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인사 실험은 시작됐다. 부원장 인사에서 지방대 출신이 대거 중용되며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사) 출신의 엘리트주의는 제대로 상처를 입었으며, 한국은행 출신의 부원장보들이 업무 실력과 평판을 앞세워 뉴 리더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IN FOCUS] 모피아 밀어내고 전진 배치된 비주류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첫 인사는 3명의 부원장이었으며, 공교롭게 이들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아닌 지방대 출신들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가 있던 서태종 수석부원장(행시 29회)은 진 원장의 히든카드였다는 전언이다.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을 보필하게 된 서 수석위원장은 1964년생으로 광주 대동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기획과 경영지원, 업무총괄, 보험 등 조직의 살림을 챙기는 중책을 맡았다. 주OECD대표부 주재관, 금융위 기획조정관, 자본시장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진 원장의 뒤를 이어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맡았다.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인데 말수가 많지 않은 진 원장의 진심을 외부에 정확히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을 맡게 된 박세춘 부원장(1958년생)과 금융투자 담당인 이동엽 부원장(1959년생)도 각각 중앙상고, 영남대 경영학과와 서대전고,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 부원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검사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올해부터 금감원이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등 대형 대부업체 200여 곳의 관리·감독을 맡게 된 만큼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이동엽 부원장은 공시와 자산운용 부문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포용의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스펙보다 직무 능력·평판 중시
이는 결국 스펙보다는 직무 능력과 평판을 인사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부원장보, 국장급 인사에도 이 같은 인사 방침은 주효하다. 이는 금감원 내 만연한 학연과 지연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진 원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부원장보 인사는 권인원·김진수·허창언·최진영 부원장보가퇴임하고 부원장으로 승진한 박세춘과 이동엽의 자리를 감안해 총 9명의 부원장보 중 6명이 교체됐다.

부원장보에는 양현근 기획조정국장, 권순찬 기획검사국장, 이상구 총무국장, 김영기 감독총괄국장, 조두영 특별조사국장, 박희춘 회계감독1국장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해 4월 선임돼 1년이 채 되지 않은 김수일·이은태 부원장보와 오순명 소비자보호처장은 유임됐다. 부원장보 선임에도 지방대 강세는 이어졌다. 김영기(영남대 경영학과)와 양현근(조선대 경영학과)이 바로 그 사례다. 또 다른 특징은 한국은행 출신의 강세다. 양현근, 이상구, 김영기, 권순찬이 모두 한은 출신이다. 양현근 부원장보는 1960년생으로 광주상고와 조선대 경영학과, 연세대 증권금융학 석사를 마쳤으며 정식 시인으로 등단할 정도로 문장력과 감수성이 남다르다. 이상구 부원장보는 1962년생으로 서령고, 한국외대 경제학과, 캔사스주립대 경제학 석사를 거쳤으며 일반은행검사 등 검사분야에서 상당한 공력을 인정받고 있다.

1963년생으로 가장 젊은 나이인 김영기 부원장보는 안동상고, 영남대 경영학과,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및 박사를 마쳤는데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이며, 권순찬 부원장보는 1959년생으로 진 원장과 나이가 같은데 김천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손해보험검사 국장을 포함해 감독과 검사 분야를 두루 거친 보험통이다. 조두영 부원장보는 1961년생으로 배문고, 연세대 법대를 나왔으며 검찰(사법고시 27회)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실력파다. 박희춘 부원장보는 1961년생으로 대전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회계사로서 삼일회계법인 등에 있었으며 2006년 금감원에 들어와 회계업계와 금감원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