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만 놓고 보면 2014년은 쉽지 않은 해였다. 펀드 투자로 돈을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많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원금 손실을 본 상품이 많았던 탓이다. 1년 만에 반 토막 난 해외 펀드도 수두룩했다.
2015년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뜨는 펀드는 뜬다.
[FUND ISSUE] 2015년 달굴 ‘용광로 펀드’를 찾아라
2015년 상반기엔 글로벌 자산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증시·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 경제가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데다 구조 개혁을 진행 중인 중국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경우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014년은 대표적인 금융투자 상품인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저조한 해였다. 약 58조 원 규모의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약 1년 동안 평균 -6.92%(1월 1일~12월 18일 기준·에프앤가이드)에 그쳤다. 지수 흐름을 그대로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조선·운송·화학주 ETF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하회하기도 했다.

‘폭탄 펀드’는 러시아 펀드였다. 러시아 전체 수출의 75%를 원유가 차지하는데, 원유값이 6개월 만에 50%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가량 낮아졌다. 설정액이 5000억 원 규모인 러시아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48.25%에 달한 배경이다. 러시아 펀드 설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JP모간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은 -51.01%로 가장 저조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신흥 유럽 펀드도 맥을 못 췄다. 1년간의 수익률이 평균 -32.02였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의 경우 원자재값 하락, 대선 결과에 대한 실망, 헤알화 가치 하락 등이 겹치면서 펀드 수익률이 -20.5 3%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선 친환경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 펀드의 성과가 특히 좋지 않았다. 1년 수익률이 -19.58%였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펀드’의 1년 수익률은 -31.05%로 최악이었다. 같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KB그린포커스펀드’의 수익률 역시 -18.21%로 낮았다. 친환경 산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데다 녹색 펀드라 해도 대형 그룹주 비중이 높은 게 원인이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펀드’의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기아차와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이 각각 10% 안팎을 차지한다.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기엔 손색이 있는 종목들이다.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그룹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조6000억 원어치 팔린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13.76%에 불과했다.

원자재 및 농산물 펀드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약세였다. 글로벌 수요가 좀체 살아나지 않아서다. 설정액이 1조 원에 달하는 원자재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4.71%였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과 은이 제값을 받지 못한 데다 2014년 하반기 들어 원유값도 급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농산물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3. 65%를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증가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떨어졌다.


새해를 달굴 유망 상품은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반대로 꽤 짭짤한 이익을 내 준 펀드도 제법 있었다. 대표적인 게 중국 본토 펀드다. 약 2조 원 규모인 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은 1년간 33.31%로, 전체 유형·지역별 펀드 중에서 최고였다. 2000년대 후반 6000선을 찍었던 상하이종합 지수가 2000까지 떨어지면서 ‘바닥’ 심리가 공고해진 데다 후강퉁과 같은 증시 활성화 대책까지 나왔던 덕분이다.
[FUND ISSUE] 2015년 달굴 ‘용광로 펀드’를 찾아라
전문가들은 2014년 하반기 괜찮은 수익을 내 준 펀드가 새해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함께 인도 펀드가 손꼽히고 있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글로벌 투자처로 기대를 모으는 곳이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사회기반시설 확충, 외국인 투자 유치 등으로 경제성장을 꾀하고 고용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인도 펀드의 1년 수익률은 중국과 비슷한 32.95%였다.

1년 수익률이 11.22%로 괜찮았던 북미지역 펀드는 새해에도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거론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연말 연초를 맞아 대형 증권사와 은행의 대표 프라이빗뱅커(PB) 4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해보니, “2015년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식 투자가 유망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0.4%였다. 선진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승호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PB부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경기 부양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선 배당주펀드 등을 중심으로 수익률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 환경 역시 불안해지면서 고배당주 및 인컴펀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기초체력 대비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기업 실적만 개선된다면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 따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선진국 경기가 더 좋아지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금리 환경에선 ‘플러스알파(+α)’ 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금리 채권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특히 2015년엔 미국이나 유럽의 하이일드채권펀드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 돋보기
“좋은 펀드, 이렇게 골라라”
유망한 유형별 펀드를 선택하더라도 개별 상품을 고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같은 유형별 펀드 중에서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단기 등락이 심한 섹터형 상품보다 펀드매니저가 장기 투자 철학을 갖고 오랫동안 운용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품을 고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좋은 펀드를 골라내는 첫째 방법은 펀드의 운용 전략을 보는 것이다. 각 펀드의 전략이 장기적인지, 또 일관된 철학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 여부는 대표 펀드매니저를 보면 알 수 있다. 펀드매니저가 수년간 바뀌지 않은 펀드라면 일단 믿을 만하다. 반대로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면, 펀드 내 편입 종목이 자주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을 빈번하게 사고팔면 매매 수수료 때문에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는 펀드 설명서에 잘 나와 있다.

각 펀드의 과거 수익률도 꼭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비슷한 성과를 내더라도 수익률 변동성(표준편차)이 작은 펀드일수록 좋은 상품이다. 원금 손실 위험이 낮으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내왔다는 이유에서다.


조재길 한국경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