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특정 자산에 편중된 투자를 하다간 원금도 지키기 어렵다.

이제는 국내에서 개별 자산, 개별 종목의 알파를 추구해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글로벌 투자를 통해 각 국가의 서로 다른 베타를 추구해 안정적인 수익을 꾀해야 한다.
[INVESTING GUIDE] 글로벌 자산 배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성장 시대에는 리스크도 적어 최대한 맨 앞에 달려가는 말에 올라타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특정 자산에 편중된 투자를 하다간 원금도 지키기 어렵다. 과거처럼 유행에 따라 자산을 선택하게 되면 브릭스 펀드, 롱쇼트펀드, 브라질 국채, 30년 국채,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이 쏠림에 의해 낭패를 보기 쉽다. 1월 14일 현재 우리나라 국고채 3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를 하회한 것은 우리나라도 이제 초저금리 국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대만 보험사의 경우도 국채 10년 금리가 2%를 하회하는 2003년부터 총자산에서 해외투자 비중이 급증했다. 2000년 4.1%에서 2014년에는 38.5%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2%인 기준금리를 25bp(0.25%) 인하하면 바로 대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은행예금에 대한 세후 수익률이 1% 내외에 불과해 더 이상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됨에 따라 체계적 위험(beta risk)이 낮아진 반면 베타를 통한 수익도 턱없이 낮아졌다. 즉 국채와 같은 무위험 수익률이 낮아지고, 코스피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진 것이다. 이럴 때 예전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편중된 자산 배분을 하기 쉽다.
[INVESTING GUIDE] 글로벌 자산 배분 어떻게 할 것인가
해외투자를 통해서 우리보다 높은 성장률이 나오는 국가들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주는 안정적인 자산들에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알파 헌터 대 베타 그레이저(alpha hunter vs beta grazer)’라는 말이 있다. 알파는 육식 공룡에 비유할 수 있고, 베타는 초식 양에 비유할 수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 개별 자산, 개별 종목의 알파를 추구해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글로벌 투자를 통해 각 국가의 서로 다른 베타를 추구해 안정적인 수익을 꾀해야 한다.


유행에 따른 자산 선택은 금물
지금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너무 집착하는 투자를 해왔다. 언론도 수익률을 중심으로 자산과 펀드의 성과를 보여주고 비교한다. 이제 자산의 수익률만 봐서는 안 된다.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노출된 위험이 얼마인지 측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보유수익률(carry yield)이 높은 여러 자산군에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자산군은 시기별로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글로벌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청양의 해인 2015년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는 ‘저금리의 고착화’다. 국내 채권의 경우 은행예금과 국채에서 세후 2%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신용위험이나 환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월에서 4월까지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장기채에 대한 적극적 운용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하이일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구조화채권 등으로 만기가 짧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분산을 통해 보유 수익은 늘리고, 신용위험은 줄여야 한다.

통상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올라야 한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게걸음인 이유는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더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성장률 감소가 바닥이라는 신호만 보여도 배당,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성장에 대한 희망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10% 이상은 오를 수 있는 여건이다.

부동산은 수도권 주거용의 낙폭 과대에 의한 기술적 반등과 상업용 부동산의 상승 지속이 예상된다. 금리는 모든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자산 가격은 올라야 정상이다. 그 가운데 임대수익률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제일 먼저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KB국민, 우리 등 시중은행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2014년 공급된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718만 원 (1층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상승 폭도 전년 대비 22.3%로 가장 컸다. 저금리와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당분간 상업용 부동산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 회사채 유망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의 출구전략 개시, 저유가,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유동성 팽창, 중국의 버블, 러시아·일본·브라질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등 이슈가 셀 수 없이 많아진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개시하고 나면 대출 수요가 늘어 신용은 팽창할 것이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을 시작한 후에도 최소 1년 이상은 경제가 좋아 보일 것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올 상반기까지는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같은 원자재 수출국의 신용위험이 증가할 전망이다. 원자재를 기초로 50~60% 배리어의 파생결합증권(DLS)에 이제는 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서부텍사스유(WTI)가 전 세계 캐시 코스트(cash cost) 기준 생산 최저 원가 수준인 25달러 밑으로만 빠지지 않으면 수익률이 5~6%는 나오는 상품이다. 원자재 가격에 직접 노출되는 상품은 여전히 위험하다.

신흥국 가운데는 재정 건전성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들과 원자재 수입국들의 주식과 채권이 유리할 전망이다. 유럽은 자산 매입이 회사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여 수급 개선으로 회사채가 유망하다. 지역별로 보면 상반기에는 유럽과 아시아가, 하반기에는 미국과 이머징이 유리할 전망이다. 상품별로 보면 상반기에는 채권이, 하반기에는 주식, 원자재, 부동산이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2014년 수익률이 높았던 미국의 주식, 국채, 부동산은 2016년 상반기까지는 경계의 대상이다. 중국 주식은 38%나 올라 부담이나, 어차피 정책 기대감으로 오르는 주가라면 전국인민대표대회 이전인 1분기까지는 추가 상승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2015년은 저성장·저금리의 고착화로 자산 배분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제 더 이상 적응적 자산 선택으로는 위험을 관리할 수 없다. 목표 수익률을 시장금리에 맞춰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위험 상품 또는 해외 상품으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미리부터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3~5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적 자산 배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