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모바일 지급결제는 기술적 환경이 변함으로써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대표적 분야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핀테크(fintech)로 대표되는 ‘와해성 기술’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THE FINANCIAL SITUATION] 가속도 붙은 모바일 환경 제자리걸음 하는 전자금융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에 비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체계와 규율은 사후적인 측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장참여자들의 사고방식도 결국은 시장 반응에 기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려는 사회 전반의 개방적 마인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변화 중에서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모바일 지급결제는 기술적 환경이 변함으로써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4G 환경에서 과거의 보안 기준이 퇴색하면서 일명 ‘천송이 코트’ 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인터넷 쇼핑 시 공인인증서 사용이 폐지되면서 우리나라 전자금융 환경은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편리성 제고의 가능성은 분명 있지만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공인인증서 덕분(?)에 외부 환경 변화에 적합한 보안 기술의 채택이 지연된 탓에 지금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다. 급기야 결제 과정의 단순화를 위해 카드 정보를 전자지불결제대행사(Payment Gateway·PG)사들에 넘기는 조건으로 보안 강화를 위한 각종 투자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발표됐고, 올해 안에 라이선스가 주어지면 일부 편의성이 제고된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성 제고가 보안 위험으로 이어져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러한 일련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보안 노력은 온라인상의 결제 방식에 비해 뒤떨어지는 측면이 강하고 모바일 환경에도 뒤처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의 준비가 미래의 안전성과 편의성 제고에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온라인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이전하면서 원 클릭(one-click)으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고 알리페이(Alipay) 등이 대두되면서 전자상거래 관련 대규모 플랫폼이 형성된 데 비해 우리의 모습은 일천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인 카드 정보를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편의성 제고는 여전히 보안과 관련해 위험을 안게 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FDS(Fraud Dete ction System) 등의 투자는 수십 년간에 걸친 개인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더욱이 신용정보의 국제적 기준으로 간주되는 PCI-DSS(Paym ent Card Industry Data Secu rity Sta ndard)는 최근에 와서야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설적이지만 모바일 환경에서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구현하기에도 벅찬 환경을 우리 스스로 애써 유지해온 셈이다. 앞으로도 관련 업계가 각개전투 식으로 움직인다면 관련 생태계는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거듭된 개입과 대책으로 결제 플랫폼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도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소위 기술요인이 우세해지는 환경에 진입하면서 과거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은 이와 같이 심각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분명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 속에서 후발주자의 단순 추격 방식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현재의 대응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준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이 강조돼야 한다.

첫째, 모바일 환경을 구현하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출현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개방 환경과 협업 차원의 대응(collaborative response)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PG들이 개별적으로 보안성 제고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면 출혈 경쟁에다 지속성을 저해하는 수익성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자본금 규모상 피해 보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카드사들은 주어진 인프라를 일방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생태계 육성 차원에서 PG와 더불어 인프라 관련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앞으로의 변화는 단기 실적보다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 보다 분명한 경영 목표와 연관돼야 한다. 경영평가나 회계기준과도 연관이 있는 이 분야는 과도한 수익 추구로 생태계를 피폐하게 하지 말자는 업계의 자율적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래에는 점차 환경적 요인까지 강조하는 사회적 회계(social accounting) 기준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결국 기술로 구현되는 미래 변화의 핵심은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기술로 넓은 고객 기반을 구축하면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자가 기존 채널을 토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체계를 통해 디지털 채널로 밀착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법 규정은 고쳐 나가야 하지만 동시에 생태계 차원에서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독 규정이 공히 적용돼야 한다.


‘와해성 기술’ 출현의 의미
셋째, 협업과 장기적 차원의 안목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있어 필요한 개혁 추진과 시장중재자로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자승자박의 규제하에서 꼼짝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면 이를 풀어주어야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지주회사의 근간 위에서 구현할지 아니면 개별 회사 차원에서 접근할지에 대한 판단과 조치를 해주어야 미래의 시장이 커나갈 수 있다. 사실 금융회사의 유니버설 뱅킹의 그룹은 포괄적 위험에 대한 자체적인 자본금 강화 규제로 작금의 환경 변화가 요구하는 협업 체계의 구성을 근본부터 차단하고 있다.

