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의 HIP & HOT
“다음 주엔 꼭 ‘데블스 도어’에 가봐야겠어. 요즘 방배동 아줌마들 사이에 ‘데블스 도어’가 아주 핫하거든. 점심때부터 줄을 쫙 서 있어서 번번이 못 들어갔다니까.”지난해 연말, 역시 ‘방배동 아줌마’인 지인의 한 마디에 마음이 ‘혹’했다. 생각할 것 없이 문을 두드렸다.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4.1.jpg)
그래서 나름 찾은 접점이 연말연시가 지난 평일 점심, 그것도 오픈 시간인 11시 30분에 맞춰 가는 것. 오픈 15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비닐로 찬바람을 막아 놓은 대기실 안에는 대여섯 명의 여성 고객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연말엔 점심에도 대기 행렬이 길었다더니 다소 ‘오픈발’은 빠진 모양이었다.
‘치명’까진 아니지만 매력적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5.1.jpg)
무게감이 느껴지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두컴컴한 프런트를 지나 엄청난 층고의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났다. 약 1216.53㎡의 넓은 공간이 그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건 왼쪽 벽으로 이어진 창문들과 햇살이 그대로 쏟아질 것만 같은 천창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규모도 규모지만,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설치된 독일 카스파리사의 대형 양조시설, 그 자체로 퍼포먼스 성격을 띠는 오픈 주방, 맥주 공장 콘셉트에 충실한 빈티지 가구들과 소품, ‘데블’의 모습을 한 디테일한 장식들까지 더해지니 분명 매력적이기는 했다. 공간에 비해 좌석 수는 고작 240여 개 미만으로 테이블 간격이 넓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쨌거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상상하니 유럽의 어느 대형 펍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직 핵심 콘텐츠인 수제 맥주 맛도, 음식 맛도 보기 전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데블스 도어’를 찾는 첫 번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운이 좋으면 양조장에서 맥주를 관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아직 준비 단계이긴 하나 양조시설 한쪽에 마련된 곳에서 직접 제조 체험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나 얼굴이 알려진 이들이 선호한다는 2층 프라이빗 룸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만끽할 수 있는 1층 중앙의 스탠딩 테이블(물론 스툴의자에 앉을 수 있다)이 이곳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하기엔 최적이었다.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6.1.jpg)
기자도 대표 메뉴들과 ‘데블스 도어’에서 직접 제조하는 세 종류의 에일 맥주를 스타우트,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IPA) 순으로 주문했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쓴맛이 덜한 것부터 더한 순으로 맛보는 게 좋다는 관계자의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여기서 잠깐, 에일 맥주에 대한 기본 설명 들어간다. 맥주는 발효 방법에 따라 상면발효효모 방식과 하면발효효모 방식으로 나뉘는데 전자가 에일, 후자가 라거다. 과정이 다른 만큼 맛도 다르다. 에일은 향긋하면서도 과일 향과 맛이 진하고, 라거는 과일향이 없는 대신 빛깔이 투명하고 맛이 깔끔하다. 그동안 우리가 ‘시원하게’ 마신 맥주가 대부분 라거 계통이라고 보면 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에일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정도로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란다.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7.1.jpg)
음식과 수제 에일 맥주의 궁합
맥주 맛을 보는 사이 대표 음식인 일명 시금치 피자와 데블스 버거, 멕시칸 샐러드, 고구마 스틱 튀김 등이 나왔다. 점심엔 30여 가지의 메뉴가, 저녁에는 이보다 좀 더 많은 메뉴가 있다는데 손님들이 실제로 주문을 하는 건 다소 한정돼 보였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메뉴판이 좀 복잡하고 보기에 불편해서인지도 모른다. 기자 또한 열심히 들여다봤음에도 도대체 위에서 열거한 메뉴들 이외에 별로 찾지 못했으니까.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8.1.jpg)
![[IN CULTURE] ‘데블스 도어’를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 “줄을 서시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689.1.jpg)
데블스 도어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에 오픈해 평일에는 자정, 주말에는 새벽 1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된다. 다만 평일 낮 3시부터 5시까지는 맥주와 사이드 메뉴만 주문 가능하다. 예약을 받지 않으므로 평일 저녁, 그리고 주말에는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맥주는… 수제 맥줏집에 갔으니 그 집 메인 맥주를 마시는 게 정답. 추천대로 스타우트-페일 에일-인디아 페일 에일 순으로 마셔도 좋고,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낮은 것부터 마셔도 좋다. 180㎖ 테이스팅 잔이 3600원, 370㎖는 7500원, 470㎖는 9500원이다. 수제 맥주뿐만 아니라 엄선한 20여 가지 게스트 비어 또한 판매 중. 그중에는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하면서 유통 판로가 없는 국내 소규모 회사들의 맥주도 포함돼 있다. 게스트 비어는 수제 맥주보다 비싼 편인데, 그중에는 4만 원짜리도 있다.
음식은… 다른 메뉴를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시금치 피자와 데블스 버거는 맛이 괜찮다. 감자튀김과 고구마튀김도 5000원씩인데 가격 대비 맛도 양도 만족스럽다. 사람들 사이에는 3000원짜리 팝콘도 인기란다. 메뉴는 보통 1만 원대 초반에서 2만 원대로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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