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회원권 시장

[COVER STORY] 10억 이상 거래 사라져…파격 상품으로 수요 창출
골프 회원권 시장은 오랜 침체를 겪고 있다. 불황 타개를 위해 골프장들은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고, 이는 회원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잘나가던’ 시대의 획일화된 논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산 중이다.


자산가들에게는 거의 필수 항목으로 꼽히는 골프 회원권 시세는 2008년 3월 고점 대비 약 63%까지 급락했다. 이후 다소 반등의 움직임도 있었지만 현재는 바닥을 다지며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추세다. 사실 이 ‘63%’는 의미 있는 수치다. 골프장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회원권이 채권으로서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선인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원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골프존카운티안성Q의 경우 모기업인 태양시티건설이 입회금의 17%만을 돌려주기로 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갔지만, 보통 양호한 상태에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에는 30~40% 정도를 보증해주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60% 하락이 암묵적인 지지선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자산의 일부분인 회원권 시세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경기 상황도 그렇지만 골프장 개체 수까지 증가하면서 시세 하락을 부추겨왔다.


중가 거래 활발, 최고가는 남부·가평베네스트
에이스회원권 자료에 따르면, 최근 회원권 시장은 전반적 약보합세 속에서 금액대별로는 5000만 원 이상 1억5000만 원 미만의 중가 종목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가라도 해도 그 가격 폭이 넓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상품 혜택이나 시설, 접근성 등을 따져 양호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시장 자체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이 바로 상품의 다변화다. 골프장 운영업장들이 입회금 반환과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신규 분양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고객의 구미에 맞는 진화된 상품을 고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COVER STORY] 10억 이상 거래 사라져…파격 상품으로 수요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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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법인업장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회원권의 진화다. 예전에만 해도 영업이 잘 되는 골프장들은 굳이 무기명 상품을 발행할 이유가 없었다. 무기명 회원권은 물론 수요가 있기도 하지만, 영업장 입장에서는 남는 부킹업장에 대한 처분 성격을 띠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기명 회원권은 주로 접대용으로 활용되다 보니 주말 부킹이 양호한 수도권 인근의 고가, 또는 초고가 회원권 위주로 매매가 이뤄져왔으나, 경기 침체에 따라 법인들이 저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무기명 회원권을 찾기 시작했고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발행하는 업장들이 증가했다. 여주 이천권의 비에이비스타컨트리클럽(CC)은 무기명 회원권으로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3년 전 분양 당시 4인 한 팀을 무기명 회원 대우로 받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던 최초의 골프장이었던 것. 그러나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무기명 회원권을 발행하면서 혜택 면에서도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됐다. 무기명 혜택 외에 정회원을 추가한다든가, 계열 골프장이나 콘도, 골프텔 등을 체인으로 엮어서 활용 가치를 최대한 넓힌 상품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팀장은 “신규 분양이 안 되는 외곽의 골프장들이 수요에 맞춰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어 모기업의 안정성, 혜택 등을 따진 뒤 선별해야 한다”며 “가격 대비 혜택은 에머슨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난티 클럽 서울이 좋고, 실질적으로 두산중공업이 운영하는 클럽모우는 대기업이 발행하는 무기명 회원권 최초의 사례로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무기명 회원권 시세는 고가의 경우 10억 원대 이상의 상품도 가능하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비에이비스타, 아난티 클럽 서울, 클럽모우가 각각 5억 원대, 3억 원대, 4억8000만 원대 수준이다. 이 팀장은 “비에이비스타는 과거에 34억~36억 원까지 갔던 게 8억대 미만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5억대에 신규 분양을 하면서 혜택은 더 추가해 그야말로 대박 상품이 됐다”며 “뜨는 회원권의 특징을 보면 상품이 파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거래는 중가의 회원권 중심으로 이뤄진다지만 여전히 초고액 자산가들은 그야말로 ‘돈 있어도 못 구하는’ 프리미엄 회원권을 선호한다. 그간 회원권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1월 중순 기준 회원권 가격이 10억이 넘는 골프장은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와 휘슬링락(각 13억 원),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12억 원), 경기 안성 윈체스트안성(11억 원),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10억 원) 등 다섯 곳이다. 여기에 무주 덕유산의 특별 회원권이 15억 원, 경기 이천 블랙스톤의 익스클루시브 회원권이 9억3000만 원으로 10억 원 가까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 가격은 어디까지나 분양가일 뿐 실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에선 큰 의미가 없다.

