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이 금융에서만은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 있는 까닭은 뭘까. 한국 금융의 구조적 문제일까. 삼성 금융 내부에 넘기 힘든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금융에서도 글로벌 1등이 나와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이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지고 마는 까닭은 뭘까.
[SPECIAL REPORT] 금융서 고전하는   ‘글로벌 삼성’의 고민
삼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넘버원 삼성’은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적 기업 삼성의 성공 요인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되고 있는데, 요약하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계 1등을 향한 강한 의지와 예지력, 판단력을 첫 손가락에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여기다 삼성 특유의 인재 제일주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학연, 지연이 아니라 실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 시스템이 자리 잡은 데다, 글로벌 인재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번 판단하면 과감하게 움직이는 속전속결형 ‘스피드 경영’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일본 전자기업의 투자 실패와 맞물리며 삼성만의 성공 DNA로 자리 잡았다.

당연하게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1등 DNA는 삼성그룹의 전 계열사로 전파됐다. 이는 그룹 미래전략실(옛 비서실·구조조정본부)이라는 강력한 수뇌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을 계열사로 보내 글로벌 DNA 심기에 열을 올렸다. 그렇지만 나무는 심었지만 열매는 맺지 못했다. 실패를 모르던 삼성도 금융에서만은 연이어 쓴맛을 보고 있다.


삼성 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금융 계열사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은 자산 200조 원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 보험사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점포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1994년 2월 영국 런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총 14개의 외국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는 중국의 중항그룹과 절반씩 투자해 합작 방식으로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설립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항삼성인수보험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적잖았다. 2005년 50%의 지분을 갖고 설립한 이 회사는 70여 개 생명보험사와 경쟁을 벌이면서 5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적자만 117억 원이었다. 유럽, 미국,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진출해 법인, 지점, 사무소를 각 7개씩 총 21개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올 상반기 196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듣고 있지만 역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진입’을 목표로 홍콩법인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었다. 그러나 2009~2011년 3년간 누적 손실만 약 1200억 원에 달했고, 결국 최근 홍콩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글로벌화 노력은 어느덧 10년이 넘어섰다. 그러나 10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는 거의 없다. 그룹의 오너 경영인인 이 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에서도 세계 1등이 나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울려 퍼졌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이 회장의 요청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2002년 5월 중순, 삼성그룹은 그룹 연수원에 이틀간 합숙까지 하며 이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금융의 글로벌화를 집중 논의했다. 이후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융 산업 선진화, 일류화’를 골자로 하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고, 마치 금방이라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지만, 장밋빛은 금세 빛을 잃었다.

2010년께 이 회장은 또다시 삼성전자의 성공을 언급하며 ‘금융 글로벌화’를 주문하자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배우기에 나서는 등 재차 공세적으로 나섰다. 일례로 2010년 2월 삼성생명은 당시 이수창 사장을 비롯한 임원 70여 명이 직접 삼성전자 기흥·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이틀간 합숙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화 과정을 학습하는 등 열을 올렸다.

이렇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룹의 오너경영인이 주문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앞장서 해외 진출에 나섰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 금융의 구조적 문제일까, 아니면 삼성만의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일까.

글로벌 기업의 성공 조건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단순하게 보면 뛰어난 사람(CEO·임직원)과 최고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제조업은 ‘최고의 마케팅은 최고의 제품’이라는 말도 있듯이 제품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다가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현지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강을 건너는 다리와 같이 당연하다. 금융업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금융사 제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시간이 그만큼 길 수밖에 없다.

삼성 금융의 고전 이유를 삼성 금융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을 통해 살펴보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한국 금융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는 이유는 이미 다각도로 분석됐는데, 쉽게 설명하면 인력, 규제, 안주 등의 세 마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인력이 태부족이다. 작은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서 편하게 영업해온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안주해온 것도 한국 금융의 성장 시계가 멈춘 배경이다.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삼성생명의 지지부진한 모습은 아쉽다. 부동의 국내 1위인 데다, 글로벌 성공 경험을 지닌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사다. 무엇보다 기업의 성공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성공이 누군가의 덕을 본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성공하는 기업은 남들이 주변을 탓하며 포기하거나 불가능하다며 지레 겁먹거나 할 때도, 꿋꿋하게 걸어서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하겠다는 패기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법이다.

