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업계 마당발 장면 SK증권 서초PIB센터 부장

18년 구력의 장면 부장은 골프 업계 마당발이다. 투어 프로 선수부터 용품 업계 인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들의 삼촌팬을 자임한다. 증권가 아마 고수인 그가 ‘골프를 두 배로 즐기는 비결’을 공개한다.
[FIELD LESSON] “스케이트를 타세요. 하체 단련에 그만이죠”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 사무실인 장면 SK증권 서초PIB센터 부장은 인터뷰 장소로 잠원동 카이도골프 사무실을 택했다. 카이도골프 임직원들과 친분을 쌓아온 터라 사무실이 편하다고 했다. 인터뷰 당일 카이도골프 응접실에서 만난 장 부장은 한사코 자기는 고수가 아니라고 겸손을 떨었다. 그러면서 2013년 베스트 스코어가 88컨트리클럽(CC)에서 기록한 77타라고 했다.

“레슨 프로 선수들도 있는데 제가 골프 잘 치는 법을 이야기하는 게 좀 주제 넘는다 싶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골프를 쳐왔고, 비교적 많은 투어 선수들을 알면서 체득한, 골프를 즐기는 제 나름의 방법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겸손하게 말문을 연 그는 조심스럽게 골프에 입문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골프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는 축구, 농구 등 구기 종목을 좋아했다. 공으로 하는 운동은 거의 다 해본 그가 골프를 처음 접한 건 친구를 통해서였다. 처음에는 골프를 좀 우습게 여겼다. 축구나 농구처럼 움직이는 공도 아니고, 서 있는 공을 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얕잡아봤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쉽지가 않았다. 필드에서 망신을 당한 후 틈만 나면 연습장으로 향했다.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연습장에 갔고, 퇴근 후에는 최소 1시간은 연습을 했다.

이론도 꼼꼼히 연구했다. 한국경제 등 경제일간지에 실린 골프 관련 기사를 챙겨 읽고, 골프 전문 잡지도 정기 구독 했다. 중요한 내용은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코스 매니지먼트 등으로 분류해 스크랩하고, 핵심적인 내용은 별도의 미니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런 열성 덕에 골프 얘기가 나오면 한 마디 정도는 보탤 수준에 올라섰다.


갤러리로 시작해 가깝게 지내는 선수만 10여 명
1996년 장 부장의 골프 인생에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해 10월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골프클럽(GC)에서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박세리와 애니카 소렌스탐의 경기에 갤러리로 따라 나선 것이었다.


여자 프로 선수들은 스윙도 예쁘고 비거리도 남자 아마추어와 비슷해 친근감이 생깁니다.
제가 삼촌팬이 된 이유죠.


아내, 아이들과 함께 김밥까지 싸들고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갤러리로 나섰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여자 선수들이지만 거리도 엄청 났고, 신기할 정도로 잘 쳤다. 아무리 투어 선수들이라지만 그 정도로 잘 할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 뒤 그는 투어 경기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갤러리로 나섰다.

“가방에 먹을 것을 준비해서 가는데, 요즘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투어 프로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2013년에도 6개 경기에 갤러리로 참석해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응원하는 선수가 1, 2라운드가 끝나면 컷오프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러면 통과한 선수 중에 골라서 응원을 합니다. 그렇게 봤어도 프로 선수들 플레이하는 거 보면 경이로울 정도로 잘 쳐요. 여자 선수들도 티샷을 하면 공이 탄도도 높고, 한참을 갑니다.”

그 뒤 그는 많은 프로 선수들의 팬을 자임하고 나섰다. 특히 유명하지 않거나 성적이 나빠 갤러리가 많지 않은 선수들을 응원한다. 그런 선수들을 따라가다 보면 응원 나온 선수의 부모들과도 인사를 하게 되고,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된다.

