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암초와 산호초를 인공 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화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면적 350만 ㎢인 남중국해에는 750여 개의 작은 섬, 산호초, 암초, 모래톱이 산재해 있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공 섬 건설을 강행하는 중국의 속셈은 무엇일까.
[GLOBAM MONITOR] 위험한 화약고 남중국해의 비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다. 스프래틀리 제도에는 175개의 섬, 암초, 산호초, 모래톱이 있다. 스프래틀리 제도의 섬들 중 베트남이 24개, 중국이 10개, 필리핀이 7개, 말레이시아가 6개, 대만이 1개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특히 중국, 베트남, 필리핀, 대만은 일부 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파라셀 제도에도 130여 개의 섬, 산호초, 암초, 모래톱이 있다. 파라셀 제도는 중국과 베트남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이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고 부르면서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에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nine dash line)’을 일방적으로 설정해 놓았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80%에 달하는 지역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기 위해 그려 놓은 9개의 선을 말한다. 남해구단선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지역이 중국의 영토가 된다. 중국은 최근 새로 만든 전자여권 속지에 남해구단선이 표시된 자국 지도를 배경화면에 넣어 남중국해가 자국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 ㎥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것이다. ‘불타는 얼음(fire ice)’이라고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대량 매장돼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과 가스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상태에서 만나 이룬 얼음 형태의 고체 결정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중국이 130년간 소비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중국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해상 루트로서 매년 4만여 척의 선박이 통과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이 수입하는 석유 중 90%가 이곳을 지나간다. 액화천연가스(LNG) 중 3분의 2도 남중국해를 경유한다.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가 갖는 의미는 크다.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면 태평양과 인도양에 진출하거나 이를 저지할 수 있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인공 섬 건설 지역 7곳
중국 정부가 현재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을 만들고 있는 지역은 무려 7곳이나 된다. 대표적인 곳이 스프래틀리 제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이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만조일 때 높이가 수면 위로 60cm 정도만 드러나는 작은 바위섬이다. 남중국해 중앙에 위치한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중국 하이난성에서 1000km,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480km, 말레이시아에서는 550km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 정부는 피어리 크로스 암초 주변 바다를 매립하는 등 1단계 공사를 끝냈다. 인공 섬의 길이는 3000m에 달하고 폭은 200~300m로 추정된다. 인공 섬 동쪽으로는 5000톤급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의 항구 조성 공사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이 섬의 남서쪽에 인민해방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대공포와 통신 시설도 배치했다. 이 섬의 길이로 볼 때 활주로와 비행기 계류장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전략은 미국이 인도양 한가운데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군사기지를 세운 것을 모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영국령인 이 섬에 협정을 맺고 군사기지를 건설, 해·공군의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디에고 가르시아 섬은 걸프전,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당시 B-52 폭격기 발진 기지로 사용됐었다.

중국 정부는 또 스프래틀리 제도 북부에 위치한 사우스 존슨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도 매립해 0.1㎢ 정도의 인공 섬을 만들었다. 이곳에도 각종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부두와 비행장 등 군사 시설도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사가 50% 넘게 진행됐다. 이 섬 인근 해역은 1988년 중국과 베트남이 해전을 벌였던 곳이다. 당시 전투로 베트남 선박 2척이 침몰하고 베트남 병사 70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중국은 이 산호를 실질적으로 통제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게이븐(난쉰자오), 쿠아테론(화양자오), 휴즈(둥먼자오), 엘다(안다자오) 등 5개 산호초 주변 바다를 매립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매립하는 암초와 산호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우성리 중국 해군사령원은 지난해


9월 남중국해를 해상 시찰하면서 매립할 암초와 산호초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파라셀 제도의 융싱다오(베트남명 푸람 섬)에 비행장 활주로 공사도 완료했다. 융싱다오는 면적이 2.1㎢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활주로는 동서 1850m, 남북 1160m 길이로 육지에서 돌출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든 활주로는 두께가 두꺼워 모든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중국은 활주로 부근에 연료탱크 4개와 대형 레이더 2기도 설치했으며 섬 반대쪽에는 항만 확충 공사도 진행 중이다. 융싱다오 비행장은 민군 겸용으로 조만간 해군과 공군 부대가 주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74년 융싱다오 인근에서 베트남을 격퇴한 뒤 이 섬을 남중국해의 전략적 요충지로 육성해왔다. 융싱다오는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행정구역인 싼사시의 시청 소재지가 있는 곳인데, 중국 정부는 이 섬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포함한 ‘융싱 학교’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융싱다오에는 현재 당 위원회와 전화국, 우체국, 공상은행, 해사국 등 각종 건물과 외국인 구치소까지 있다. 또한 민간인 1500여 명과 군인 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는 여객선 코코넛 프린세스호를 투입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융싱다오를 둘러보는 크루즈 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융싱다오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336km, 베트남에선 445km 떨어져 있어 거리상으론 중국과 가깝다.

중국이 인공 섬을 만들고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중국해를 무력으로 실효 지배를 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공군기지나 비행장이 전혀 없었는데, 우선 비행장을 건설해 제공권 확보에 활용할 속셈이다. 중국이 매립하고 있는 인공 섬들은 사실상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중국의 인공 섬과 군사기지 건설은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 섬에 비행장과 항만을 건설해 군대를 주둔시키면 영유권 경쟁에서 확실히 우위를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을 때에도 전투기 등을 출격시킬 수 있다. 인공 섬 건설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방어적 전략을 공격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GLOBAM MONITOR] 위험한 화약고 남중국해의 비밀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의 인공 섬과 군사기지 건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 레 하이 빙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인공 섬과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베트남 정부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중국이 2012년 서명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 취지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선언에는 특정 국가가 점유한 섬은 현상을 유지하되, 미점유 상태인 섬이나 암초에 거주하지 않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필리핀 정부도 중국이 인공 섬을 건설하고 있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했지만, 국제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아세안 10개 회원국도 1월 28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도서 매립공사에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세안의 항의 성명도 아예 무시하고 있다.


미·중의 패권 다툼 격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황이 갈수록 불리하게 돌아가자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미국도 남중국해가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중국이 영유권을 행사할 경우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불리하기 때문에 베트남과 필리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인공 섬과 군사기지 건설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 40년간 적용했던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인 1975년부터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해왔으며 1995년 수교한 이후에도 이 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미국의 무기 수출 금지 해제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베트남이 대비하도록 지원하려는 의도다. 미국 정부는 또 필리핀과는 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권과 이용권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일본을 남중국해에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월 30일 일본 자위대의 남중국해 초계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역외 국가들이 남중국해의 긴장 국면을 충동질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미국과 일본을 싸잡아 비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간의 갈등 구도를 넘어 이미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 대결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패권 다툼의 무대가 될 것이 분명하며, 자칫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