덴의 문화 속에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우리는 ‘볼보 웨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부담스러운 전시장이 아닌 편안하고 의미 있는 공간에서 경험한 볼보 브랜드와 모델이 고객들의 마음속에 강하게 남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북유럽이라는 트렌드에 자동차 브랜드가 주도한 기획이라는 점에서는 신선했지만, 그래 봐야 별다른 스토리 없이 홍보 성격이 다분한 공간 아닐까라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이 바뀐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콘셉트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자동차보다 그 외의 ‘스웨디시’ 브랜드들을 그것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랄까.
결론부터 말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북유럽 스타일로 재탄생한 그곳은 ‘이것이 북유럽이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며, 익숙하고 지루한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즐거움이 돼주었다. 다만,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깊이보다는 나열에 그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깨알 같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를 누릴 수 있는 시간과 인원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쉽긴 했다. 어쨌거나,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서는 공통적으로 ‘호기심’이 읽혔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투어에 들어간다. 스토리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공간 규모의 아쉬움
금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메인 게이트와 스웨디시 로드를 지나 마당에 세워진 볼보의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S60을 보니 마치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따라 1층에 들어서니 밖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던 하얀색 볼보 크로스컨트리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일단 그 모습에 끌려 발길을 이동하는데 전면에 마련된 카페 피카 관계자들이 말을 걸어왔다. “3시부터 ‘피카 타임’이 시작되니 참가해보세요!”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내 입점해 상시 운영되고 있는 피카는 스웨디시 커피 전문점이다. 스웨덴어로 ‘커피 브레이크’, ‘티타임’을 뜻하는 ‘피카(FIKA)’는 스웨덴의 커피 문화를 일컫는 말로 국내에도 딱 한 군데 입점해 있단다. 팝업 스토어가 운영되는 동안 매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이벤트인 ‘피카 타임’은 그 시간 방문 고객 선착순 10명에게 스웨덴 원두커피와 전통 디저트인 셈라로 구성된 ‘볼보 피카 세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다른 고객에게 일단 양보하기로 하고, 요즘 개인적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모델 중 하나인 크로스컨트리 체험에 나섰다. 그저 인테리어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해 정말로 자동차 체험을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대놓고 자동차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북유럽 스타일 속에서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효과적인 듯했다.
워낙 공간이 협소해 1층은 카페와 크로스컨트리 전시만으로 끝. 벽면 장식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북유럽을 표방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볼보의 역사를 보여주는 헤리티지 룸과 함께 역시 북유럽 스타일 가구로 따뜻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넓은 휴식 공간이 나타난다. 한쪽에는 2개의 휴식 룸이 프라이빗하게 마련돼 있어 누군가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헤리티지 룸에는 볼보자동차 사진들과 전시장 등에서 실제로 판매된다는 자동차 관련 액세서리들이 전시돼 있었으나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붙잡지는 못했다.
지하에는 좀 더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명 ‘연정훈 카메라’로 유명한 하이엔드 카메라 ‘핫셀블라드’와 국내에서는 그 이름도 낯선 프리미엄 아웃도어 ‘하그로프스’, 그리고 이젠 대중화 된 세계적인 보드카 ‘앱솔루트’ 등 스웨디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쇼케이스를 볼 수 있기 때문. 앱솔루트야 익히 알고 있고, 하그로프스는 친숙하지 않아 둘러보는 정도에 그쳤지만, 웬만해선 구경하기도 힘든 명품 카메라들을 모아놓고 보는 즐거움은 쏠쏠했다. 다만, 역시 공간 규모 문제로 단 몇 제품만 진열돼 있어 뭔가 ‘보다가 만’ 듯한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가 되면 20명에 한해 앱솔루트 보드카 칵테일과 간단한 안주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되고, 요일에 상관없이 볼보 다이캐스트를 뽑는 게임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그런데, 정말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다이캐스트 뽑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짧은 ‘작은 스웨덴’ 투어는 막을 내렸다. 그저 둘러보는 정도라면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공간이지만, 층마다 ‘친절한 설명’을 하기 위해 늘 기다리고 있는 관계자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더 재밌는 ‘스웨덴’을 만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솔직히 말하자면, 일부러 멀리서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스레 기회가 된다면, 팝업 스토어가 문 닫기 전에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을 볼 수 있는 기간은 4월 21일까지로 한정적이니까.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을 즐기는 방법 볼보 다이캐스트 뽑기 게임 및 다양한 경품 응모… 메인 게이트 입장 시 나눠주는 스탬프 카드를 받아 각 층에서 한 번씩 세 번 스탬프를 받으면, 지하층에서 볼보 다이캐스트 뽑기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스탬프 카드당 1회만 가능. 승률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일단 게임하는 과정 자체는 즐겁다. 이 스탬프 카드를 나올 때 메인 게이트 옆 응모함에 넣으면, 팝업 스토어 마지막 날 추첨을 통해 북유럽 4개국 여행 상품권(1명, 동반 1인), 볼보 크로스컨트리 시승권 및 주유상품권 100만 원(1명), 핫셀블라드 스텔라II 카메라(1명), 하그로프스 릿지재킷 & 코르커(3명) 등을 증정한다.
각종 이벤트 참여하기… 매일 오후 3시에 진행되는 피카 타임,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열리는 보드카 타임, 매월 두 번 주말 정오에 페이스북에서 응모한 신청자 중 7명(동반 1인)을 뽑아 스웨디시 셰프가 제공하는 가정식 브런치를 무료 제공하는 ‘스웨디시 퀴진 데이’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으니 참가해보시길. 특히 평일 주중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으니 ‘피카 타임’을 적극 공략해보는 것도 좋다.
운영 시간… 매일 정오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입장 및 관람은 무료이며, ‘피카 타임’ 이외 카페 피카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와 메뉴는 유료.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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