먼저 사람부터 살펴보자. 리더가 관건이다. 의지와 전문성은 필수다. 충분한 임기도 보장받아야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잔뼈가 굵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외국 금융사의 CEO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임기가 20~30년”이라며 “국내 금융사들의 짧은 임기로는 글로벌화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식 관리주의가 독
지난 10년간 삼성생명의 CEO들은 김창수 현 사장을 비롯해 이수창 사장(2006~2011년), 박근희 부회장(2011~ 2013년) 등 3명이다. 김창수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감사팀장 이사, 에스원 전무, 삼성물산 기계플랜트 본부장 등을 역임한 ‘관리통’이다. 기계플랜트본부장 시절 카자흐스탄, 멕시코, 호주 등에서 발전소, 담수화사업 등 신사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플랜트 수출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금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전임인 박근희 부회장도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중국 시장 총괄사장까지 지낸 ‘중국통’이다. 2010년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으로 옮겨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의욕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큰 폭의 적자만 남긴 채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부회장 직전 CEO인 이수창 전 사장 또한 비서실을 거쳤다. 다만 이 전 사장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사장을 연임하며 비교적 장시간 ‘삼성 금융맨’으로 불렸지만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전 사장과 박 부회장은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사장은 2010년 스페인 산탄데르, 영국 아비바, 이탈리아 제네랄리 등 유럽의 글로벌 보험사들과 일본생명 등 일본 4대 생보사 경영진과 미팅을 가지며 상호 협력 관계를 모색한 데 이어 중국 보험 시장 진출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1년 1월에는 스테판 라쇼테 전 캐나다 선라이프 아시아 총괄사장을 해외사업부문장(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후임 박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2012년 3월 ‘2020비전식’을 갖고 2020년까지 자산 500조 원,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생보 업계 15위에 진입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해외 사업도 진전이 보이지 않자, 2012년 10월 그룹 차원의 경영컨설팅(경영진단)에 착수했다. 박 부회장의 해외 사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CEO의 임기가 짧고, 작은 실패도 용인하지 않는 문화로는 지속성이 요구되는 글로벌화가 요원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삼성 출신 인사들은 어떻게 볼까. 삼성그룹에서 비제조분야 CEO를 역임한 A씨는 “가장 큰 문제는 계열사 CEO들에게 실권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서실, 구조본, 미래전략실로 이어지는 그룹 수뇌부에서 모든 사안을 결정하기 때문에 계열사 CEO가 뜻을 펼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금융은 인수·합병(M&A) 같은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룹의 허가 없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2005년 7월 중국항공과 50대 50의 비율로 출자해 만든 합작회사 ‘중항삼성인수보험’의 설립식 장면. 최근 지속되는 경영 부진으로 경영권을 중국은행으로 넘기기로 했다.
삼성생명이 2005년 7월 중국항공과 50대 50의 비율로 출자해 만든 합작회사 ‘중항삼성인수보험’의 설립식 장면. 최근 지속되는 경영 부진으로 경영권을 중국은행으로 넘기기로 했다.
또 다른 비제조 계열사 사장을 지낸 B씨 또한 ‘관리의 삼성’이 금융 글로벌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비서실이나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에서 관리통이었던 사람들이 금융사 CEO로 내려오는데 이들은 관리예찬론자들”이라며 “리스크가 조금만 보이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B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사나 재무 출신들은 대개 미래전략실(구조본)과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해져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한다”며 “제조와 금융은 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 전문가를 인정하고 책임과 권한을 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사는 독립성이 중요한데, 관리의 삼성은 사소한 사건이라도 터지면 감사팀을 내려 보내 책임자를 처벌하기 바빴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임원 출신 금융권 인사는 “1년에 한 번은 (감사팀이) 꼭 나오는데 1~2달 집요하게 조사한다“며 “차라리 금융감독원 감사가 훨씬 쉬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기존의 삼성을 버려라
“그나마 이수창 사장이나 박근희 부회장은 해외 진출에 애를 쓰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삼성생명 출신들은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그룹에서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다 보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화는 추진 인력이 필요한데,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사 경험을 지닌 외국인 임원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상반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금융사 출신 임원은 뉴욕라이프에서 CVP(부사장)를 지낸 쟈넷 최 CPC 전략실 담당임원 1명뿐이다. 순수 외국인 임원은 1명도 없다. 2005년부터 2014년 6월까지 9년간의 임원진 현황을 살펴봐도 외국 보험사 출신 외국인 임원은 2006년 스위스 재보험사인 제너럴 리인슈어런스 출신의 상품 전문가인 포코로스키, 2012년 스테판 라쇼테, 커크 에반스 정도다. 이들은 모두 삼성생명을 떠났다. 이밖에 메릴린치, 악사(AXA), 푸르덴셜 등 글로벌 보험사 출신 한국인 임원들을 영입했지만, 이들 또한 빛을 보지 못하고 회사를 상당수 그만뒀다.