실제 거래되는 회원권 중 최고가 베스트는 남부(8억 4500만 원)와 가평베네스트(7억5000만 원)다. 이들 골프장은 회원 만족도가 높고 멤버십을 보유한 사람들도 프라이드가 강한 데다 경기 상황에 민감하지 않는 재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 매물도 거의 없다. 이 팀장은 “남부는 올해 거래가 한 건 있었고 가평베네스트는 작년에 한 차례 거래된 게 전부”라며 “남부는 회원 수가 200명 정도로 기존 회원 3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분양 당시 일반 회원 수가 20여 명 남짓에 불과했던 가평베네스트는 삼성 본사까지 결재가 올라가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 등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가평베네스트를 비롯해 초고가 회원권은 법인 비중이 높은 편이다. 6억 원 이상에 시세가 형성된 이스트밸리도 80~90%가 법인 비중으로 이 팀장은 “가격이 높을수록 무기명 회원권 법인 비율이 높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영남·제주권 시세 상승, 개발 호재 있는 지역 수혜 가능성
회원권 시장은 부동산 시장과 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지역적인 특징도 두드러진다. 전통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접근성이 좋은 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면, 최근의 추세는 지역별로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방 거점도시 근교의 골프장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게 두드러진 현상. 지역별 골프장 회원권 시세 추이를 보더라도 중부권은 -2.54%(2014년 10월 7일 기준)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고, 반대로 영남과 제주권은 각각 4.28%, 5.86%로 급등했다.

영남권은 지역 거점인 대구, 경북 부동산이 활황을 이루면서 회원권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고, 중국인 부호들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제주권도 그로 인한 수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팀장은 “부동산 강세를 보인 대구와 울산, 부산, 영남권, 제주권 일부 지역 거점도시 주변 물건이 시즌이나 연말 연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경남 양산과 파미힐스, 제주의 캐슬렉스제주 등의 회원권 가격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시세 평균 -2.23%였던 호남권은 상당한 침체기를 겪으며 골프장들이 거의 퍼블릭화되는 과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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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수혜가 예상됐던 해당 지역 골프장들은 심한 업 앤드 다운을 경험했다. 일례로 그 지역 터줏대감 격인 라데나는 지역적 기대감을 한 몸에 받으며 3억3000만 원까지 올랐으나, 도로 개통 이후 경쟁적으로 신규 골프장들이 생겨나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6400만~6500만 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 부동산 침체로 인해 주택 사업을 하던 중소건설사들이 골프장 운영에 막차를 탔다가 매물로 나오기도 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적 차별성에 따른 회원권 시장의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리적, 입지적 조건 등이 단기간에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 다만 사회 기반이나 도로 등 접근성에 변화가 생기는 곳은 그에 따라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2016년 개통될 제2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남이천IC 등이 완공될 경우 인근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통의 의견이다.

지역적 차별화와 함께 운영업장의 안정성 문제도 최근 회원권 시장에서 이슈로 떠오른 항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골프장들이 모기업 혹은 운영사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시세가 급락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 동양그룹 소속 파인밸리는 올해 29.8%까지 떨어졌고, 동양레저 소속의 파인크리크 역시 33.3% 하락했으며, 운영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븐데일도 44.1%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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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기업 혹은 운영사 안정성은 회원권 시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웅진그룹에서 운영하는 렉스필드도 기업회생절차와 운명을 같이 했다. 재작년 급락했다가 지난해 그룹 자회사들이 기업회생절차에서 조기 졸업하면서 무려 34.4%나 급등한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구 삼성애버랜드)가 공동 인수한 레이크사이드 역시 삼성 후광으로 인해 53.7%나 올랐다. 상황이 이러하니, 회원권을 구매할 때 모기업이나 운영사가 안정적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반드시 판단하는 건 필수다.

한편 일부에서 거래되고 있는 해외 골프장 회원권은 피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직접 운영하는 업체에서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여행사나 중소업체가 여행 상품으로 계약하고 회원권이라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전문가들은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거나 가격이 싸다면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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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권 거래 시 유의사항과 추천 골프장
1 운영업장의 안정성
경기 침체에 따라 매출이 감소하면서 골프장들도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회원권 거래 시에도 운영사나 모기업의 재무적인 안정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시세 하락기에도 분양 원금을 바탕으로 시세의 지지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 입회금 반환 사태를 방어할 만한 재력이 있는지 운영업장의 재무 상황을 확인해보고 입회금 반환에 대해 어떻게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지 관련 정보를 습득할 필요도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은 주로 대기업과 재무적으로 안정성을 갖춘 중견업체들까지 포함된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베네스트 계열의 가평베네스트·안성베네스트,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운영하는 블루헤런, 신세계그룹이 모기업인 자유, 동대문종합상가 운영 주체인 (주)동승이 운영하는 뉴스프링빌, 신라교역이 모기업인 비전힐스, 문화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서울, 국가보훈처가 지분을 보유한 팔팔, 경찰공무원 퇴직 모임인 경우회가 운영하는 기흥 등.


