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귀선 필름 37.2 호텔 회장

문귀선 필름 37.2 호텔 회장은 단신의 한계를 끊임없는 연습과 근력 운동으로 극복하고 클럽 챔피언을 여러 차례 지냈다.
올해 60세가 된 문 회장은 지금도 매일 헬스클럽과 골프연습장을 찾는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선택으로 골프를 꼽는 그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호텔에서 만났다.
[FIELD LESSON] “야구 방망이로 타이어를 치며 비거리를 늘렸습니다”
1955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60세를 맞은 문귀선 필름 37.2 호텔 회장은 구력 20년의 골퍼다. 친구나 지인들 사이에서 그는 ‘챔피언’으로 불린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까지 국내외 클럽 챔피언을 여러 차례 지냈다. 2001년과 2004년 여주컨트리클럽(CC) 클럽대항전, 2008년 필리핀 마닐라 사우스우드CC 클럽대항전 등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나이가 들어 비거리도 줄고 감각도 떨어지면서 지금은 5~10오버 정도를 친다. 하지만 한창 대회에 나갈 때인 1998년과 2006년 사이엔 평균이 이븐이었다.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면 예선 통과는 기본이었고, 대부분 상위권에 랭크됐다. 최저 타는 2007년 7월 7일 여주CC에서 기록한 64타다.


지는 게 싫어 고시생처럼 연습에 몰두
문 회장은 자신이 고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는 연습과 연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초보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하던 20년 전이 그랬다. 연습을 하고 친구들 손에 이끌려 필드에 섰지만 성적은 변변치 못했다.

지는 것도 서러운데 돈까지 잃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초보 시절 적잖은 돈을 친구들에게 상납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몇 번을 친구들에게 당하고 나자 승부욕이 동했다. 그때부터 손바닥이 부르틀 정도로 연습했다. 아침에 호텔에 출근해서 일을 본 후 바로 연습장으로 향했다.

하루 연습 시간만 4~5시간. 처음에는 레슨 프로가 가르치는 대로 연습했다. 그러자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 자기만의 연습법도 찾았다. 연습장에서 공이 잘 맞으면 가까운 캐슬렉스서울골프클럽(당시 동서울CC)로 가서 연습한 걸 실전에 활용해 본 것이다. 당시엔 하루를 꼬박 골프에 투자했다. 그렇게 5년 가까이 실력을 키우자 주변에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

특히 그는 쇼트 게임에 능했다. 키 160cm, 몸무게 53kg라는 핸디캡 때문에 드라이버 거리가 잘 나지 않다 보니, 쇼트 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쇼트 게임에서는 지금도 상대가 거의 없다.

쇼트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그러자면 결국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어느 지점에 공을 떨구어서 다음에 넣겠다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야 하는데, 연습장에서 같은 연습을 많이 해야 실전에서도 먹힌다.

“내기 골프를 할 때 드라이버 거리가 적게 나가는 덕을 좀 봤어요. 드라이버 거리가 안 나니까 상대방이 나를 얕잡아 봐요. 드라이버 거리만 보면 보기할 거 같은데, 파를 하니까 당하는 거죠. 그러니까 돈도 더 많이 따고요.(웃음)”
[FIELD LESSON] “야구 방망이로 타이어를 치며 비거리를 늘렸습니다”
근력 운동 후 드라이버 거리 30~40m 늘어
주변에 적수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그는 미드아마추어(mid-amateur)로 눈을 돌렸다. 골프장 싱글 모임에서 만난 골퍼들과 함께 첫 출전한 대회가 1998년 리베라CC(옛 관악CC)에서 열린 팬텀배 미드아마추어대회였다. 당시 성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40~50등 사이였을 걸로 짐작한다. 그만큼 성적이 변변치 않았다. 처음 나가는 대회라 긴장도 했지만 무엇보다 드라이버 거리가 문제였다. 화이트 티에서 치다 백 티로 옮겨가니 짧은 드라이버 거리가 큰 핸디캡으로 다가왔다.

거리에 욕심이 생기면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호텔 헬스클럽에서 매일 덤벨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야구방망이로 타이어 치는 훈련도 병행했다. 야구방망이로 타이어를 치는 훈련은 야구 선수들이 배팅 연습을 하는 데서 착안했다. 이 훈련은 근력을 키우고 임팩트 순간에 감각을 키우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지금도 그는 호텔 지하 보일러실에서 바닥에 깔린 타이어를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훈련을 한다.
[FIELD LESSON] “야구 방망이로 타이어를 치며 비거리를 늘렸습니다”
체력훈련과 함께 골프에 대한 연구도 다시 했다. 당시 교본으로 삼은 게 1998년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 코치였던 데이비드 레더베터의 비디오테이프였다. 쇼트 게임 편과 스윙 편, 두 개의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며 많은 연구를 했다.

