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에 있어 총체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은퇴 후는 거주 유형에도 자연스레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 후 거주지를 옮기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상황. 은퇴 라이프스타일 기반이 잘 갖춰진 해외 국가들의 다양한 은퇴 거주 형태를 참고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GLOBAL LIFESTYLE DESIGN] 어디에 살 것인가! 글로벌 사례로 본 은퇴 주거의 다양성
은퇴 후의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주거에 대한 문제다. 주거는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직장과 사회의 활동적인 역할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은퇴자들에게 있어서 주거는 소유욕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더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거에서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주거지와 주거 환경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 인간관계를 맺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은퇴 시 어디에 사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은퇴 후 거주지를 옮긴다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부에서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은퇴 라이프스타일의 기반이 보다 잘 갖춰진 해외의 은퇴 거주 형태 중 대표적으로 실버타운, 코하우징, 노인주거시설, 세대교류형 주택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실버타운·북유럽의 코하우징
먼저 실버타운(silver town)은 ‘은퇴촌’, ‘노인주거단지’라고 불리는데 노인들에게 필요한 주거 시설 및 서비스 기능을 갖춘 복합 시설을 의미한다. 은퇴 준비가 체계적인 미국, 일본 등은 실버타운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실버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며 은퇴 마을 즉 실버타운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는 기후와 경치가 좋아 휴양과 여가를 즐기기 적합한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 남동부 지역과 서부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다. 2만여 개의 실버타운과 1000세대 이상의 은퇴 마을이 3000여 곳에 달하며 7000여 개의 노인 전문 병원이 있는데, 80% 이상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실버타운은 건강한 50~70대가 편안한 노후 생활을 위해 거주하는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active adult community)와 독립 생활공간인 인디펜던트 리빙(independent living), 혼자 생활을 못하는 노인을 위한 도움 생활공간인 어시스트 리빙(assist living),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의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춘 라이선스드 리빙(licensed living)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은퇴 도시인 선 시티(Sun City)는 서울 여의도의 4배 면적에 2만6000가구가 주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4만2000명이 거주하는 ‘은퇴자의 도시’다. 애리조나주립대가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골프 등 스포츠, 의료·상업·종교 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GLOBAL LIFESTYLE DESIGN] 어디에 살 것인가! 글로벌 사례로 본 은퇴 주거의 다양성
둘째로 소개할 은퇴 주거 형태는 노인 복지가 발달한 북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하우징(cohousing)이다.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된 코하우징은 입주자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공용 공간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 주거 형태로, 핵가족화와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시니어 코하우징(senior cohousing)은 건강한 시니어들이 은퇴 후 노후 주거의 대안으로 공동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자치적으로 생활하는 노인 주택의 하나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자녀들이 독립해 분가하고, 직장에서 은퇴했으나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비교적 젊은 시니어 즉, 빈둥우리세대(empty-nest generation)에게 권장할 만한 주거 대안으로 호평을 받고 일반화 됐다.

최초의 시니어 코하우징은 198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만들어진 미드고즈그룹펜이다. 이후 해외의 시니어 코하우징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필두로 네덜란드, 미국, 일본까지 널리 확산됐다. 대표적으로 핀란드의 로푸키리, 스웨덴의 솔로젠·그림스타, 덴마크의 크레아티브 시니어고든·토네방스 고든, 미국의 도일 스트리트·사우스사이드 파크·글레이시어 서클 등이 있다. 스웨덴 남부의 주요 도시에서만 14곳의 시니어 코하우징 공동체가 있고, 이들 중 세부 조합별 시니어 코하우징은 50여 곳에 달한다. 그만큼 북유럽 국가에서는 코하우징이 시니어들이 거주하는 노후 주거 대안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세대 결합의 효과, 일본의 컬렉티브 하우스
셋째는 노인주거시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소노다(2007년)는 노인주거시설을 고령자만으로 구성된 세대가 모여서 거주하고 주거의 질과 생활 지원 서비스가 준비돼 있는 주거 형식이라고 했다. 노인복지시설이 잘 발달한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에는 더욱 다양한 노후주거시설이 있다. 일본의 경우, 입주비와 건강(개호) 정도에 따라 개호형 노인시설, 자립형 노인시설, 그리고 자립형 노인주택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개호형 노인시설에는 우리나라의 노인요양시설과 유사한 개호보험시설, 개호형 유료 노인 홈, 개호형 케어하우스, 치매 고령자그룹 홈 등이 있으며, 자립형 노인시설에는 유료 노인 홈, 양호 노인 홈, 경비 노인 홈과 케어하우스가 있다. 실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립형 노인주택도 실버하우징, 고령자용 우량임대주택,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고령자 원활 입주 임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GLOBAL LIFESTYLE DESIGN] 어디에 살 것인가! 글로벌 사례로 본 은퇴 주거의 다양성
한편 독일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중 약 7%의 노인들이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독일의 노인복지시설은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알텐본하임, 간호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혼자 가사를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알텐하임, 만성질환에 걸린 노인을 대상으로 간호와 의료 보호를 제공하는 알텐플레게하임, 그리고 이 3가지 유형이 혼합된 복합 시설인 알텐첸트룸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할 때 차별화 된 점은 노인들이 건강 등의 상태 변화에 따라 시설 내에서 장소만 옮겨 복지 및 의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복합 노인복지시설인 알텐첸트룸이 전체 노인복지시설의 64%를 차지할 만큼 보편화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는 코하우징과 유사하지만 약간은 다른 세대결합주택으로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가 많이 있다. 즉 노인복지시설 안에 어린이집을 같이 운영해 세대 결합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고토엔’이라는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유아부터 90세 노인들까지 함께 모여 지낸다.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이 결합된 형태로 1층에 보육원이 있고, 2~3층에 노인 요양 공간이 있고, 4층에는 아이들과 노인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돼 있다. 아이들은 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노인들은 아이들로 인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대 교류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큰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여러 세대가 골고루 입주하는 세대교류형 주택도 있다. 도쿄 도시마구에 있는 ‘컬렉티브 하우스’는 노인과 젊은이들이 골고루 입주해서 주방과 거실을 공유함으로써 세대 고립을 막고 결합가정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얻고 제2의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