2 골프장의 전통성
거래의 환급성, 즉 거래가 원활한 회원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회원들 간 친목과 결속력이 높은 곳들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호회나 회원들 자체적으로 모임 결성이 이뤄져 왔고, 골프장 활용도가 높은 멤버들로 구성돼 있어 외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회원권 거래 측면에서 보면, 동호회나 멤버들 간 매수, 매도가 다량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가격 변동도 타 종목에 비해 비율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효시 격인 서울·한양, 수도권의 서남부권과 근방 공단지역 바탕으로 모임이 활성화돼 있는 제일 등.


3 사용 조건을 중심으로 한 편익성
운영 방식과 서비스의 초점이 회원에게 맞춰져 있는가의 문제다. 영리를 추구하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회원들의 요구사항과 혜택을 지속적으로 배려하는 자세가 관건으로, 회원 지상주의를 표방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혜택에 대해서는 객관화돼 있겠으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거래소나 실제 사용 경험이 많은 회원들을 통해 탐색해보는 것이 좋다.

회원 위주의 철저한 운영으로 완벽한 부킹을 보장하는 남부, 주주제로 전환해 안정적 운영을 하고 있는 신안과 경주신라 등.


4 이동 거리를 감안한 접근성
지속적으로 내장객을 유인하고 회원권 수요의 안정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입지적 조건은 필수적 고려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부동산이 주 자산을 차지하는 골프장들의 입장에서 자산가치가 큰 곳들은 대부분 수도권 및 지방 거점도시들 근처에 위치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골퍼 입장에서도 이동 거리의 유·불리를 따진다면 굳이 먼 거리의 골프장을 선택할 이유는 감소하고 있다. 다만, 다소 불편한 입지에 위치해 있더라도 신설 도로나 IC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는 경우 미래 가치를 감안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가치와 함께 회원권 시세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곤지암권의 이스트밸리·남촌·중부, 골프 8학군으로 통칭되는 용인권의 신원·화산 이외에도 강남권은 뉴서울·팔팔·남서울·기흥 등이 있고 강북권은 서울·한양을 비롯해 뉴코리아·서서울 등이 해당. 지방에서는 충청권의 우정힐스·그랜드, 영남권에서는 동래·아시아드·부산·경주신라·대구 등이 좋은 사례.


5 코스·클럽하우스 등의 차별성
골프 본연의 스포츠적 관점에서 보면 골프코스에서 얻는 감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편적인 형태보다는 특별하고 난이도 조절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한 골프장들의 만족감이 높다. 과거에는 일본식 정원 형태의 조경을 토대로 인위적인 코스에 한국형 잔디가 식재됐지만, 대부분의 신설 골프장들은 페어웨이까지 양잔디를 식재하고 상당한 언듈레이션과 전략적 홀 배치로 토너먼트형의 코스를 지향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경우도 절제된 양식에서 벗어나 규모도 확대되고 있으며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장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제이드팰리스, 해슬리 나인브릿지, 가평베네스트 등이 링크스 코스 및 자연친화적인 코스로 이슈화됐고 클럽하우스 규모도 확대했으며 호텔식 서비스 도입해 각광.


6 믿을 수 있는 거래소 선정
일부 신생 회원권거래소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장들로 인한 고객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회자되는 요즘, 믿고 맡길 수 있는 거래소 선택은 필수다. 보통의 회원권 거래는 유형의 목적물 없이 매수와 매도 의도를 하고 딜러를 통해 서류 계약을 마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모든 절차와 내용을 위임해서 진행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과도하게 좋은 조건이 제시된 금액만을 기대하고 거래소를 선정하는 것은 금물이며, 처음 거래하는 거래소일 경우 해당 거래소의 인지도와 사고 방지에 대한 안전장치 여부, 전국 골프장과의 네트워크 구축, 고객 정보의 보안 관리 등을 따져봐야 한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