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마을 디벨로퍼 이원철 ㈜이땅 대표
이원철 ㈜이땅 대표는 충북 제천과 강원도 원주·홍천·평창 등지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전원주택 디벨로퍼다.매년 3만3000㎡ 내외의 전원주택 마을을 개발하고 있는 그에게 귀농·귀촌 주택지 개발의 지혜를 구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맞물려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귀농·귀촌자들을 돕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귀농·귀촌 인구가 1만 명을 넘었다.
부동산 개발은 마케팅 역량에 따라 요지라도 쓸모없는 땅으로 변할 수 있고, 버려져 있던 땅이라도 좋은 용도로 변할 수 있다.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가 늘면서 다양한 사업들이 새로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귀농·귀촌 인구를 위한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전원주택 마을 사업이 대표 사례다.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를 마을 단위로 모아 귀농·귀촌에 따른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지역으로는 공기 좋고 인근에 중소도시가 있어 편의시설과도 가까운 곳이 귀농·귀촌지로 인기다. 강원도 원주와 홍천, 평창, 충청도에서는 단양과 아산만 일대, 경상권에서는 상주와 남해 등지가 예비 귀농·귀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가까이 개발 사업을 해온 이원철 ㈜이땅 대표의 주무대도 이들 지역에 속한다. 해마다 3만3000㎡ 규모의 전원주택을 개발하고 분양해온 이 대표는 한동안은 귀농·귀촌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개발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는 많지만 최근 5년 사이 가격 변동은 거의 없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토지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은퇴자들이 주로 찾는 경치 좋은 전원주택지는 요사이 가격이 20~30% 올랐다고 전했다. 언제부터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했나.
“시작은 부동산 중개업이었다. 17년 전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와 충청북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했다. 당시는 도시민의 농지 취득이 자유로워지면서 전원생활 붐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그때는 토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시골은 여건상 대부분의 매물 규모가 크다. 그런데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작은 규모의 토지를 원했다. 이런 불균형이 심했다. 그래서 토지 주인을 설득해 토지를 분할해 매각했다. 그게 귀농·귀촌 개발 사업의 시작이 됐다. 그런데 개발 사업을 하고 얼마 안 돼 외환위기가 닥쳤다. 경기침체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뭔가를 고민하다 마케팅에 주안점을 둔 부동산 개발을 하게 됐다.”
대표적인 개발 단지는 어디인가.
“개발에 착수하면 용지 확보부터 기획, 설계, 토목공사, 마케팅, 분양까지 이뤄진다. 고객이 원하면 건축 시공에서 입주 후 관리까지를 대행해준다. 이처럼 개발을 총괄한 곳으로 원주시 신림면 남치악산 서마니강빌리지 1·2·3단지가 있다. 약 3만9600㎡에 40여 세대가 들어왔다. 그 뒤 지금까지 10여 개 이상의 단지를 개발했다.” 현재 개발 중인 단지는 어딘가.
“전원마을 개발은 귀농·귀촌인들의 요구에 절대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에는 동호인으로 구성된 공동체 마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 강원도 영월군 서강 부근에 조성 중인 귀농·귀촌 마을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곳이다. 현재 단지 설계만 10여 차례 변경했다. 단지 규모만 약 6만6000㎡다. 귀농 가구는 1650㎡, 귀촌은 660㎡로 필지를 나눠 분양할 계획이다. 현재 몇몇 동호회와 설계를 두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이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을 법한데.
“최근 농업 회사 법인인 (주)이땅을 설립했다. 새로운 귀농·귀촌 시장을 준비하며 부동산을 단순한 매물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해 다양한 부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원주택 임대관리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귀농·귀촌에는 리스크가 많이 따른다.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고 귀농·귀촌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서는 임대주택이 거의 없다. 이런 실정을 감안해 고객이 분양받은 택지에 전원주택을 짓고, 임대관리를 대행해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주변에서 그런 동료들을 많이 봤을 텐데, 개발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지방 부동산은 고객의 니즈가 반영되는 실소유자 중심으로 변해왔다. 예전처럼 땅만 사들여 적당히 팔던 시절은 끝났다. 과거에는 땅을 사놓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고 개발업자들이 무분별한 난개발에 분양 업체 또는 기획부동산을 끌어들여 비용을 높여서 땅값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무리하지 않고 토지주를 설득해 지주 공동 개발 전략으로 사업지의 개발, 기획, 광고, 분양 등을 직접 했다. 물론 토지주의 설득이 쉽지는 않았지만 경험과 개발 실적, 마케팅 기획력을 앞세워 사업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20년간 이 대표가 장수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말해 달라.
“같은 땅이라도 누가 어떻게 개발하고 마케팅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부동산 개발의 핵심은 마케팅 역량에 따라 요지라도 쓸모없는 땅으로 변할 수 있고, 버려져 있던 땅이라도 좋은 용도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불경기는 없었다고들 말한다. 부동산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개발 후 분양이 안 되는 곳이 흔하다. 이런 때일수록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개발 사업의 성패가 마케팅에 달려있다는 말인가.
“마케팅도 중요하다. 그 이전에 효율적인 개발이 우선이다. 부동산 개발자는 제한적인 자산인 토지 또는 공간을 효율적인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땅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부지 확보는 ‘과년한 딸 시집보내기’와 비슷하다. 못난 땅은 저렴하지만, 좋은 땅은 가격이 높다. 하지만 싼 땅 중에서도 개발에 따라 미녀로 만들 수 있다. 숨어 있는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못난 땅은 ‘성형수술을 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그런 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토지 개발을 또한 ‘돼지 한 마리 잡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처음에 분양하는 필지는 입지가 좋지만, 잔여 필지는 첫 번째 분양한 땅보다 못하다. 그 못난 땅을 어떻게 가공하느냐가 개발업자의 몫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탈(脫)서울화로 인해 귀농·귀촌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 지방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로 원주 인근 치악밸리에만 매년 200여 가구가 귀농·귀촌을 위해 내려온다. 귀농·귀촌과 관련한 부동산 틈새시장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곳이 기회의 땅이 될 수는 없다. 전원주택지도 일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곳이 나중에 팔 때 유리한 곳인지 선별해서 접근해야 한다.”
사업지가 강원도에도 있다고 들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등 호재가 많은데.
“알다시피 강원도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지다. 향후 5년간 정부와 민간의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제2영동고속도로, 동서고속도로 등이 개통되면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은퇴자와 연수원, 수련원 등 기업체에서 테마 사업지로 눈독을 들이고 있어 발전이 기대된다.”
은퇴 이후 전원주택 용지로 땅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 토지나 전원주택 투자 시 유념할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요즘은 시골 땅도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반면 경기 침체로 수요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660㎡ 전후의 소형 토지가 주목받고 있다. 주택도 99㎡ 이내의 소형 주택이 인기다. 이 정도 규모면 초기 정착에 따른 부담도 덜고, 관리 등의 문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