즉, 협업에 유리한 지주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간의 정보 공유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절름발이식의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협업은 큰 지붕 밑에 계열사 간의 협조가 아니라 별도 회사들 간의 합종연횡이므로 큰 틀에서 현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연관해 정부조직 차원에서도 모바일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편의성 제고를 위한 결정과 이행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현 지배구조상의 제약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칸막이식 조직과 관 주도 아래 재벌 경제로 커온 상황에서는 이러한 대응을 구현하기가 더욱 어렵다. 워낙에 분화된 인식 체계로 인해 복잡다단한 연관으로 이루어진 현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조차 이루기 힘들다.

보다 넓고 길게 보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도 상황에 맞게 신축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지 못하면 핵심 기술을 가지고도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게 된다. 원천기술이 있어도 더 큰 부가가치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 핵심은 역량 집중과 전문화만 강조해온 분화된 시스템(fragmented system)의 결과다. 다양한 성장 동인을 수용하려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 실적들은 더 큰 부가가치의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되는 핀테크의 진정한 메시지는 첫째, 금융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어 기존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의 진취적이면서도 공동 협력이 가능한 개방적 자세를 촉구한다. 새로운 기술을 외면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로 전향해서 기존 고객은 물론 새로운 고객층에게 보다 다가가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벤처업계에서 개발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는 별개의 기술적 추세로 간주되기보다는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에서 채택되고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기술적 요소들도 시장 수요와 감독 규제의 틀 안에서 강화돼야 새로운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혀 새로운 참여자들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그것이 금융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그 자체의 유용성만을 따로 판단하기 힘들다. 잠재적 위험과 부작용 등을 사회 전반과 금융 안정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법체계와 인프라가 미흡한 점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제공되는 비금융회사들의 현란한 금융 기법과 서비스를 이용자가 어디까지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일견 모바일 환경 변화의 맥락에서 전달되는 핀테크의 협업, 장기적 안목, 그리고 플랫폼 변화를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은행권이 주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간주되기 쉽다.


핀테크의 진정한 메시지는?
그러나 금융 선진국인 영국의 예를 보면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주도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즉, 시장참여자들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생존에 필요한 변화를 모색하되 전반적인 생태계의 안정을 위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종연횡을 하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법체계나 인프라에 토대를 두지 않고 제공되는 서비스는 분명 문제의 소지가 크므로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핀테크회사와 금융회사가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THE FINANCIAL SITUATION] 가속도 붙은 모바일 환경 제자리걸음 하는 전자금융
기술 개발이나 혁신도 독자적인 기술적 측면보다는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관한 판단은 기존 금융회사의 몫이다. 다만 기득권의 지대추구적 관점에서 신규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관행들은 감독의 시각에서 지양돼야 한다. 아마도 시장참여자들이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관리해 나가야만 하는 대외적 경쟁 환경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모바일 환경과 핀테크의 결합은 새로운 결제 및 금융 서비스 플랫폼의 발전 가능성을 뜻한다. 지불결제 분야뿐 아니라 보험, 자산 운용, 펀딩과 전통적인 금융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기존 법체계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의 기술 수용 정도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전개될 수 있다.

기술 측면만 보면 은행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는 핀테크로 무장한 비금융회사들이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수의 고객 니즈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존 금융의 패러다임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비트코인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여타 전자화폐(digital currency) 등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활용되는 화폐 자체가 질적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발전으로 현재와 같은 영역 구분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단, 지금의 영역 구분을 당장 허물면 생태계의 혼란이 오히려 가중돼 제대로 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사회 전반의 준비된 정도에 맞추어 규제를 완화해야 생태계의 혼란을 피하고 혁신을 수용할 수 있다. 이러한 조율과 판단은 오로지 시장과 정책 당국의 몫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