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담보대출 이자율 상승세,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율의 초강세. 이 모든 현상들은 실물보다는 현금이 귀해질 조짐의 단초들이다. 이런 시기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부동산 상품은 무엇일까.
[REALTY FOCUS] 부동산 불황기 투자 전략, NPL 투자에 눈돌려 볼까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자주 듣게 되는 말이 NPL이다. NPL은 Non Performing Loan의 약자로 직역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는 채권(부실채권)’ 정도가 된다. 은행업 감독 규정에서는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 보유 자산 등의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의 5단계로 분류하고, 적정한 수준의 대손충당금 등을 적립, 유지토록 감독하고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는 ‘고정’ 이하 대출 등에 대해서는 최저적립비율(BIS)을 2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성 저해, 유동성 제약, 수익 감소, 관리 비용 증가 등을 피하기 위해 불량 채권인 NPL을 매각해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NPL 투자에 성공하려면 NPL의 유통 경로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물건을 찾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불량 채권이 발생하는 이유는 은행 간 대출 경쟁으로 인한 비체계적인 업무상 문제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체계적 위험인 시장 위험이 더 큰 것이 문제다. 불량 채권을 매각, 정리하는 방법은 경매와 경매의 진행 과정 중에 불량 채권인 NPL을 일괄적으로 매각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NPL은 은행들이 연합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자산유동화 전문 회사를 설립해 일단 이 회사에 자산을 매각해 넘긴다. 구조상 대형 유통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수천억 원 단위의 큰 규모이기 때문에 SPC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NPL 대금을 충당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매입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자산운용사 등 NPL 참여 확대
SPC는 서류상 회사로서 실질 자산관리 업무는 자산관리자인 자산보유자나 신용정보 회사, 자산관리 회사(AMC: 자본금 10억 원에 전문 인력 5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요건을 갖춘 자)에 위탁하게 된다. 이들 자산관리자들은 자산의 관리, 처분, 추심 등에 관한 사항을 위임 받고, 이 중 처분 시에는 감정평가를 실시해(평가법인들은 이 경우 법사 가격인 최저 입찰 가격 수준으로 정상 평가한 후 해당 물건 소재지와 부동산 유형의 최근 낙찰가율을 고려한 매매 가능 적정 가격으로 산정) 경매와 NPL 채권 매각 등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일반인이 NPL에 접근할 수 있는 타이밍이 이때다. 자산보유자인 은행과 신용정보 회사, 자산관리 회사 등이 다시 이를 되파는 경우 일반인들이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NPL 시장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실 기업들이 늘면서 부실 채권 시장이 관심을 받게 됐고, 은행의 경우에는 국내 주택 시장 경기 침체가 심화된 2010년 이후 국내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 부실 채권 규모가 매년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조8000억 원이던 신규 주택담보 부실 채권 규모는 2012년 2조6000억 원으로 3년 만에 8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부실 채권 대비 주택담보 부실 채권 비율도 지난 2009년 말 기준 0.38%에서 2012년 말 기준 0.65%로 늘어났다. 전체 시장규모도 지난 2008년 1조6000억 원에서 2012년에는 10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1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PC(자산유동화 회사)는 국민·신한·하나·기업·우리·농협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암코가 NPL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F&I는 30%를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회계법인, 증권사 등도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외환은행도 외환캐피탈의 업종을 변경해 자산유동화 회사인 NPL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자산운영 업계에서도 현재 유진자산운용과 파인트리자산운용, 마이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NPL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다른 운용사들도 NPL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PL과 관련 있는 채권 매각 규모는 2009년 4조2000억 원에서 2010년 6조4000억 원, 2011년 7조4000억 원 등으로 은행권 부실 채권 정리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경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담보처분 규모는 2009년 5조8000억 원에서 2010년 5조8000억 원, 2011년 7조1000억 원으로 늘다가 2012년 5조5000억 원을 기록해 다소 줄어들었다. 이는 경매 낙찰가율의 감소도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직접 경매 처분보다는 부실 채권 자체 매각이 증가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 및 거래 방법으로 NPL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신력 있는 저당권거래소 활성화 필요
NPL 종류에는 담보가 있는 담보부 채권과 휴대전화 미납 요금 같은 무담보 채권, 개인회생 채권이나 워크아웃 채권 등 특별 채권이 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매매 시장이나 금융시장 정상화에 새로운 투자 대안일 수 있으나 여기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난관이 숨어 있다.

그 첫째가 저당권거래소의 공신력과 활성화다. NPL은 투자 물건 자체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금과 채무 상환 능력 평가 결과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평가를 받은 채권이다. 기업회생 채권과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등이 대표적이다. 물건 자체의 가격 변동에 따른 원본 손실 리스크도 있지만, 부동산담보대출에 따른 저당권인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지 소유권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매와는 권리의 취득 종류가 다르고 취득 후 경매와 같이 직접 사용(거주)할 수 없고 채권이자 상당액을 수익할 수 있는 수익권과 처분할 수 있는 처분권만 있는 제한된 권리(불완전 소유권)라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 경매 전문 업체에 의하면 NPL의 평균 낙찰가율은 일반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최초 경매 가격 대비 낙찰 가격의 비율)보다 약 4%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NPL만의 장점도 있다. NPL은 소유권 취득이 아니므로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배당금)의 과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향후 가격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할인해 매입한 채권 금액 전부를 경매 절차나 저당권거래소에서 환가받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성과를 측정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의 절감은 전체 수익률 성과 측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NPL의 유통 경로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매수 타이밍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채권의 기초자산인 부동산의 유형을 잘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공시 내용만으로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쉽지 않다. 따라서 경매 사이트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 물건에 대해 알아보는 한편, 부실 채권에 내재된 비체계적인 위험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대섭 한국부동산금융연구소장·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