글로벌 금융사 출신으로 가장 중량감이 있는 인물로는 스테판 라쇼테 부사장을 들 수 있다. 라쇼테 부사장은 캐나다 선라이프, 미국 메트라이프 등에서 근무한 글로벌 전문가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선라이프 아시아 총괄 사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으로 옮긴 뒤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삼성생명을 떠났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국내 임원들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것은 물론, 뽑아 놓기만 하고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삼성생명 전직 임원은 “라쇼테 부사장 밑에 4명의 직원밖에 주지 않았다”며 “(라쇼테 부사장이)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당시 삼성생명은 그룹의 “CEO들이 직접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에 교포 위주로 많은 인물들을 접촉했지만 우수 인재 영입에 실패하면서, 그룹에 보여주기식 영입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국말이 서투른 이들은 대다수가 보수적인 한국 금융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는 것이다.

당시 해외 인재 유치 차원에서 미국 기업에서 삼성생명으로 옮겨왔던 C씨는 “기존의 임원들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탓도 있었지만 영입된 사람들을 철저하게 무시했다”고 증언했다. C씨는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임직원을 위한 별도의 사무 공간을 마련해줬지만 삼성생명은 한국인 임직원들과 똑같이 대했다”며 “외부 인재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덜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삼성 금융 출신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삼성 금융의 글로벌화 실패 배경으로 “그룹 수뇌부가 금융을 제조의 보조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삼성전자 중심의 그룹 운영에서 규모가 일천한 금융사는 ‘사고나 치지 말라’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삼성 금융의 역사에 찾는 이도 있다. 1950년대 정부는 시중은행들의 민간 불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병철 선대 회장은 상업·흥업·조흥은행 등의 지분 절반을 인수해 국내 최대의 은행 소유주로 부상했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는 ‘한국재벌사’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삼성그룹이 4대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로 부상하면서 삼성의 다각화는 급속히 진행됐다. 삼성의 다각화 전략은 과도한 은행 부채 때문에 부실해진 기업체 인수였다. 삼성이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였기 때문에 부실기업 중 시장성이 양호하고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데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13년 7월 삼성생명은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내 M&A그룹은 명칭 자체가 없어지면서 해체됐다. 글로벌화에서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김창수 사장은 취임 후 일본 도쿄사무소 폐쇄 절차를 진행하고, 중항삼성인수보험의 지분 일부를 중국은행에 넘기는 등 구조조정에 집중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우리는 그간의 해외 진출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실을 다지면서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글로벌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창수 사장의 해외 진출 전략은 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에서 보험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관리통인 김 사장이 리스크가 있는 해외 진출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조업의 승패는 단번에 갈린다. 신제품이 실패하면 신속하게 철수하고, 또 다른 신제품을 내놓으면 된다. 그걸 가장 잘하는 기업이 삼성이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실행하고 빠르게 전환한다. 그룹 수뇌부에서 기존의 스피드 경영도 모자라 마하 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것도 삼성의 주특기인 순간가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은 슬로 비즈니스이자 창조성이 반드시 요구되는 비즈니스다. 그리고 네트워크 사업이다. 하루아침에 성패가 갈리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삼성의 금융이 글로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삼성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버려야 산다. 그게 삼성 금융의 길이라는 것이다.


권오준·이윤경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