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진도 지속됐다.

유럽이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가 되살아났지만 완전한 부활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위기설은 한국 경제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대외 의존성이 높은 한국 경제는 2013년 한 해 저성장·저금리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사들도 덩달아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은행, 보험사들의 실적은 예년보다 떨어졌고, 증권사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로 절박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욱 빛나는 법이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처럼 갖은 난관을 뚫고 위기를 기회로 돌린 뛰어난 최고경영자(CEO)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경 머니는 올 한 해 한국 금융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뽑았다. 언론사 금융 기자, 증권사 금융 관련 애널리스트, 연구소, 대학 금융학자 등 71명을 대상으로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카드, 투자금융 등 6개 부문에서 ‘2013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금융인’을 선정했다.
2013년 국내 금융권에서 활약상이 가장 뛰어났던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일까. 한경 머니가 언론사 금융 기자, 증권사 금융 관련 애널리스트, 연구소, 대학 교수 등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은행부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생명보험부문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손해보험부문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증권부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카드부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투자금융부문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이 ‘2013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금융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13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금융인’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종별로 가장 뛰어난 금융 CEO를 선정해 이들의 리더십 및 경영 능력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

이번 조사는 업계 매출 규모 순으로 후보군을 정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은행(14곳), 증권사(14곳), 보험사(23곳), 카드사(8곳), 투자사(16) 등 업종별 주요 금융사 가운데 각 부문별 CEO 75명을 추렸다.

이후 71명의 금융 전문가들에게 부문별 CEO 명단을 제공해 1차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3명을 추천토록 했다. 그다음 추천받은 금융사 CEO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직무 평가를 위해 △수익성 △리더십 △자산건전성 △사회공헌 △업무혁신 총 5개 항목에 1~5점의 평점을 매기도록 했다.

평가 점수는 평가자들의 추천 수를 70%, 5개 항목에 대한 직무평가를 30%로 했다. 추천 수와 직무평가 점수를 더해 부문별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CEO를 ‘2013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 금융인’으로 뽑았다.


금융지주 ‘4대 천왕’ 주목…보험은‘삼성’, 증권·투자는 ‘미래에셋’
조사 결과를 부문별로 보면 은행은 시중에서 ‘4대 천왕’으로 불리는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가운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48명의 추천을 받아 평가위원 점수 60점과 직무평가 점수 22.63점을 더해 총점 82.63점으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72.27),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61.61),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51.11),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43.83) 등이 따랐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KB금융지주 사장을 거쳐 올 7월 회장직에 오른 임 회장은 수익성(6.04), 리더십(6.04), 자산건전성(5.78), 사회공헌(5.31), 업무혁신(5.10) 등의 항목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취임 직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KB국민은행의 생산성 악화 문제를 바로잡고 소매금융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등 과감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게 평가자들의 추천 이유다.

보험부문에서는 예상대로 ‘삼성’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올 한 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과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각각 86.15, 56.20의 종합 점수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부문 최고의 파워 금융인으로 뽑혔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박근희 부회장은 올 한 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이번 조사에서 평가위원 54명의 추천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수익성(6.90), 리더십(6.67), 자산건전성(6.76), 사회공헌(6.20), 업무혁신(6.16) 등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 부회장은 2010년 12월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으로 온 이후 전국 각 지점을 순회하면서 ‘발로 뛰는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올 하반기, 해외 영업 현장 투어를 시작한 그는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15년까지 연평균 7~8% 성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손해보험에서는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30명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삼성물산, 에스원 등을 거쳐 2011년 말부터 삼성화재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 역시 올 초 손보 업계 최초로 중국을 비롯한 11개 거점 국가에 법인과 지점을 설립하는 등 해외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올해 취임한 재보험사 코리안리 원종규 사장, LIG손해보험 김병헌 사장도 각각 40.85, 29.31점을 받으며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증권부문에서는 ‘증권계의 스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고의 파워 금융인으로 선정돼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회장은 82.49점을 얻어 81.48점을 받은 김석 삼성증권 사장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1997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한 지 올해로 16년, 박 회장은 막강의 추진력으로 미래에셋을 자산운용사, 보험사, 캐피털 등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금융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이렇듯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답게 리더십(7.81)과 업무혁신(6.38)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는 지난 6월,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배당금 전액인 34억3000만 원을 기부해 통 큰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카드부문에서 ‘톱’을 차지했다. 평가위원 수 64명의 지지를 받아 87.63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수익성(6.64), 리더십(7.50), 사회공헌(6.72), 업무혁신(7.34) 등 고르게 높은 점수를 획득해 재계 ‘혁신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는 올해로 현대카드를 맡은 지 10년이 되는 만큼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10년’을 구상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해 왔다. 특히 월 50만 원 이상 사용한 소비자들에게만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대대적인 카드 상품 구조 개편안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투자금융부문에서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81.71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수익성(5.81), 리더십(5.88), 자산건전성(5.29), 사회공헌(5.07), 업무혁신(5.07)에서 두루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정상기 부회장과 장부연 경영관리부문 대표의 2인 체제로 재편된 이후 올 1분기 순이익이 161억 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정 부회장은 “운용사들이 해외 펀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단순 중개 서비스에 그칠 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 운용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실제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이 국내 자본 금융사 최초로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얻었다.

ING생명 인수를 노리는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78.21점으로 2위에 머물렀지만, 리더십(7.33)과 수익성(6.90)에서 정 부회장을 앞질러 눈길을 끌었다. 미국 월가 출신인 김 회장은 국내 PEF 업계에 씨앗을 뿌린 인물로 2005년 설립한 MBK파트너스를 3조5000억 원(출자 약정액 기준) 규모의 동북아 최대 독립계 사모펀드 운용사로 키웠다.
조사 개요

▶조사 기간 2013년 11월 1~14일
▶평가 대상 국내 주요 100대 금융사를 업종별로 구분, 규모 순으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 총 75곳의 CEO 선정
▶평가 위원 금융 기자 17명, 경제연구소 연구원 20명, 경영대 교수 14명, 증권사 애널리스트 20명(총 71명)
▶조사 방법 웹, 이메일 및 방문 조사
▶조사 분석 한경 머니, 글로벌리서치(평가위원 수 70%+척도평가 30%)


이윤경·신규섭·이정흔 기자│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