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에 사는 1500명의 부부를 만나보았다. 30대에서 60대까지. 부부란 도대체 어떤 인간관계인가? 왜 어떤 부부는 늙어서도 서로 즐겁게 살고 어떤 부부는 할 수 없이 같이 사는가?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 하는 남편은 어떤 아내를 두고 있는가? 집에 있는 것도 싫고 집에 들어가기도 싫은 남편은 아내와 어떻게 살았기에 그런가?

결혼 후 3~5년이 지나면서 부부는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리고 서서히 그 만족감은 계속 낮아진다. 이것은 평균이다. 어떤 부부는 평균보다 훨씬 더 서로 만족하면서 살고 어떤 부부는 평균보다도 이하다. 만족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열정이 식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과 열정이란 감정은 행복한 부부 사이에도, 서로 미워하는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식는다. 사랑은 피곤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소유와 질투를 동반하는 열정적인 사랑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감정이어서 오래 계속될 수 없다. 조사 결과, 섹스의 빈도는 부부의 만족도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성감을 나누는 부부 중에서도 서로 불편하고 미워하는 부부도 많다. 남편의 소득이 부부 간의 만족도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월 소득 250만 원 정도만 넘으면 괜찮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 부부에게 월급 1000만 원은 그야말로 대박일 것이다. 그러나 월 1000만 원의 벌이가 있다고 해서 부부의 금실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부의 만족감을 높여주는가? 우선 서로 결혼하자고 했던 이유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 무엇인가 반해서, 소위 눈에 뭐가 끼어서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이다. 뜨거운 욕정으로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외모, 신체, 학력, 부모의 재산, 직업 등등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동정과 사랑을 착각해서 가여워서 결혼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있다. 마지막으로 오래 사귀어 열정은 좀 식었지만 친구처럼 편안해져서 혼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저것 따져서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 후 5년쯤 지나면 서로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게 된다. 열정과 사랑으로 결혼한 사람 중에는 반쯤은 행복한 부부 생활을, 반쯤은 또 다른 이성을 찾아 헤맨다. 친한 친구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비교적 오래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결혼 후 20년쯤 지났을 때 부부의 마음과 행동에 따라서 중·노년 부부 생활의 만족감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열정과 사랑은 모든 부부의 감정에서 식어 버린다. 그 비어지는 공간을 친밀감으로 채운 부부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그 허한 공간을 또 다른 욕정과 자존심으로 채우고자 하는 사람은 끝내 행복한 부부가 되지 못한다.

친밀감이란 무엇일까? 친구 같은 부부다. 무엇이든 다 털어 놓는다.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그런 이야기도 상의한다. 서로 소유하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사랑은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요구한다고 해서 사랑할 수는 없다. 요구한다고 해서 섹스는 할 수 있지만 사랑은 못 한다. 그런데 친밀감은 노력으로 생길 수 있는 선한 마음이다. 하루에 두 번 포옹하는 부부는 오래 행복하다. 포옹은 섹스보다 더 사람과 사람을 친하게 만드는 행위다. 서로 눈을 쳐다보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자주 하는 부부는 행복하다. 그것은 노력이다. 서로 손을 잡고 그 맞잡은 손에서 느끼는 두 사람만의 추억은 섹스보다 부부를 더 편하게 해준다.

부부여, 섹스를 못하겠으면 포옹하라. 포옹은 미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자주 포옹하면 욕정이 아니라 친밀감이 생긴다. 서로 대화하라.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그러면 집안이 행복해진다. 손을 잡아라. 집에서도 가끔, 외출할 때에도. 이 사람이 좋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