선수와 갤러리로 시작한 관계는 필드 밖에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는 프로 선수들도 늘었다. 특히 그는 여자 프로 선수들과 친하다. 스윙도 예쁘고 비거리도 자신과 비슷해 친근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만 10여 명에 이른다.
[FIELD LESSON] “스케이트를 타세요. 하체 단련에 그만이죠”
그렇게 가까워진 선수가 성적이 나쁠 때는 조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 선수 펠레가 한 말 중에 “최고의 골은 골대에 패스하듯 넣는 골”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펠레의 말을 인용해 “드라이버는 아이언 치기 좋은 곳으로 패스하고, 세컨드 샷은 퍼팅하기 좋은 곳으로 패스하라”고 조언한다.

“골프 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저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주변 분들에게도 국내 프로 선수 한 명 정도는 친하게 지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거든요. 선수를 응원하고 갤러리로 따라다니다 보면 골프가 훨씬 재밌어집니다.”


장면 부장만의 골프 100배 즐기는 비결
장 부장은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한다. 스윙 자세와 루틴, 퍼팅까지 연습장에서는 얻기 힘든 실전을 배우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 보고 배운 것은 연습장에서 꼭 한번 해본다.

지금도 틈만 나면 연습장을 찾는다는 그는 연습할 때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 바로 집중력이다. 초보자일 때는 무조건 많은 공을 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효과가 반감된다. 연습이라고 대충 볼만 때려서는 안 된다. 연습은 실전의 연장이다. 드라이버를 잡으면 1번 홀에서 티샷을 하는 거라고 상상하면서 스윙을 해야 한다. 프로 선수들도 연습할 때 집중력을 갖고 스윙에 임한다. 프로 선수들은 연습도 양보다는 질을 중시한다.

필드에 나가서도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된다. 집중력은 스코어와 직결된다. 골프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80대 초반과 90대 골퍼의 차이는 단지 실수의 많고 적음의 차이다. 어프로치를 할 때 뒤땅을 치면 1타를 잃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10타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스코어를 줄이는 또 한 가지 비결은 드라이버다. 그는 아마추어라도 드라이버는 무조건 잘 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보기플레이어들에게 중요한 게 드라이버다. 여자 프로 선수들도 멀리 나가는 선수는 드라이버 거리가 260야드 이상이다. 드라이버가 거리가 나야 세컨드 샷을 할 때 짧은 아이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밍도 중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에이밍이다. 많은 골퍼들이 샷이 잘못 나오면 스윙 탓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필드에서 스윙을 바꾸려 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윙보다 에이밍을 잘못한 경우가 더 많다. 간단한 루틴이지만 샷에 앞서 뒤쪽에서 칠 방향을 가늠한 후 스탠드를 잡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골프 클럽에 대해서도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특징 정도는 알아야 한다. 골프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골프장은 티박스와 페어웨이, 그린만 있어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 부근에 해저드를 파고, 벙커를 설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해저드가 굉장히 무섭지만 설계자의 의도를 알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골프에 대한 기본은 다른 분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본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죠. 다른 분들과 다른 점이라면 골프 전날 스케이트를 탄다는 점일 겁니다. 등산 하는 분도 있다지만 저는 스케이트를 탑니다. 하체 단련도 되고 발목도 튼튼해집니다. 무엇보다 임팩트 때 왼쪽 발에 힘이 실리는 게 코너 돌 때와 비슷해서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골프장 매너’다. 그는 스크린 골프장의 영향으로 골프장 매너가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골프복을 착용하지 않거나 다른 골퍼가 티샷을 할 때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동은 매너에 어긋난다. 세컨드 샷을 할 때 순서를 무시하거나 동료가 홀 아웃을 하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연습하는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

“골프는 서로 배려하면서 칠 때 가장 즐겁습니다. 저는 동반자들이 샷을 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줍니다. 구력이 오래된 골퍼들도 자기 폼이 어떤지 잘 모를 때가 있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골프도 다른 일처럼 편하고, 즐거워야 공도 잘 맞습니다. 항상 그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장소 및 용품 협찬 카이도 골프(www.caid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