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환경 얼마나 좋아졌나

중국과 유럽은 2012년 기준으로 각각 브라질 수출 규모의 17.0%와 17.4%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브라질 수출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이들 두 지역의 경기는 브라질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유럽 등 브라질의 대외 환경은 향후 브라질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COVER STORY] 중국·유럽발 훈풍에 아지랑이 ‘솔솔’
최근 브라질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는 브라질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대로 브라질 경제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경상수지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사실상 브라질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대 중반 브라질에 호황을 가져다준 주역은 다름아닌 중국이었다. 당시 매년 10%가 넘는 두 자릿수의 고도성장세를 이어가던 중국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전 세계 원자재(commodity)들을 사들였고,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브라질이 전 세계에서 수출 1위를 차지하는 철광석의 톤당 가격은 2003년 말 24달러에서 2008년 말에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마감에 경제 위축
그러나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고, 중국 또한 올해 시진핑 정부의 출범 이후 경제정책의 초점이 기존의 양적(量的) 성장에서 질적(質的) 성장으로 전환되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마감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자원부국으로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브라질의 무역수지는 올해 상반기 동안에 31억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 위기가 몰고 온 시련은 중국 성장률의 둔화뿐만 아니었다. 브라질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유럽의 경기 침체 또한 브라질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브라질 서비스수지의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이 관광수지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수지의 경우 적자폭이 2007년의 132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41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COVER STORY] 중국·유럽발 훈풍에 아지랑이 ‘솔솔’
중국과 유럽은 2012년 기준으로 각각 브라질 수출 규모의 17.0%와 17.4%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브라질 수출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이들 두 지역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브라질의 대외 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과 유럽으로부터 불어닥친 거센 외풍(外風)이 최근 들어서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브라질 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한때 7% 성장률도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의 경우 최근 생산활동이 다시 늘어나면서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이 올해 4분기에 8%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 활동이 확장 국면인지 혹은 수축 국면인지를 나타내는 중국의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다시금 확장 국면으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한때 톤당 100달러가 위협받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130달러대로 올라오는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원자재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7월 이후 석 달 동안 브라질 무역수지는 15억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제 회복 속 경상수지 개선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도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유럽의 금융권은 여전히 부실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부진하고, 높은 실업률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 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남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독일과 영국 등 기존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의 경기는 최근 들어서 가시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PMI는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확장 국면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유럽의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냄에 따라 유럽에 대한 브라질의 9월 무역수지는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COVER STORY] 중국·유럽발 훈풍에 아지랑이 ‘솔솔’
글로벌 경제가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가장 먼저 주택 경기와 제조업 경기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세를 나타낸 데 이어서 최근 중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일부 지표들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부각되고 있어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글로벌 경제 환경은 브라질의 경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수출 경기 회복과 서비스수지 적자폭의 감소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GDP 대비 3.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2.7%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대외 환경의 개선에 따른 브라질 경기회복세의 확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