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스크 있나

아프리카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대륙의 무궁무진한 ‘잠재력’ 이면에는 무수한 ‘리스크’ 역시 존재한다. 장밋빛 미래만 부각시켜 신흥시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 없는 이익은 기대하기 힘들다. 위험요소를 정확히 알고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텐셜(potential)과 리스크(risk)의 게임이다. 포텐셜 10, 리스크 90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많은 학자들이 투자처로서 아프리카를 이야기할 때 긍정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을 함께 지적한다. 그것은 ‘아직 시장을 제대로 모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겉으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측면에서 눈에 띄게 개선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굶주리는 아이들이 많고 검은 돈이 대규모 유통되며 내전이 끊이지 않는 대륙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법률적 범위 밖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 규모가 아직도 크다는 점이다. 세계은행(WB)이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평균 비공식 경제 규모는 전체의 42%에 달한다. 짐바브웨는 경제 규모 중 비공식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59.4%를 차지해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 보고서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검은돈’이 31.5%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같은 기간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에서는 불법 자금 유출이 20.2% 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영호 아프리카팀장은 “거대한 지하경제 때문에 아프리카는 지표로만 읽을 수 없다”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리 몇 개만 놔도 경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기저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나지 않은 내전 및 정치 갈등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남수단은 잇따른 쿠데타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가려진 내전’으로 불리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분쟁 역시 최근까지 계속됐다. 이에 따른 낙후된 사회 인프라와 높은 실업률, 치솟는 물가 역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시장 전망에서 “기초체력이 부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고급 인력 확보의 어려움도 있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 교육 기반이 약한 데다 고급 인력들의 외국 유출이 심각하다.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를 보면 총 182개국 가운데 리비아(55위), 세이셸(57위), 모리셔스(81위)만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과 훈련이 되지 않아 대체로 문화가 느긋하고 노동생산성이 낮다. 이에 현지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라면 아프리카의 저임금 체계에 혹한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임금 경쟁력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생소한 아프리카 문화에 적응하는 것 역시 관건이다. 정해진 일정대로 잘 되지 않는 ‘아프리카 타임’에 익숙해져야 하고, 수시로 바뀌는 법규와 규정을 꼼꼼히 검토하며 현지 당국의 행정 처리 양태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전문 기업 메이크그룹 김석주 대표는 “아프리카에서는 돌발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해 인허가 지연, 대금 지불 지연, 통관 지연, 물류 이동 정체 등의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출 초기에는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인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박수덕 주남아공 한국 대사관 참사관은 “아프리카인에게 신뢰를 많이 줄 수 있는 것이 공적개발원조(ODA)”라며 “이 사업을 확대하고 신뢰가 쌓이면 상생과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참고도서 아프리카는 새로운 전쟁을 원한다(비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