“당시는 그 코치가 인기였어요. 제가 해보니까 실전에 활용할 게 많았어요. 공을 치고 나서 끝까지 무릎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거나 퍼팅할 때 손목을 안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레더베터의 테이프를 보면서 배웠어요. 잊을 만하면 다시 돌려보는 식으로 거의 2년을 돌려봤어요. 그동안에도 프로들에게 레슨을 받았지만 기본 교본은 레더베터의 비디오테이프였어요.”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에 부상의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초겨울에는 체력훈련만 하고, 날씨가 더 추워지면 필리핀 마닐라로 동계 훈련을 떠났다. 동계 훈련은 보통 3주에서 4주까지 이어졌다.

체력훈련과 레슨, 비디오테이프 연구, 동계 훈련 등으로 무장한 후 그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상위에 랭크됐다. 체력훈련 덕에 비거리가 180~190m에서 최대 220m까지 늘자 아무리 긴 코스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세컨드 샷에서 긴 클럽을 잡으면 쇼트 게임에서 상대를 잡을 수 있었다.

“한창 연습할 때는 입시를 앞둔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했습니다. 연습장, 헬스클럽, 집 가리지 않고 운동을 했으니까요. 어떤 분들이 저한테 골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불평해요. 그런데 연습도 안 하면서 실력이 늘기를 바라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요. 공부 안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없잖습니까. 연습도 많이 하고 연구도 해야 실력이 늘죠.”


중간에 포기 않고 집중력 발휘하는 게 중요
20년을 골프와 함께 하며 즐거운 기억도 많다. 한성CC 클럽 챔피언 출신인 만큼 그곳에서 기억이 유달리 많다. 몇 해 전 프로 세 명과 친구 한 명 등 다섯 명이 라운딩을 한 적이 있다. 재미삼아 내기를 했는데 프로선수 세 명이 첫 홀에서 모두 버디를 하고, 둘째 홀에서는 친구까지 합세해 네 명이 버디를 했다. 하지만 넷째 홀에서 문 회장이 이글을 하며 초반의 실수를 만회했고, 그 분위기를 타서 그날 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골프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프로들이니까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초반에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한 덕에 제 실력대로 경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골프를 하다 보면 문득문득 그런 깨달음을 얻습니다.”

2004년 10월 있은 여주CC 클럽 챔피언전도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그는 1오버로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은 2오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새옹지마라고 할까. 첫날 성적이 저조하자 다른 선수들이 그를 견제하지 않았다. 그 덕에 문 회장은 자신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둘째 날 1언더, 셋째 날 이븐을 기록했다.

골프는 ‘마인드 컨트롤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집중이 필요한 운동이 골프다. 그는 지금도 샷을 할 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티그라운드에서는 ‘왼쪽 어깨가 턱 밑에 오면 스윙을 해라’, 몸이 잘 안 틀어질 때는 ‘우향우 좌향좌’, 스윙을 할 때는 ‘옆구리가 당길 때 스윙을 해라’, 빠른 그린에서는 ‘부드러운 터칭’, 느린 그린에서는 ‘임팩트를 해라’ 등 상황에 따라 주문도 다양하다.

문 회장은 체력이 떨어진 실버 골퍼들에게 마인드 컨트롤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감각도 떨어지고 시력이 나빠져서 쇼트 게임에서 오판할 때가 있다. 떨어진 체력 탓에 비거리도 줄고 후반전으로 가면 지치게 된다. 따라서 집중력 저하는 어쩔 수 없다. 떨어진 집중력을 보완해주는 게 마인드 컨트롤이다.

“나이 먹고도 공 잘 치는 사람들 보면 저도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그런 골퍼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골프를 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를 하면 적어도 다른 유혹에는 빠지지 않잖아요.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요.”

문 회장은 요즘도 가끔 시니어대회에 나가고 ‘사랑의 버디회’ 모임에도 참석한다. 전국 챔피언 78명의 모임인 ‘사랑의 버디회’는 친목 단체로 불우이웃도 돕고,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돕는다. 이런 활동을 하며 그는 이제는 정말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