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는 시진핑 주석이 2013년 가을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행한 국제연설이었는데, 육상의 실크로드를 일대(一帶), 해상의 실크로드를 일로(一路)라고 해서 일명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도 한다. 일대일로를 주축으로 하는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동서양 잇는 신실크로드, 참가국 14개국으로 확대
‘일대일로’ 신실크로드 전략의 대상 지역은 대부분 발전이 더딘 중국의 서부 지역으로 기본적으로 1990년대 중국 정부가 마련했던 ‘티(T)자형 발전 전략’의 연장선이다. 즉, 동북연해 지역으로부터 내륙부로 경제 발전 효과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주변국들과 중국 서부 지역을 광역경제벨트로 묶어서 상호 발전을 촉진함이 목적이다.
대상 지역은 역사상 중국과 남아시아,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문화 교류, 경제 무역에 크게 기여했던 육상 또는 해상 실크로드와 일치한다. 한나라 장건이나 당나라 현장 법사, 명나라 정화 장군, 마르코 폴로 등이 모두 이 실크로드상에서 활약했던 역사적 인물들로 이 지역 국제 교류와 통상 촉진에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신실크로드 구상이 처음 제기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아시아, 유럽을 잇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창설된 2001년이다. 당시 참가국은 6개국(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미 파트너와 옵저버를 포함해 14개국으로 확대됐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 지역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옛 실크로드를 부흥시키자고 제창했었다. 물론 이 국제간의 경제 협력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전략과 연결돼 있다. 30여 년의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경제는 크게 발전했고, 세계에서의 입지도 확실히 높아졌다. 그러나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더 높이고, 중국 내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며, 현안인 산업구조의 전환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선 덜 개발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서부 지역의 육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서부가 갖고 있는 지리적 이점과 해외와의 역사적 공감대를 활용하겠다는 거다. 이것이 일대일로의 기본 구상인 셈이다.
일대일로 실크로드는 광범위하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의 상세 내용과 해당 지역을 살펴보자. 먼저 동서로 보면 아시아, 유럽까지인데, 동쪽은 중국의 연해, 중원, 서북지구로부터 중앙아시아, 러시아, 서아시아를 거쳐 서쪽 끝은 유럽 서해안이다. 총길이는 동서로 보면 1만여 km, 남북으론 지역에 따라 짧은 곳은 300km, 긴 곳은 4000km다. 육상 실크로드의 대상국은 아시아, 유럽의 18개국이고, 관련국 인구수는 무려 30억이다. 이 지역은 에너지, 관광, 문화, 농업 등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에서 가장 길고 또 성장성도 가장 높은 지역으로 판단된다. 중국 서북부는 신장(新疆)·샤시(陜西)·간쑤(甘肅)·닝샤(寧夏)·칭하이(靑海), 서남부는 쓰촨(四川)·충칭(重慶)·윈난(雲南)·광시(廣西) 등이 경제벨트의 중심이다. 따라서 서남 4개성은 대부분 창장경제벨트, 서북 5개성은 황허경제벨트에 입지해 있어서 육상 실크로드는 서부의 남북, 창장과 황허경제벨트를 잇는 새로운 경제벨트인 셈이다.
반면,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특히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이 포인트다. 범위는 과거 ‘정화 장군의 하서양(下西洋)’ 루트와 비슷하다. 가까이론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지만 좀 더 나아가면 인도양, 대서양의 남유럽, 멀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까지 이른다. 중국 안에선 일단 첫 번째 루트인 동남아로 나가는 광시, 광둥(廣東), 푸젠(福建), 저장(浙江), 하이난(海南), 윈난 등이 관문이고 그 주변이 대상 지역이다.
간단히 얘기할 때는 신실크로드의 육로 일대는 중국 서부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이란, 오스트리아 빈에 달하고, 해로 일로는 중국 남쪽 항구를 출발해서 싱가포르, 인도양의 실론, 아프리카 섬들을 거쳐 벨기에 앤트워프까지 이르는 경로라고 한다.
주변국 경제 부흥 기회 될 듯…정치·외교 문제가 변수
현 중국 지도부에 의한 일대일로 구상은 세계에서 중국 경제의 위상을 더욱 높이려는 전략이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2위, 2013년엔 무역 규모 면에서 미국까지 뛰어넘은 중국은 세계 2위의 대내 직접투자국이면서 동시에 대외 직접투자도 대폭 확대해서 그 규모가 대내 투자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엔 실질적인 자본순수출국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대외 투자의 확대 배경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세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외환보유액(4000조 원)과 위안화 절상, 국제화 진전, 중국 내의 임금 상승에 따른 공장 이전 필요성 외에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중국 공업 제품 수출액에서 기계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대로 높아졌고, 연구·개발(R&D) 투자도 GDP의 2%를 돌파하면서 해외 인프라 수주 및 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단 얘기다.
실제 일대일로 전략을 실시하기 위해선 교통 인프라와 에너지 시설 건설, 국가 간의 시스템 정비가 중요한데, 최근 중국의 고속철, 풍력과 원자력 산업의 성과와 경쟁력이 높아져서 국제적으로도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럽에 이어 2~3년 전부터 일대일로 관련국들에서도 중국의 고속차량 수출과 철도 건설 수주를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실크로드 구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줄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설립을 추진해왔는데, 올해 말쯤 정식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동남아와 중동 국가 등 총 23개국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로 자본금은 1000억 달러다. 또 작년 12월 26일 ‘실크로드 고속철도’라 해서 간쑤에서 신장까지 1776km의 철도가 전면 개통됐다.
물론 일대일로의 실시는 과제와 어려움도 적지 않다. 이미 20개 가까운 행정지구가 신실크로드 관련 지역개발계획을 책정해서 초기 계획 수립부터 간단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적으로는 경제 관계보다도 국제정치와 외교관계상 많은 과제와 애로가 예상된다. 특히 미·중 관계와 미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요소다. 이 구상에 대해서 현재 관련국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을 표시하고 있지만, 아직 방관과 경계심을 보이는 국가도 있어서 구체적인 컨센서스를 형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거란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마셜플랜이 서유럽의 전후 부흥에 공헌하고 미국의 경제 입지를 굳혀준 것은 확실하다. 소위 중국판 마셜플랜이 경제논리로만 보면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의 경제성장과 지역 안정, 나아가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중국 등 국제정치와 외교 관점에서의 복잡한 이해관계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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