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엘리펀트를 선물하라

역사적인 기록에 따르면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서기 700년 전이라고 한다. 이처럼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어느덧 연말이 가까운 시기. 고마웠던 이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하는 것은 실로 기쁜 일이지만, 선물에 대한 고민은 그만큼 깊어진다.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교류, 경제적 교환, 사회화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가진 이 ‘선물’을 선물답게 만드는 매너를 알아보자.
[GLOBAL LEADER'S MANNER] 배려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선물 매너
청명한 가을 하늘을 몇 번 보았나 싶더니 벌써 쌀쌀한 바람이 부는 11월이다. 미국에선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부터 성탄절에 이르는 약 한 달여 기간 동안이 연중 최대의 쇼핑 기간이다. 쇼핑몰마다 시선을 끄는 커다란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세일 상품을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다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어나가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나기도 하고, 거리에서는 커다란 쇼핑백을 짊어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도 연말이 되면 1년 동안 고마웠던 친지들을 떠올리며 고마움을 전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선물의 사회적 기능
구체적인 필요에 의한 구매도 아니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도 없는 것에 우리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선물의 비효율성을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도 있는데,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 박사가 미국 예일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10~33%의 시중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주더라도 선물을 받는 사람은 67~90달러의 가치 정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 집단의 특이점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현금 선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이런 연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선물을 하고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할까?

선물의 사전적 정의는 ‘타인에게 어떤 물건을 선사하는 행동 또는 그 물건’이다. 타인에게 물건을 주는 행태는 선물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주고받는 거래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나의 것을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적선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거래, 적선, 그리고 선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선물의 기능을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교류, 경제적 교환, 사회화 등 네 가지로 분류하며 선물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 거래, 적선과 선물의 차이는 바로 이 사회적 기능, 관계와 소통에 있다. 선물을 선물답게 만드는 선물 매너를 알아보자.


첫째, 상대를 배려하는 블루 엘리펀트를 선물하라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유지비만 비싸고 쓸모없는 애물단지, 성가신 물건, 처치 곤란한 물건을 하얀 코끼리라고 한다. 이 말은 태국의 옛이야기에서 유래하는데 하얀 코끼리는 동남아에서 신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이 귀한 코끼리를 태국의 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왕에게 받은 선물을 잘 보관하지 않으면 불충으로 여겨져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데 하얀 코끼리는 신적인 존재라 일을 시킬 수도 없고, 재정 파탄을 가져올 정도로 많이 먹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한 하사품이 되는 것이다.

반면, 블루 엘리펀트(Blue Elephant) 즉, 파란 코끼리는 월트디즈니의 상상가들의 창의성을 상징하면서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뜻하는데, 귀하고 값비싼 것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선물이 더 좋은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선물은 유지비가 비싼 고가의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문화를 파악하지 못해서 중국인에게 초록색 모자나 자명종을 선물하거나 일본인에게 짝수의 꽃을 선물하는 결례를 하는 것, 또는 알레르기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이나 화장품을 선물하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를 알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얻은 정보에 근거해야 가능해진다.


둘째, 상대를 인정하는 기억을 선물하라
타인에게 주는 선물은 타인이 본인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보상과도 같다. 일종의 관계에 대한 상이라는 것이다. 선물과 같은 상으로 경영 효과를 가져온 선물 경영법을 보자. 워런 버핏이 자신이 스카우트하듯 최고경영자(CEO)를 뽑는다면 경영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라고 꼽은 요식 업체 얌 브랜드(Yum! Brands)의 데이비드 노박이 그 주인공인데, 노박은 한 달에 한 번씩 일을 잘한 직원을 뽑아 커다란 은제 피자 쟁반에 이름을 새겨 수여하는 ‘피자팬 상’을 만들고 자신의 서류가방에 항상 고무치킨 인형을 넣고 다니면서 매장에 들어가 미리 점 찍어둔 직원을 격려한 후 고무치킨 인형을 건넸다.

얌 브랜드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이 많은데 회사를 널리 알리는 데 공을 세운 직원에게 타임지 표지에 수상자의 얼굴이 실린 모습을 만들어주는 ‘표지상’, 돈이 가득 든 저금통을 선물하는 ‘돈을 보여줘 상’, 조리법이 적힌 주방용 저울을 선물하는 ‘큰 저울상’이 있다. 얌에서 일했던 한 할아버지 직원은 노박에게 받은 고무치킨 인형을 자신의 관에 넣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몇 달러짜리 괴상한 소리를 내는 고무인형이 죽어서도 간직하고 싶은 선물이 된 것에는 관계에 대한 인정, 물질적 보상으로 인해 상쇄되지 않는 고유한 기억, 인정이라는 선물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제3자와 나눌 수 있는 화제를 선물하라
선물을 전할 때 가장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사람은 바로 자란 환경이 다른 외국인과 그 사람의 지위가 높을 때다. 어떤 선물을 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호감을 전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 예로써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을 보자. 저커버그는 박 대통령에게 태극기가 디자인된 트레이닝복을 선물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요가 마니아인 박 대통령의 취미를 배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페이스북에 올려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상대를 존중해 주었다. 만일 상대의 선물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있어도 고가의 사치품이었거나 여성성만을 강조할 수 없는 여자 대통령에게 여성성을 강조한 선물을 했다면 다양한 해석을 꺼려해 대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거리낌이 있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관계를 정의하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고받은 선물을 제3자와 나누면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선물에 선물을 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역사적인 기록에 따르면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서기 700년 전이라고 한다. 물건에 교환 가치를 부여해 거래하는 경제적인 행위보다도 역사적으로 앞선 것이 바로 선물이라는 것이다. 원시인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코끼리뼈에 조각을 넣어 나를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가 이익을 주고받는 것보다도 앞선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연말에는 선물의 고유한 가치에 집중해서 상대와 나의 관계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