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은 ‘부모학원’이 등장할 정도로 전 세계 어느 곳보다 교육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하지만 취업난은 최악이다. 이에 직업교육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 시장을 열어줄지 주목된다.
[IN CHINA] 中 교육 열기 후끈 직업교육 시장 뜬다
현재 중국은 6세부터 9세까지는 의무교육이고 초등학교 6년제, 중학교 3년제 그 후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 보통은 일반 고등학교 외에 중등전문학교, 기술공업학교, 직업고등학교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상위 톱클래스 학생들만을 위해선 별도의 엘리트 학교를 두고 있다. 예로부터 있던 ‘과거’라는 엘리트 관리등용제도의 전통을 현대판으로 부활시킨 셈이다. 계기는 문화혁명으로 발생한 인재 공백을 빠른 시간 내에 메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결과 중국이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65개국 지역의 15세를 대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고 있는 국제학습조사(PISA)에 의하면 상하이시는 2009년에 이어 2012년에도 전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염을 토했다. 대상 학생이 무작위인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 교육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다는 뜻이 된다.

물론 공짜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과 학습 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최고 수준인 중점학교 입시 전쟁은 대단해서 애들 숙제에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붙는다고 한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숙제가 많아 부모를 위한 학원까지 있다고 하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이런 상하이시의 분위기가 옳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격심한 경쟁 환경이 성적 1위의 비결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미국, 영국도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높이 평가해서 교사들을 상하이로 파견하고 있다.

그러면 왜 중국에서 노벨상 수상자 등 우수한 인재는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은 중국 내에서도 논쟁이지만 중국의 저명한 과학자면서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은 “그 답은 대학에 물어볼 게 아니라 사회에 물어야 한다”며 “중국 교육에도 문제는 있지만 사회에 더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취업난이다.


대학 졸업자 늘어도 기업 신규 채용은 태부족
그동안 중국에선 생활이 나아짐에 따라 자식에게 어떻게든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대다수 부모와 애들은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 따라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사회주의라는 중국에서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워지고 계층과 신분 이동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학생과 부모들은 대학 진학만이 출세의 유일한 통로란 생각이다. 이에 따라 대학 입학 증가에 발맞춰 신설되는 대학도 늘어나서 올해 대졸자는 10년 전의 3배 이상, 역대 최고인 727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국가 중장기교육개혁과 발전계획요강’에 의하면 2020년엔 학생 전체의 40%, 1000만 명 이상이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대졸자 대비 기업 신규 채용의 둔화다. 예컨대 2013년 대졸자 수는 2012년 대비 3% 증가했지만, 기업 등 신규 채용은 15% 감소했다. 취업 시장의 수급 균형이 붕괴됐단 얘기다. 특히 2013년 대졸자 취업률은 71.9%로 오히려 전문학교 졸업자 78.1%보다도 낮다. 올해에는 취업난이 더 심할 거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이유 중 하나로 대학에 사회 요구와 괴리된 학과와 과목이 난립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그 결과 졸업 학생은 늘고 있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져서 대학을 졸업해도 이들을 흡수할 산업과 기업이 없는 것이다. 그럼 기업 측에선 노동 수요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공장 등도 사람들이 없다고 난리다. 노동 부족 상태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결국 대학 졸업자 즉 노동 공급은 많지만 문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단 얘기다.

그럼 취업난 때문에 어떤 일들이 생기고 있나. 우리도 요즘 마찬가지이지만 취업이 어렵다고 해도 학생과 부모로선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우선 좋은 대학에 가려고 더 노력하는 것은 상식. 그런데 문제는 이전과 달리 취업의 여유가 줄어든 만큼 창업 등과 같은 창의적, 모험적 시도가 줄어들고 직업도 가능한 한 안정적인 정부기관이나 국유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심해졌다고 한다. 물론 국유기업은 경기가 둔화돼도 웬만하면 실업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는 맘에 안 들면 취업할 때까지 학교 근처에서 빈둥거리는 소위 개미족(蟻族)까지 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도 골치 아픈 신종 사회 문제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 중소영세기업의 대졸채용지원책, 사회보장비 보조나 창업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만만치 않은 과제다.

또 이쯤되니 비취업자들에게 대학 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취업교육, 또 취업자도 계속 직업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위한 다양한 직업 및 기술교육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중국교육신문에 의하면 중국 2차 산업 종사자 2억2500만 명 중에 기술노동자는 1억1900만 명, 특히 중·고급 기술인재는 3117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제조업계에선 기술 인재가 400만이나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민간 기업과 중소기업은 인재 확보가 워낙 어려워서 경우에 따라선 노동자 평균 월수입의 5배, 1만 위안(200만 원)을 줘도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그만큼 직업교육은 중요한 셈이다.


직업교육 시장 급성장 기회의 땅 열리나
[IN CHINA] 中 교육 열기 후끈 직업교육 시장 뜬다
직업교육은 비취업자뿐 아니라 기술 인력이 부족한 기업의 성장에도 중요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2020년까지 중·고급 직업교육의 학생을 2350만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산업과 교육의 융합, 학교와 기업의 협력을 강화해서 현대식 직업교육 체계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목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직업교육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훨씬 큰 서비스산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비중은 제조업을 초과한 상태다. 광명일보(光明日報) 보도에 의하면 서비스산업이 커지면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데, 특히 개인 기술의 투자 회수가 높은 업종 예컨대 정보기술(IT), 조리사, 미용 등의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한다.

또한 ‘2013~2014년 중국 온라인교육업계 발전보고’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중국의 온라인교육(E-러닝) 시장규모는 839억7000만 위안(16조 원)으로 2012년 대비 19.9% 증가했고, 이용자 수도 6720만 명으로 13.8%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7년경에는 이용자 수가 1억2000만에 달할 전망인데, 그중에서도 초등·중학생 교육, 직업교육, 어학교육 등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거라고 본다. 바이두의 ‘바이두교육’, 알리바바의 ‘타오바오통쉬에’, 탕쉰의 ‘QQ교육’을 비롯해서 시나(新浪), 왕이(網易), YY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온라인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YY교육은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서 이미 100여 종류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놓고 있다. 이 회사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연령별 비중은 주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40~50%로 가장 많고 50~60세는 20% 정도다. 차별화를 위해 어떻게든 우수한 콘텐츠(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어서 이미 연간 수입 100만 위안 (2억 원)을 호가하는 교사도 꽤 많다고 한다.

또한 초·중학교 교육 분야에선 ‘쉐시바오(學習寶)’라는 스마트폰을 위한 교육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고, 반년 만에 사용자가 5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질문하면 앱에서 즉시 답을 해주기 때문에 특히 어려운 숙제를 풀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학생들 중심으로 인기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아무튼 중국에선 최근 최악이라 할 정도의 대졸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고, 서비스 시장은 그 시장 그대로 확대돼서 향후 직업교육 시장은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또 중국 대기업들은 교육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이 진출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업계도 재차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